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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성추행·성희롱 피해에 대한 당당한 폭로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청와대와 여당을 덮쳐가고 있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5급 비서관이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성추행 혐의를 받아 사직한데 이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최근 문화계 미투운동과 관련한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제출하라는 요구가 터져나왔다.
민주당 심기준 의원은 21일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메일에서 "비서관이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이유 여하를 떠나 비서관의 잘못은 의원실을 책임지고 있는 나의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최근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만연했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일이 발생하게 돼 죄송할 뿐"이라며 "물의를 일으킨 비서관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심기준 의원의 5급 비서관은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평창의 한 술집에서 30대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지구대로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심기준 의원은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미투운동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직격한 것을 넘어, 그 파도는 정권의 핵심부인 청와대를 향해 덮쳐가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경호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가 진행된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는 최근 미투운동과 관련한 논란의 핵심에 있는 이윤택 전 예술감독의 청와대 출입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윤택 감독이 청와대에 출입한 자료를 달라고 했더니 '줄 수 없다'고 하더라"며 "대통령이 성추행범과 같은 자리에 있었다면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라고 공박했다.
이윤택 전 감독은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2012년 대선에서 찬조연설을 맡았었다. 당시 이윤택 전 감독은 "대통령은 도덕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고 '도덕'을 입에 담았었다.
게다가 이윤택 전 감독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기동창이다. 이처럼 특수관계에 있기 때문에 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에 청와대에 출입했을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소관 상임위인 운영위에 속해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윤택 전 감독의 청와대 출입기록 제출 요구에 자료제출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국민의 의구심만 더욱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자료제출의 불성실 탓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운영위가 속개됐을 때, 발언대에 선 가운데 국민을 대신해 김성태 운영위원장으로부터 엄한 질책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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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운영위에서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문제도 거론됐다.
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청와대가 미투운동에 동참하려면 탁현민 행정관을 정리해야 하지 않느냐"며 '왕행정관'이라 불리는 탁현민 행정관의 거취 문제를 정면에서 언급했다.
그러자 임종석 실장은 "탁현민 행정관이 출판했던 내용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직접 성폭력이 가해진 것과 출판물의 표현이 부적절한 것은 정도의 차이가 구분돼야 한다"고 극력 두둔했다.
앞서 탁현민 행정관은 저서 '남자 마음 설명서'와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로 출판물에 의한 성폭력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탁현민 행정관은 이들 저서와 대담집에서 "남자들이 가장 열광하는 대상은 수학 시간에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발목까지 오는 스커트를 입은 선생님"이라며 "내 성적 판타지는 임신한 선생님"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 첫 성관계를 했다고 밝히며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 여학생을 다른 친구들과 "공유했다"며 "걘 쿨한 애"라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임종석 실장은 이날 운영위에서 "(탁현민 행정관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부 모 아니면 도라고 할 수는 없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했는지 여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두둔을 계속해 '왕행정관'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미투운동 초창기에 흰 장미꽃을 가슴에 꽂은 채 '성평등 정책조정회의'를 하는 등 이에 적극 편승하려던 민주당은 뜻밖에 운동의 방향이 여권 핵심부와 좌파문화권력으로 번져가자 당혹한 기색이 역력한 듯 말을 아끼고 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민주당의 묵묵무답 자체를 공세의 소재로 삼아 고삐를 죄고 있다.
한국당 허성우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추미애 대표는 성폭력·성희롱과 맞서싸우는 사람의 편이 돼주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정작 집안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추미애 대표의 침묵이 바로 또다른 성폭력 사건을 낳는 연결고리이자 사회적 적폐"라며 "마부정제의 자세로 적폐청산을 하자던 추미애 대표의 당당함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비겁한 침묵을 선택한 비열함만 남아 있느냐"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