-
아이티 지진현장 보도와 관련해 MBC 뉴스 보도가 또 다시 악의적 편집과 왜곡 논란에 빠졌다. 지난 3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MBC 보도내용이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인터뷰 원문 공개와 추가보도를 촉구하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앞서 28일 MBC는 현지에 급파된 119구조대원들의 열악한 상황과 안락한 도미니카 대사관 직원들의 현지 상황을 비교 보도했다. MBC는 119 구조대원 인터뷰를 통해 "제가 여기 5~6일 있는 동안 물을 한 번 받았어요" "그냥 흙 다진 공사장 바닥인데… 뭐, 잘 만합니다" 등 섭씨 30도가 넘나드는 지진현장에서 변변한 숙소조차 없어 흙바닥에 모기장을 쳐놓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장면, 열악한 간이화장실 등을 보여줬다. 반면, 도미니카 직원들의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에서 매트리스 수십개를 가져다 둔 채 숙소 한편에는 맥주와 콜라가 박스채로 쌓여있었다.
또 강성주 도미니카 대사가 "스스로 여기에서 식사문제라든지 자기 모든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만 와 줬으면 좋겠다"고 인터뷰 하자, MBC 소속기자는 "대사님,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적당히 하고 오지 말라는 말인가요?"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강 대사가 "아…그…" 라며 말을 얼버무리며 무언가를 답변했지만 이 부분을 편집해 방송하지 않았다. 이 보도 직후 외교통상부 홈페이지는 강 대사를 성토하는 네티즌의 항의로 마비됐고,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도 빗발치는 항의로 곤욕을 치렀다.
-
이에 대해 한 포털 사이트에 "아이티에 직접 간 119대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의 글을 두고 MBC 왜곡보도 논란이 제기됐다. 글의 진위여부를 싸고 일부 네티즌 사이에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나 상당수는 당시 상황 설명에 공감을 표하며 MBC에 후속보도를 요청하고 있다.
이 119대원은 현장 숙박 5일간 4번 샤워를 했다면서 "인터뷰 내용중 '물 한번 받았다'는 말은 물차가 한 번 들어왔다는 소리이지 샤워를 한번 밖에 못했다는 의미로 한 게 아니다"며 "(취재진이)'그럼 샤워는 한 번 밖에 못하셨어요?' 라고 질문한 것에 '네…네…'라고 답한 것은 질문하니까 (의례적으로)그냥 그렇다고 이야기 한 것이지 이런 파장을 몰고 올 것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직원은 아마 정확하게 샤워 한 횟수를 대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은 또 강 대사에 대한 MBC의 악의적 편집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강 대사가 답변한 내용은 앞으로 아이티에 들어올 NGO나 다른 자원봉사단체들이 준비가 잘 된 상태에서 오면 좋겠다는 조언이었다"며 "같이 일하는 우리 구조대원들에 대한 답변은 아니었는데 그걸 편집해서 MBC 가 원하는 내용으로 끌고 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논란이 된 맥주와 매트리스에 대해서도 "열심히 일하는데 격려한다고 저녁식사 후 휴식시간에 구조대원들과 봉사단원들한테 다 줬고, 저도 2캔 먹었다"면서 "쌓여 있던 매트리스도 21일 들어온 긴급구호대 2진용으로 사서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뷰 도중 기자가 '아니 그럼 대충 적당히 하다 가라는 겁니까?'라는 질문도 참…사람 심리를 몰아가는 듯한 질문"이라며 "(MBC 기자가)하도 그런식으로 몰아가면서 질문하니까 oo뉴스 기자가 '그만 좀 하라'고 했더니, 다른 MBC 어린 기자인지 촬영 기사인지가 편들고 말다툼 나고 싸우고 한 건…아시는지 모르겠네요"라고도 했다.
-
한편, 이 글 외에 해외긴급구조대 소속이라고 밝힌 또 다른 구조대원의 글 역시 MBC보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대원은 "뉴스(보도)처럼 일주일동안 한 번밖에 샤워하지 못했다는 인터뷰는 뭔가 이상하다"면서 "기자들도 매일은 아니더라도 몇 번씩은 다 그 샤워장에서 샤워를 했다"고 말했다. 간이 화장실에 대해서도 "화장실이 더 많았다면 좋았겠디만 아이티는 구하고 싶으면 다 구할 수 있는 한국이 아니다"면서 "화장실이 있었던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현지에 온 기자들도 정말 고생이 많았지만 현지에서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된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MBC 뉴스사건처럼 언론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구조활동에)방해가 돼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MBC 뉴스의 편집은 정말 악의성 있는 의도적 왜곡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지금 인터넷에서는 구조대가 오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미로 전달돼 일파만파 퍼지고 있잖냐. 본인은 얼마나 억울할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해당 취재내용이 단편적이고 편집과정에서 왜곡됐다고 항의하는 비판 글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LLDO12345는 "외통부에 가서 대사 해임하라고 까지 남겼던 시민"이라며 "아이티 모금도 MBC쪽으로 해서 참여했었는데, 의도적으로 악의적 짜깁기 편집보도를 했다는 논란에 당장 해명하십시오. 왜 싸움 붙이십니까"라고 따졌다. iam1015은 "강 대사와 외국 구조대원과의 인터뷰 전체를 공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전체 인터뷰가 공개된다면 MBC의 의도를 의심하는 분들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행한 취재 기자 "현장대원들의 딱딱한 태도에 (MBC기자) 열 받았을 수도"
MBC와 함께 아이티 취재를 한 00일보 김 모기자 역시 MBC보도 내용에 "현장에 다녀온 나도 깜짝 놀랐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기자는 숙소 논란에 "왜 집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 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여진 때문에 사람들이 다 집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자려고 했다"면서 "그래서 앞마당에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집 안에 들어가서 자야했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텐트에는 침낭도 있었고, 바닥도 평평하고 부드러웠다"면서 "지진 걱정 없이 앞마당에 텐트 치고 침낭에 들어가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자는 것과 각종 기자재와 물품, 서류로 가득한 사무실 한 구석에서 매트리스 깔고 자는 것…어느 것이 더 나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처음엔 다들 급하고 상황은 열악하니까, (현장대원들이)기자들 취재에도 협조를 해주고 숙소도 같이 쓰고 그랬겠지만 내가 갔을 때만해도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딱딱했다"며 "조금 늦게 온 취재진은 정부의 태도에 '이게 뭥미?'하고 열 받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MBC 기자의 화풀이용 보도 의혹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또 강 대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나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자나 NGO 긴급구호요원에게 해당되는 얘기이지 119구조대원에게까지 해당되는 얘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119구조대는 정부에서 파견한 요원들이고, 당연히 정부 예산으로 자신들의 숙식 조달 대책을 마련하고 들어올테니까 강 대사의 멘트도 아마 그런 맥락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MBC기자 10여차례 걸쳐 유도성 자극적 질문 던졌다"
도미니카 공화국주재 대사관 최원석 서기관도 외통부 공식답변을 통해 "통신 언어 식사 잠자리 등 모든 것이 그리고 모두에게 열악한 상황 속에서 MBC 및 일부 기자들이 불만을 갖게 된 것 같다. 마침 있었던 강 대사의 합동기자회견에서 MBC 기자는 10여 차례에 걸쳐 유도성의 자극적인 질문을 던졌다"며 "당시 강 대사는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고, 급기야 민망한 상황에 참지 못한 다른 기자들이 MBC 기자를 제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 서기관에 따르면, 회견 후 여러 기자들이 강 대사에게 대신 사과를 했고 이 문제로 일부 기자와 MBC소속 기자가 고성과 말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최 서기관은 "MBC 기자는 취재한 내용을 적절히 짜깁기해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을 내보냈다"고 분개했다.
◇다음은 아이티 보도관련 MBC '왜곡보도'와 관련한 글
'아이티에 직접 간 119 대원입니다'라는 글1)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312625
또 다른 119구조대원이 한 사이트에 올린 글2)
아이티 현장을 취재하고 온 00일보 기자의 글
http://blog.paran.com/fattykim
주도미니카공화국대사관 최원석 서기관의 글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312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