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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비하 글'로 곤욕을 치르다 지난해 9월 가족들이 있는 미국 시애틀로 떠났던 2PM의 전 리더 박재범이 9개월 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18일 오후 5시 5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재범은 3주 이상 국내에 체류하며 영화 촬영에 매진할 계획이다.
9개월 만의 컴백…3주 이상 국내 체류
팀을 전격 탈퇴한 뒤 지난 2월 소속사로부터 '영구 탈퇴(제명)'를 당하는 이중고를 겪은 재범에게, 당시만 해도 국내 연예계 복귀는 요원한 것으로 보였다.
소속사의 보도자료와 '2PM 간담회' 등을 통해 소속사와 함께 할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재범은 뚜렷한 혐의도 없이 국내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을 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재범의 탈퇴 사유에 대해 온갖 음모론과 루머가 떠돌았지만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사 중 하나인 JYPE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재범이 국내로 돌아와 재기할 수 있는 여지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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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범은 일어섰다. 자신의 '사생활'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어린 시선과 잡음을 뒤로한채 조금씩 미래를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자신이 속한 비보잉팀 'AOM(Art Of Movement)'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해왔던 재범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직접 남기는가하면 직접 연습한 랩과 노래를 들려주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노래에 대한 열정과 꿈을 아직도 놓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재범은 지난 3월 미국의 인기 팝스타 비오비(B.O.B)의 '낫싱 온 유(Nothin’On You)'를 부른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조회수가 500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동영상 하나로 자신의 진가를 재확인, 국내외 네티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 재범은 지난 4월 한국계 래퍼 덤파운디드(Dumbfoundead)와 함께 노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컴백 수순을 밟아왔다.
지난 15일 비오비와 함께 랩과 보컬을 나눠 부른 '낫싱 온 유(국내 버전)' 디지털 싱글을 발매한 재범은 음악 활동 외에도 '하이프네이션'이라는 한미합작영화에 출연, 영화 배우로서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미국 대표팀 vs 겜블러크루, '비보잉 대결' 그려
'하이프 네이션(Hype Nation)'은 동양인 비보이 팀이 아시아에서 열린 세계 비보이대회에 참가한 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내용을 그린 청춘 영화. 비보이들의 도전과 애환을 그리는 작품이니만큼 실제 비보이들이 다수 참가할 예정이며 재범은 극중 비보이 세계챔피언인 겜블러크루의 리더 역을 맡았다.
재범 외에도 미국의 래퍼 B2K가 출연을 확정지은 상태이며 혼혈배우 데니스오와 프로듀서 겸 배우인 캐리 히로유키 타가와(Cary-Hiroyuki Tagawa)도 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특히 '하이프 네이션'에는 마이클 잭슨, 푸시캣 돌즈 등의 음반 프로듀서로 활동한 테디 라일리(Teddy Riley)가 음악 프로듀서로 참여, 향후 영화 출연과 병행해 세계 무대를 겨냥한 다국적 걸그룹 '라니아(RaNia)'를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져 국내 가요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거장' 테디 라일리와 손을 잡고 세계 음악시장을 향한 당찬 도전을 시작한 라니아는 과거 베이비복스 신화를 만들었던 'DR뮤직'이 기획한 아이돌 걸그룹으로 한국, 중국, 태국 출신의 7인조 여성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현재 모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라니아의 티애(T-ae)가 재범의 여동생으로 출연, 걸그룹 데뷔와 영화배우로서의 신고식을 동시에 치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될 전망이다.
크리스찬 스트릭랜드(Christian Strickland)와 '하이프 네이션'을 공동 연출할 알란 칼자티(Alan Calzatti) 감독은 유명그룹 백스트리트보이즈, 엔싱크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바 있는 실력파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촬영 분량 중 70%를 국내에서 소화할 것으로 알려진 '하이프 네이션'은 22~23일부터 촬영을 시작, 두 달여간 국내분 촬영을 마친 뒤 나머지 20%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멕시코에서 촬영할 계획이다.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이번주부터 촬영에 돌입하는 '하이프 네이션' 제작진은 현재 재범과 함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소재 아파트에 머물며 첫 촬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촬영 장소로는 서울 강남 논현동의 유명 호텔 클럽 등을 섭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출연 배우 티애의 소속사이자 '하이프 네이션'의 국내 홍보를 맡은 DR뮤직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DR뮤직이 영화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닙니다. '하이프네이션' 제작사 대표가 DR뮤직 윤등룡 대표와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분이라 일정 부문 상호 협력키로 한 것일 뿐, DR뮤직이 제작에 뛰어든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무래도 댄스 영화이다보니, 음악적인 면이나 출연 배우의 결정 등에 제작 초기부터 관여한 사실은 있습니다.
- 제작사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라 팬들의 궁금증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하이프네이션' 제작사는 영화와 이름이 같은 '하이프네이션'입니다. 투자금을 유치해 이를 토대로 영화를 제작하고 차후 수익을 분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투자펀드이자 문화전문회사(SPC)로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은 시스템은 철저히 미국식이죠.
- 한미합작 영화라는데 투자금 유치는 주로 어디에서 이뤄졌으며 한국 스태프들의 참여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CJ창업투자의 투자금을 받아 이를 통해 '하이프네이션'이란 제작사를 세웠고 향후 총괄 프로듀서인 제이슨 리의 지휘아래 모든 프로세스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대신 엔지니어와 디렉터, 프로듀서 등은 미국 현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다수의 스태프가 참여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 작업과 3D촬영은 미국 측 스태프가 아닌 순수 국내 기술로 소화할 예정입니다.
- 국내 촬영분이 70%라는데 촬영 기간이 다소 짧군요?
▲네, 22일부터 촬영 계획이 잡혀있지만 어쩌면 하루 늦춰질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주부터 촬영에 들어가 약 두 달여 동안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할 계획입니다. 많이 잡아 한 80일 정도 국내에 머무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재범은 이 중 10~15회분 정도를 촬영할 예정이구요. 나머지 배우들이 순차적으로 촬영, 두달 기간을 채우게 될 겁니다. 이후 나머지 20~30%를 해외 로케이션 촬영으로 마무리해 크랭크 업을 할 예정입니다. 어느 정도 아시겠지만 이번 영화는 비보잉 대회 장면이 다수 포함돼 있어(장소 이동이 많지 않아) 두 달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 재범의 출연이 의외인데, 어떻게 출연키로 결정이 난 건지 궁금하군요.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난 터라…
- 재범과 얘기는 나눠 보셨나요? 표정이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어떤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만, 영화 준비에 여념이 없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보다도 열정이 있고 열심히 촬영 준비에 임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촬영장 공개 계획이 서 있지 않지만 조만간 영화 전반에 대한 소개를 하는 제작발표회가 있을 겁니다. 그때 만나 뵙겠습니다.
- 아직 데뷔도 안 한 신인그룹 멤버가 출연하게 된 점이 이채롭습니다.
▲2년 동안 연습생 생활을 거친 티애라는 친구인데 이번 영화에서 홍일점, 즉 유일한 여성으로 등장합니다. 맡게 된 배역도 일종의 '비걸(B-Girl)'로서 격한 춤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느낌을 살리는 정도의 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