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는 제발 한국선수를 응원말라!  
     
     중계를 하는 건지, 응원을 하는 건지…해설은 객관적으로 차분하게 해야. 흥분은 시청자의 몫이다.  
       
      미국 사람들의 귀에 오랫동안 친숙한 목소리가 있다. 스포츠 중계 방송자 빈 스컬리(Vin Scully)이다. 그는 올해 83세인데도 메이저 야구 내셔널 리그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팀 경기를 중계하게 되어 있다. 60년째이다. 청아한 목소리와 名文 같은 논평으로 유명하다. 2000년에 미국 스포츠 중계자 협회가 ‘금세기의 중계자’로 그를 뽑았다. 스포츠 영화에 출연한 적도 있다. 美式 축구도 중계했지만 다저스 전속 중계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0년 그는 CBS 라디오 스포츠 국장 레드 바버에 의하여 중계자로 발탁되었다. 바버는 스컬리에게 평생의 좌우명이 될 만한 충고를 했다고 한다.
     
      “홈팀을 편들지 말라. 다른 중계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 私見은 말하지 말라.”
     
      1974년 4월8일 애틀란타에서 브레이브즈의 행크 아론이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알 다우닝 투수가 던진 공을 담장 밖으로 쳐보냈다. 통산 715호 홈런으로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깼다. 흑인인 아론이 백인인 루스의 기록을 깨지 못하도록 테러를 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애틀란타와 조지아주는 딥 사우스(Deep South)라고 불리는 곳으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곳이었다. 빈 스컬리는 역사적 순간을 이렇게 중계했다.
     
      “레프트쪽으로 깊숙이 날아갑니다. 버크너가 펜스로 달려갑니다만, 넘어갔습니다!”
     
      그 뒤 25초간 스컬리는 침묵하고 관중들의 환호를 들려주었다. 스컬리는 결정적 순간에선 관중들의 환호가 ‘가장 훌륭한 중계’라고 보았다. 25초 뒤 스컬리는 이렇게 논평했다.
      “야구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순간입니다. 애틀란타와 조지아주에 있어서도 경이로운 순간입니다. 우리나라와 세계에도 경이로운 순간입니다. 한 흑인이 남부 깊숙한 곳에서 야구 역사상 最高의 영웅이 가진 기록을 깼다고 해서 기립박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순간은 우리에게, 그리고 아론에게 위대한 순간입니다.”
      흑인의 우상이 백인 우상의 기록을 깨고도 총을 맞지 않고 박수를 받는 그 순간의 역사적 의미를 간결하게 요약한 것이다.
     
      요사이 밴쿠버 겨울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는 SBS의 아너운서와 해설자는 대부분의 경우 중계를 하는지, 응원을 하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앞서 갑니다" "따라 갑니다" "하나, 둘, 하나, 둘" "아, 좋아요". 그리고 환호성이나 비명지르기. 스피드 스케이팅에 대하여 門外漢(문외한)인 시청자에게 전문가의 입장에서 쉽게 해설을 하여 게임을 즐기도록 해야 할 사람이 구경꾼과 한덩어리가 된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게임과 선수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해설의 준비가 부족한 것을 흥분으로 메우려 해선 안 된다. 더구나 SBS가 독점중계를 하므로 시청자들은 이런 해설을 代替할 수단이 없다.
     
     오늘 아침 여자 1000m 氷速 경기에 출전한 李相花 선수에 대한 중계와 해설을 들은 이들은 李 선수가 1등한 줄 알았을 것이다. 골인 때까지 "자, 좋습니다"를 연발하던 중계팀은 갑자기 맥이 풀린 듯 "많이 떨어졌습니다"라고 말해버려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韓日 스포츠 경기일 경우 한국측 방송 중계자의 말과 일본방송 중계자의 말을 비교해보니 일본측이 훨씬 차분하고 객관적이었다. 최고의 중계자 빈 스컬리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홈팀을 편들지 말라”는 말이 한국측 방송 중계자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흥분은 시청자의 몫이다. 중계자는 시청자들이 게임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중계자가 시청자의 몫까지 다 해버리면 시청자는 할 일이 없게 된다. 중계자가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해야 시청자가 제대로 감동하게 된다. 중계자가 시청자의 감동까지 대리할 필요는 없다.
     
      텔레비전 字幕에 자주 등장하는 문장-'선전했으나 아쉽게도 4강 진출 좌절'類의 말도 마찬가지이다. '4강 진출 좌절'이라고만 해도 시청자들은 '아쉽다'는 감정을 가진다. '아쉽다'는 감정을 텔레비전이 대리해줘야 하는 것인가?
     
      중계자, 기자, PD, 심판, 법원, 학자들은 객관적 입장에 서야 하는 職種(직종)이다. 한 사회의 건강성은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공정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느냐에 의하여 평가된다. 심판, 평가 기능이 공정하여야 是非를 제대로 가릴 수 있고 그 결과에 승복한다. 성숙한 一流국가는 공정성과 투명성과 정직성 위에 선 건물이다.
     
      SBS는 제발 한국선수를 응원말라! 응원은 시청자나 구경꾼이 한다! 충실한 상황묘사와 차분한 분석만 하라. 이런 중계는 나라의 창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