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치硏, 자영업 비용 첫 분석… "최저임금이 수익악화 주범"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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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들이 기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노동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을 자꾸 말하는데,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카드수수료 인하나 임대차 보호법, 이런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본다.”지난달 31일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최근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최저임금 인상 반발 규탄집회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최저임금 때문에 못 살겠다”는 소상공인의 반발이 최저임금 인상 탓이 아닌 과중한 카드수수료, 임대료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인식과도 맥을 같이 한다.지난달 22일 정부와 민주당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 협의를 갖고 △카드수수료 개편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밝혔다. 카드수수료 개편과 관련해선 담배 등 일부 품목을 카드수수료 대상 품목에서 제외하는 등 판매업체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고, 영세⋅중소 온라인 판매업자는 최대 1.2%포인트, 개인택시 사업자는 0.5%포인트를 각각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 감면키로 했다. 카드수수료가 없는 소상공인 간편결제(제로페이) 연내 구축과 제로페이 소득공제 확대도 추진한다.임대차보호법 개정은 계약갱신청구권은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계약갱신청구권 기한 만료 후 임대계약 연장 의무가 임대인에게 없고, 보증금·임대료 인상 폭의 제한도 없는 탓에 임차인들이 식당 등을 폐업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들이 벌어졌다”는 게 정부 여당의 인식이다.◇정부여당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최근 3년간 카드수수료 지속 하락과연 정부와 민주당의 주장처럼 현재 소상공인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고 반발하는 주요 원인이 카드수수료나 임대료 때문일까.<뉴데일리>는 민간 경제연구소 <파이터치연구원>에 의뢰해 최근 3년간 카드수수료와 임대료 변화를 분석해봤다. 만약 이 기간동안 카드수수료와 임대료가 인상됐다면, 정부와 민주당의 주장처럼 소상공인 수익 악화가 카드수수료와 임대료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카드수수료과 임대료가 인하됐다면 정부와 민주당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오히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탓에 소상공인 수익이 나빠졌을 개연성이 높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3년간 임대료와 카드수수료는 인하됐다.우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5년 2.7%에서 2016년과 2017년 2.5%, 올해 2.3%로 줄곧 떨어졌다. 전년 대비 카드수수료 변화율은 2016년 -7.4%, 2017년 0.0%, 2018년 -8.0%이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카드수수료가 15.4% 인하된 것이다.같은 기간 전년 대비 최저임금 변화율은 2016년 8.1%(2015년 5580원→2016년 6030원), 2017년(6470원) 7.3%, 2018년(7530원) 16.4%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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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2015~2017년까지 7~8%대의 인상율을 기록했던 최저임금은 올들어 급격히 인상(16.4%)된 반면 카드수수료율은 점진적으로 인하됐다. "카드수수료가 소상공인 수익 악화에 영향을 줬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라정주(45) 파이터치연구원 산업조직연구실장은 “카드수수료율과 최저임금 인상율 상한선은 모두 정부가 결정한다. 지난 10년간 카드수수료 추세를 보면 정부는 카드수수료를 동결 내지 인하했다”며 “현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소상공인 수익이 개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임대료도 최근 3년간 하락 추세…결국 급격하게 변한 건 '최저임금' 뿐임대료도 최근 3년간 하락 추세에 있다. 파이터치연구원이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중대형 상가의 연간 평균 임대료는 ㎡당 2만9100원으로 지난해 2만9600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전년(3만1100원)에 비해 4.9% 감소했다. 2016년 임대료 역시 전년(2015년 3만1800원) 대비 2.2% 떨어졌다. 중대형 상가는 일반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를 초과하는 상가를 말한다.아파트 같은 다세대 주택 내에 있는 집합상가도 소폭이지만 최근 3년간 하락 추세에 있는 건 마찬가지다. 올해 집합상가의 연간 평균 ㎡당 임대료는 지난해와 같은 2만8600원을 기록했다. 2015년 2만8800원, 2016년 2만8700원이었다. 최근 3년간 0.1~0.5%포인트 인하된 것이다.라 실장은 “최근 3년간 임대료와 카드수수료는 인하되고, 최저임금은 지난해까지 평균 7%선에서 인상됐지만 올해 16.4%로 급격히 인상됐다”며 “소상공인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건 결국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때문이 아니라 평균의 2배 이상 오른 최저임금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속도 조절 없이 임대료와 카드수수료만 인하한다면 그 손해는 국민에게 돌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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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없는 '제로페이'?…모든 페이는 수수료 '제로'연구원은 정부여당이 카드수수료 개편과 함께 소상공인 지원대책으로 추진하겠다는 ‘제로페이'(카드수수료를 제로화하는 결제시스템)도 말이 안된다고 했다. 여신(금융기관에서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 기능이 없는 '페이'는 당연히 수수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라 실장은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이 인건비 부담을 갖게 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정책의 하나가 바로 카드수수료 제로화 방안"이라며 "페이의 개념은 자기 돈을 계좌이체하는 것인 데, 왜 수수료를 내냐"고 반문했다.그는 이어 "카드수수료 인하가 소상공인 수익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카드사들이 신용카드결제시스템 유지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막대한 자금을 빌려오는 데, 카드수수료를 제로화 한다는 건 이 비용을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기준 전체 카드사들의 평균 자금조달비용은 1조6100억원에 달했고, 평균 자금조달 금리는 연 2.31%로 집계됐다.라 실장은 "카드수수료는 카드결제서비스에 대한 가격으로 물건에 대한 가격과 같다"며 "여신 기능이 있는 현재 카드결제시스템에서 카드수수료를 제로화한다는 건 비용을 결국 소비자인 카드 이용자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카드 소비 감소로 이어져 소상공인 매출은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