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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이후 5년, 최민식이 연쇄살인마로 스크린에 복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된 영화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의 복귀 소식 이후 개봉까지의 기간은 관객들에게는 즐거운 기다림의 시간이었지만, 연쇄살인마이자 복수의 대상이 되는 경철역을 맡은 최민식에게는 말 그대로 ‘악마를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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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촬영부터 살인 장면으로 시작했던 최민식은 “나는 왜 하구한날 흉기나 들고 다니냐?”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이는 배부른 고민이었다. 약혼녀를 살해당한 수현이 단순히 죽이고 끝내는 게 아니라 고통을 그대로 되돌려 주겠다는 일념하에 복수를 시작한 이후 최민식은 팔목이 꺾이고 돌에 찍히고, 낚시대로 개처럼 맞는 등 처절하게 당해야 했다.
물론 시나리오 단계에서도 예상했던 장면들이지만 에너지 넘치는 두 배우의 만남인지라 촬영은 실전을 의심하게 하는 열연으로 이어졌다. 되려 스태프들로부터 “연쇄살인마가 측은해 보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이젠 이병헌만 봐도 무서워요!"
상대배우 이병헌과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대해 “좋은 파트너가 돼 주는 후배와의 앙상블은 행복한 경험이다”라고 말문을 뗐으나 곧바로 “저는 너무 심하게 많이 맞아서. 무서워요, 이병헌씨만 보면”이라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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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당하다 보니 피분장 또한 당연지사, 촬영 종료 후 1달이 넘어간 지금조차 최민식의 머리는 핏물이 덜 빠져 갈색이다. 이렇듯 피분장을 달고 살아 스스로를 '악마를 보았다' 공식 ‘붉은 악마’로 지칭하는 최민식은 “ 다시는 이런 고통 받는 역할 하고 싶지 않아요. 코피 나오는 것조차 사절입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삼촌 같은 역할만 할 거에요”라 말했다. '쉬리'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회자되는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온 그에게도 '악마를 보았다'의 경철은 만만치 않은 역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전무후무한 악역캐릭터, 최민식
피를 뒤집어 쓰고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두들겨 맞고, 아무 이유도 목적도 없이 사람을 죽여대는 연쇄살인마 장경철 캐릭터는 배우 최민식을 통해 탄생했다.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을 맡아 물 만난 고기처럼 어떤 고생에도 즐거움을 잊지 않은 최민식.
"땀을 흘리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을 최선을 다해서 만드는 이 현장 분위기가 너무 그리웠다"면서 "촬영 현장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설레었고 내가 장경철을 만들어가고 있구나, '악마를 보았다'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만으로도 행복 그 자체였다"고 밝힌 최민식은 오직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불 같은 광기’를 이 영화 속에 쏟아부었다는 사실 자체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살인을 즐기는 연쇄살인마(최민식 분)와 그에게 약혼녀를 잃고 그 고통을 뼛속 깊이 되돌려주려는 한 남자(이병헌 분)의 광기 어린 대결을 뜨겁게 보여줄 김지운 감독의 지독하고 강렬한 복수극 '악마를 보았다'는 8월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