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루먼, "대통령은 豫斷하는 자리"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호랑이 등에 오르는 일과 같다. 계속 달리지 않으면 잡아 먹힌다. 대통령은 항상 사건의 머리 위에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사건이 그의 꼭대기에 앉게 된다.>  
       
     
     미국의 歷代 대통령 가운데 최초의 본격적인 회고록을 쓴 이는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다. 그는 퇴임後 '시련과 희망의 시대'라는 제목의 두 券짜리 회고록을 썼는데 序文(서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초등학생의 事後분석도 가장 위대한 정치가의 事前예측보다 낫다>
     
      이미 일어난 사건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분석하기는 쉽지만 정치인은 혼돈상태에서 불충분한 정보를 놓고 豫斷을 내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이 다 밝혀지고, 사건이 다 진행된 뒤 "그때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라고 事後평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트루먼은 회고록에서 이렇게 썼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호랑이 등에 오르는 일과 같다. 계속 달리지 않으면 잡아 먹힌다. 대통령은 항상 사건의 머리 위에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사건이 그의 꼭대기에 앉게 된다. 한 순간이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대통령의 無限 책임에 대하여 이해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돌아오지 않는 책임은 없다. 대통령은 한시라도 자신이 대통령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최측근 참모나 가족들도 대통령이 어떤 자리인지를 알 수가 없다. 나는 사람 속에는 그래도 惡보다 善이 더 많다는 믿음으로 대통령職을 수행했다. 善이 惡을 누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나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역사적 先例를 연구했다. 모든 문제는 과거에 그 뿌리가 있다. 나는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결정을 내리려 했다. 내가 왜 역사를 읽고, 또 읽었느냐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트루먼은 대통령이 사건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즉 대통령은 豫斷을 하는 자리라는 의미이다. 豫斷이란 사건의 본질과 흐름을 예상, 결단한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全斗煥 대통령은 아웅산 테러를 당하자말자 "이 사건은 북한정권이 저지른 것이다"고 예단하였다. 朴正熙 대통령도 1968년 1월21일 국군복장의 괴한들이 청와대를 습격하였을 때 '이것은 북한특공대의 소행이다'고 예단하였다. 全斗煥 정부는 KAL기가 미얀마 근해 상공에서 실종되자 "이는 북한정권의 테러이다"고 예단하였다. 이런 예단들은 모두가 적중하였다. 李明博의 청와대도 "천안함 사건에 북한이 개입하였을 가능성은 낮다. 특이 동향 없다"고 예단하였다. 이 예단은 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李明博의 청와대는 자신들은 豫斷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북한정권의 도발이라고 豫斷하는 것을 비판한다. 자신들의 틀린 예단은 괜찮고, 다른 사람들의 올바른 예단은 안 된다는 것인가? 대통령이 예단 말라, 예단 말라 하니 한국인들이 豫斷이라는 게 나쁜 것인 줄 착각하고 있다.
     
      豫斷을 하지 않고 모든 상황이 명료해진 다음에 결단, 즉 後斷만 하겠다는 대통령은 지도자가 아니란 것이 트루먼의 지적이다. 우직한 트루먼은 결단의 사나이였다. 원자폭탄 投下, 한국전 참전, 트루먼 닥트린, 마셜 플랜, 베를린 봉쇄에 空輸작전으로 대응, 맥아더 해임 결단 등등. 그는 일단 결정을 하면 "이후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자세를 취하였다.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그였지만 딘 에치슨 국무장관, 조지 마셜 국방장관과 같은 最高의 엘리트들을 부리고 존경을 받았다. 그의 힘은 성격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한다.
     
      불확실성 속에서 정확한 예단을 하는 데는 역사가 가장 중요한 지침이다. 특히 前職 대통령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였는가를 알아보면 큰 도움이 된다. 트루먼은 어린 시절부터 역사와 독서에 취미가 있었다고 한다. 李 대통령도 前職 대통령들의 경험담을 듣고, 비슷한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를 알아보는 일을 부하에게 맡기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