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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나랏일이 더 중요하죠"
27일 예정됐던 2기 청와대 어린이기자단 출범식이 서해 백령도 인근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잠정 연기됐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강호동, 샤이니 등 인기 연예인과 함께 출범식을 치를 계획이었던 탓에 어린이들의 실망은 컸겠지만 어린이기자단의 반응은 '어른보다 어른다운' 국가관을 보여줘 감동을 주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문자메시지와 '푸른누리' 홈페이지 긴급공지를 통해 일정 연기를 알리고 "나라의 큰일과 관련된 일이니 너그럽게 양해해주시고, 학부모님들은 기자들에게 잘 설명해 어린이들이 실망하지 않게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의 걱정은 기우였다. 어린이기자단은 이날 오전에만 400여개의 댓글을 통해 실종된 우리 해군장병을 염려하면서 "나랏일이 먼저"라는 대견함을 보였다. 많은 어린이들은 "실종된 해군 한 분이라도 더 구해달라"고 말했다.
"나라의 큰 일보다 중요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강민지) "많이 아쉽지만 아무쪼록 침몰돼 실종되신 해군 아저씨들 서둘러 구조됐으면 좋겠습니다"(김지수) "청와대는 언제든 갈 수 있으니까 실종된 군인들 얼른 구조돼 실종 군인부모님들의 걱정을 덜어주시면 좋겠어요"(최혜수) "뉴스보고 걱정했는데, 맞아요. 우리들이 이럴 때 잔치를 할 순 없죠"(이주현) "괜찮아요. 실종자들을 빨리 찾았으면 좋겠어요"(안다솜) "출범식은 다음에 해도 좋아요. 해군 아저씨들이 제발 무사하길"(김자민)
본인보다 '동료 기자'의 아쉬움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도 엿보였다. 윤지혜 기자는 "지방에서 출발하신 기자님들과 부모님들께서도 기분 추스리시고 무사히 잘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면서 "비상시에는 오히려 푸른 누리 기자들이 청와대 기자로서 더 너그러운 이해심을 발휘하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다. 김동준 기자도 "지방에서 올라와 준비한 기자들은 정말 안타까울 것 같다. 좋은 시간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행사를 준비해온 청와대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이 대통령에게는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당부를 전한 글도 많았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지방에서 미리 출발한 어린이기자와 보호자를 위해 청와대, 경복궁, 사랑채 관람 등은 정상 진행할 예정이다. 김철균 뉴미디어홍보비서관은 "어린이기자단이 보여준 차분하고도 대견한 반응에 감사하고 뿌듯하다"면서 "국가적 현안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영빈관 앞뜰에서 약 3000명이 참석하는 대형행사로 계획됐지만, 긴급한 연기결정에도 어린이기자단과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청와대의 신속한 공지로 인해 별다른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연기 또는 취소하고 긴장감 속에서 실종자 구조와 진상 규명 등 대응마련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