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독점 중계로 대회 시작 전부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SBS가 지난 13일 대회 개막 이후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거액을 들여 힘들게 독점중계권을 확보했지만, SBS는 시청자들의 마음에서는 더욱 멀어지고 있을 뿐이다.

    SBS는 지난해 12월 21일 동계올림픽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대회가 진행중인 현재 SBS에 접속하면 무조건 이 사이트를 거치도록 만들었다. 또, 응원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드는 등 나름대로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정작 이 응원게시판에서 응원메시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응원게시판’이 아니라 ‘비난게시판’이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이 게시판에 비난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일 독점중계권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 부터다. 그리고 13일 개막식 이후 대회가 진행됨에 따라 미흡한 해설 및 방송 시간, 광고 등의 문제로 비난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은 지난 15일.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3000m를 생중계 하던 중, 박도영 선수의 국적을 표시하는 란에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표시하는 실수를 저지른 이후 비난은 걷잡을 수 없게 번졌다.

    - 응원 게시판이야? 욕글 게시판이야?
    네티즌들은 SBS에 대한 분노를 이 응원게시판에 풀어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응원 게시판이야? 욕글 게시판이야?’라며 헷갈린다는 반응이었다. 또, 14일 ‘누구 욕할까봐 글을 못쓰게 통제했냐’며 한때 네티즌들의 접근을 막아 뒀던 SBS의 대응을 거세게 비난했다. ‘욕욕욕, 그 밖에 더 먹고 싶은 것 있음 연락해~’

    이 게시판은 SBS 사이트에 가입을 한 뒤 로그인을 해야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그 수고까지 기꺼이 여기며 SBS 비난에 나섰다. 이들이 SBS에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밴쿠버 올림픽은 김연아 선수만 응원?
    SBS에 마련된 이 응원게시판은 김연아 선수만을 위한 것이다. 올림픽 독점 중계를 하는 공식사이트라 볼 수 있는 SBS에서 김연아 선수를 제외한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네티즌들은 ‘응원게시판이라면서 김연아 선수만 응원하는게 뭐냐?’라며 ‘다른 종목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어도 게시판에 맞지 않는 글인 것 같아 쓸 수 없다’고 항의했다.

  • ▲ SBS 밴쿠버 올림픽 응원게시판 캡쳐화면ⓒ 뉴데일리
    ▲ SBS 밴쿠버 올림픽 응원게시판 캡쳐화면ⓒ 뉴데일리

    - "이 구간에서 9.4초 달린 사람은 쟤뿐입니다"
    올림픽 캐스터와 해설자들에 대한 비난도 끊이질 않는다. 네티즌들은 ‘캐스터랑 해설자는 중계연습 중’이라며 ‘봉창뜯는 멘트들, 왠만하면 애교로 웃어넘기겠는데 좀 심하지 않냐’는 반응이다. 특히, '이 구간에서 9.4초 달린 사람은 쟤뿐입니다.', ‘동생들 빨래나 청소 그만시켜야 합니다’ 등의 멘트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이 멘트를 하는게 여실히 드러난다’며 캐스터와 해설자들의 자질에 대한 지적의 의견이 많다.

    - SBS는 올림픽 중계권 일본 돈으로 구입했나요?

  • ▲ 16일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모태범이 1,2차시기 통합 1위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 뉴데일리
    ▲ 16일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모태범이 1,2차시기 통합 1위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 뉴데일리

    ‘우리나라 선수들 얼굴은 기억 안나는데 일본선수들 얼굴은 확실히 기억에 남네요’. 16일 모태범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500m 종목 우승이 확정된 직후, 시청자들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금메달을 딴 모태범 선수 대신, 2위에 오른 일본 선수 나가시마의 모습이 더 오랜 시간 화면에 비춰졌기 때문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순간 한국방송인지 일본방송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며 지난 15일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내보냈던 사건과 관련해 ‘일본에서 돈 받으면서 그러기로 계약했나요? 아니면 SBS 자체가 일본 방송사인가요? 일본 선전하려고 거금주고 올림픽 독점중계하나요?’ 등 ‘매국노가 따로 없다’는 글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SBS 측은 방송 중계화면이 조직위원회에서 제공한 국제신호 화면 하나로 통일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대회 내내 이어지는 실수에 대한 변명이 되진 않는다.

    - SBS 중계는 ‘안고수비(眼高手卑)’ 꼴
    안고수비(眼高手卑). 눈은 높고 마음은 크나 재주가 따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별볼일 없음. 이번 올림픽 중계를 두고 SBS에게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독점중계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부터 기술적 문제, 해설, 영상, 자막, 방송시간 등을 지적하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네티즌들은 ‘기본적인 책임감과 사명감, 통찰력도 없는 방송국’이라며 ‘독점 이익을 취하려다 국민들의 신뢰를 잃는다는 것을 왜 모르냐’고 한 숨을 내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