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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정책의 모델 이태원
이태원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건 색다른 음식과 문화를, 마치 해외에 있는 것처럼 외국인들에게 둘러싸여 구경하고 그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최근에 ‘칙릿(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처럼 여성들의 일상을 가벼운 터치로 묘사한 콘텐츠들)’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유행한 ‘브런치’로도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지자체와 정부 당국도 이태원을 주목한다. 바로 ‘다문화’다. 한국전쟁 직후 이태원은 UN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결혼한 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태원 이슬람 중앙서원 주변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무슬림들이 한국 여성들과 가정을 이뤄 살고 있고, 그 인근에는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에서 온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들도 있다.
이태원 소방파출소에서 보광초등학교, 이슬람 성원으로 이어지는 ‘ㄱ’자 모양의 길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터키, 파키스탄, 아프리칸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해당 국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동통신, 의류, 세탁소, 식료품점 등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Salam’이라는 무슬림 식당에 온 커플들이 몰고 온 차들로 골목길은 한바탕 몸살을 치른다.
주변에서 영업을 하는 우리나라 상인들은 이제 외국인들과 허물없이 지낸다. 이태원 파출소 뒤편의 일명 ‘나이지리아 골목’에서 장사하는 아프리카인들 또한 이슬람 성원 주변에서 다른 나라 무슬림들과 어울린다. 이들은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같이 지낸다. 이태원에서는 피부색이나 종교, 국적은 별 다른 문제가 안 되어 보인다. 휴일이면 대형교회 차량들이 여학생들을 데리고 이슬람 성원을 찾아와 ‘이맘(이슬람 성직자)’과 무슬림들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여학생들을 무슬림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이 같은 모습은 현재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다문화 정책’의 모델처럼 보인다. 때문인지 이전의 박장규 구청장(한나라당)은 이태원을 ‘다문화 정책’의 모델로 꼽으면서 이를 위해 숙명여대와 함께 ‘다문화 교육사 양성과정’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쳤다. 이번에 취임한 성장현 용산구청장(민주당)도 유사한 정책을 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초지자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물론 정부도 이태원을 일종의 모델로 삼아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국적인과 계층들이 어우러져 사는 다문화 국가로 가야 한다’며 곳곳에서 다문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국가 인권위 등은 ‘다문화 가정 지원’을 주요 과제로 삼아 ‘다문화 가정 아동 교육’ ‘다문화 가정 여성 취업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서방국가들이 다문화 정책 포기하는 이유
이태원의 이런 모습은 일견 멋있어 보인다. 종교와 피부색, 이념을 넘어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사회는 인류가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서방국가에서는 점점 ‘다문화 정책’을 폐기하는 추세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기적인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인한 외화 유출, 다른 하나는 근본주의자 유입으로 인한 안보 문제다.
‘이기적인 이민자들’이란 이민 온 나라의 현지 사회와 어울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현지에서 돈을 번 뒤 정상적인 통로를 거치지 않고 이를 자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사람들을 주로 지칭한다. 이런 이들이 늘어나면 현지 국가의 정부는 제대로 된 세금징수나 재정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생기고, 이들과 연계된 범죄조직 등이 돈세탁을 쉽게 할 수 있게 돼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근본주의자의 유입은 테러와의 전쟁 이후 부각된 문제다. 9.11 테러 이후 이를 계획하고 진행한 테러리스트들의 경로를 추적한 美정보기관들은 무슬림 전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이 여기에 섞여 침투, 미국 내 이슬람 사원을 통해 근본주의자들을 위장 초청하고, 수년에 걸쳐 이들을 교육시켰으며 심지어 주변의 미국인들마저 근본주의자로 만들어 버렸다는 걸 밝혀냈다. 이 같은 근본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美정보기관과 국무성은 밝히고 있다.
실제 이런 근본주의자들이 집단으로 문제를 일으킨 대표적 사례가 2005년 11월 일어난 프랑스 무슬림 폭동이다. 2005년 10월 27일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경찰의 검문에 불응하고 달아나던 이슬람계 청소년 2명이 송전선에 감전돼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무슬림들의 시위는 유혈폭동으로 발전했고, 급기야 인근 국가인 독일, 벨기에에서도 소요 조짐이 나타나 서유럽 전체를 긴장시켰다.
한 달 후 폭동은 진압되었으나 350개 마을에서 폭동이 일어나 6천여 대의 차량이 폭도에게 파손되었으며 1천600여 명이 체포됐다. 이 일을 계기로 그동안 다문화 정책을 펼쳤던 유럽 국가들은 ‘유라비아(유럽과 아라비아의 합성어. 유럽이 무슬림화된다는 의미)’라는 단어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이후 최근까지 유럽 국가들은 이민 자격을 까다롭게 하는 한편,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 ‘다문화 정책’을 포기하고 있다.
이렇게 유럽 국가들이 다문화 정책을 포기하게 된 이유는 자국과 이민자들 간의 간극을 제대로 메우지 않은 채 그저 ‘노동력 수급’이라는 목적으로 이민을 받아 들였기 때문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풀이하고 있다.
현재 무슬림 인구가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프랑스의 경우 과거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지역 무슬림들을 ‘저가 노동력인데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받아들였다가 이들이 프랑스 사회에 제대로 어울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한편, 세력을 키워 이슬람교 율법을 프랑스인들에게 강요하면서 사회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도시 인구의 25%가 무슬림인 마르세유에서는 프랑서 현행법 대신 이슬람 율법과 복장을 강요하는 무슬림과 프랑스 주민들 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도 프랑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라비아’라는 말이 나오면 ‘그 수도는 런더니스탄’이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런던 인구의 17%가 무슬림이기 때문이다. 영국도 1980년대 초반 식민지였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이민자들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였으나 이들이 영국 사회의 ‘진정한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영국의 복지혜택은 모두 받으면서도 정작 영국에 대한 의무는 행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종교와 율법을 영국 사회에 강요하면서 수많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자 다문화 정책을 재고(再考)하려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스트리아는 인구의 5분의 1 가까이가 무슬림 이민자와 그 가족들이며, 인구 1천700만 명의 네델란드에는 100만 명에 가까운 무슬림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 나라에서는 무슬림 커뮤니티의 문제를 거론할 경우 공개적으로 보복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독일 또한 300만 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는데 2040년이 지나면 독일 원주민보다 무슬림이 더 많아지면서 사회가 경직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유럽 국가들이 다문화 정책 폐기를 고민 중인 이유 중 하나는 최근 무슬림과 유사한 형태로 이민자들을 마구 송출하는 나라, 중국 때문이다. 중국인들 또한 유럽 곳곳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산다. 문제는 이들이 프랑스 명품기업 본점 앞에서 ‘짝퉁’을 판매하다 적발돼도 경찰에 항의하고, 이탈리아에서는 불법주차딱지를 떼었다고 경찰에 항의하다 체포되어 놓고도 ‘감히 중국인을 무시한다’ ‘인종 차별 한다’며 불법 시위를 벌여 10여 명의 경찰을 다치게 하는 등 현지 국가의 법질서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문화 정책에 가려진 안보 공백
이 같은 다문화 정책의 부작용은 조금 다른 부분에서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외국인들에 의한 각종 범죄다. 하지만 이는 이태원만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어렵기에 일단 제외한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범죄 중 대표적인 것에는 바로 ‘하왈라’와 ‘무수초산 밀수출’이 있다. 불법 환치기 조직인 ‘하왈라(Hawala)’, 서남아시아 출신 외국인들에 의한 무수초산 수출이다. 2005년 여름, 정보기관 요원들로부터 ‘하왈라’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美템플대에서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와 탐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하왈라’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이 조직들의 근거지가 이태원 일대를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왈라’는 은행업을 거의 금기시하는 무슬림 특유의 외환거래방식이다. 이와 유사한 외환거래는 인도, 중국에도 있다. 문제는 이것이 국제금융거래 질서나 해당 국가의 법률을 아예 무시한다는 점. 때문에 범죄조직이나 테러조직들도 이 조직을 많이 활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2004년 11월 방글라데시人이 운영하는 ‘하왈라’ 조직이 400억 원 대 규모의 불법 환치기를 하다 적발됐고, 2005년 5월에는 이란人이 운영하는 조직이 600억 원 대의 불법 환치기를 하다 적발됐다. 2006년 8월에도 200억 원 대의 불법 환치기를 한 방글라데시人 조직이 적발됐고 2008년 11월에는 1천억 원 대의 불법 환치기를 한 파키스탄人 조직이 적발된 바 있다.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이 같은 환치기를 통해 연간 1~3억 달러 내외의 외화가 해외로 밀반출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무수초산 밀수출도 문제다. 무수초산은 헤로인 가공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TNT 제조에 사용되기도 하는 화학물질이다. 무수초산 밀수는 2001년 이란人이 한국에 위장회사를 만들어 밀수출하려다 적발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도 밀수업자들이 계속 적발되고 있다.
그 중 2008년 7월 4일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아프가니스탄人, 파키스탄人등이 경기도 안성의 한 공장을 근거지로 무수초산 12톤을 엔진오일로 위장해 이란으로 수출하려던 것과 2007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무수초산 50톤을 과산화수소로 위장해 밀수출했던 한국 국적의 파키스탄人을 적발한 게 대표적이다. 2009년에는 경영난에 허덕이던 한국인 염색업자가 파키스탄人의 부탁을 받고선 아프가니스탄으로 무수초산 10톤을 염색원료로 위장, 밀수출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파키스탄人 2명은 이미 출국한 뒤였다.
여기서 무수초산 수출 자체가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수출 대상자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나 UN제재국가인 이란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국가에 무수초산을 판매하는 나라처럼 인식되고 있다. 여기다 지난 정권이 친북적 태도를 보이는 데다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제돈세탁방지를 위한 안보기관협의체인 ‘에그몽 그룹(Egmont Group)’이나 OECD의 돈세탁범죄수사기구인 ‘FATF’, UN의 마약범죄수사기구인 ‘UNODC’ 등에 가입하지 않아, 서방 국가들로부터 많은 의심을 받았었다는 점이다.
무수초산 밀수출을 주도하는 위장업체들 다수가 서남아시아 출신이며, 이들이 자신들과 외모가 비슷한 이들 사이에 섞이면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태원을 근거지로 움직인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이유로 이태원은 정부나 정치인들이 보기에는 ‘다문화 정책의 모델’이지만, 그 내막을 알고 나면 ‘안보의 공백지역’으로 비춰진다.
이태원의 진면목, 다문화 정책의 결과 될 수도
이런 문제들이 지난 5년 동안 국회와 언론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되면서 다문화 정책에 대한 우려와 반대가 점차 늘고 있다. 그래도 정부와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극소수에 의한 문제’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권이 ‘다문화’와 ‘인권’을 내세워 외국인을 우대하던 것과는 달리 법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하지만 이태원 주민의 한 명으로써, 또 이태원의 문제를 수 년 동안 추적한 관계자들, 다문화 정책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증언과 주장을 토대로 살펴보면 ‘다문화 정책=선진화 정책’이라고 믿고 있는 현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청소년과 젊은 여성들을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일부 종교단체, ‘외국인 우대=인권’이라고 믿는 좌파 인권단체들의 행태는 이태원이나 다문화 정책의 진면목은 살펴보지도 않고, 그저 ‘선진국’이 실시했던 정책이라서 따라하는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아 우려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