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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강간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길태가 범행 이후, 두 차례나 경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은 ‘범인이 아니다’고 거짓말 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8일 김길태는 이 양이 실종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부친의 집(덕포시장 근처)에 들렀다가 부친으로부터 ‘형사들이 다녀갔다’는 말을 듣고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범인이 아니다’고 경찰에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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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의 과감한 행동은 계속됐다. 첫 번째 전화 이후, 삼일 뒤 경찰에 다시 전화를 건 것. 친구가 운영하는 동네 술집에서 김길태는 “나는 범인이 아닌데 경찰이 나를 쫓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 봐 달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곧이어 평소 알고 지내던 형사에게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결백을 다시금 주장했다.
20여분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김길태가 사라진 뒤였다. 이날 이후로도 김길태는 경찰의 수사망에 또 한 차례 등장했다. 사건 현장에서 20m 떨어진 빈집에 들어가 잠을 청하다 경찰 수색팀의 불빛을 보고 도주한 것. 김길태는 범행 이후에도 현장을 벗어나지 않고 주변에 계속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단일사건 사상 최대 인력이라는 약 2만 여명의 경찰을 배치하고도 세 차례나 경찰과 접촉한 범인을 놓친 경찰의 ‘수사력’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경찰의 수사가 늦어지면서 이 양의 생사가 좌우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자 이에 경찰은 정확한 사망시점을 밝히기 위해서는 장기의 손상상태 등을 토대로 종합적 판단이 나오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경찰은 부산 이 모양(13) 실종 11일 만인 6일 오후, 이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8일에는 이양의 시신에서 용의자 김길태의 DNA와 일치하는 타액이 검출된 점을 미뤄 김길태를 피의자로 확정짓고 행방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