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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이 아이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갔을까?
우리의 아들-딸-손자-손녀-조카들과 똑같이 해맑게 웃고,
사진 찍을 때 귀엽게 손짓도 하는 이 아이들,
누가 차디차게 얼어 붙은 [죽음의 땅]-[죽음의 구렁텅이]를 향해
이들을 쇠사슬로 엮어 강제로 데려 갔을까?이 아이들이,
이 사태에 책임있는 사람들의 친 자식-손주-조카 였다면,
과연 그들이 그렇게 심드렁하게 업무를 처리 했을까?다음은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 고아 9명 사건과 관련,
관계자들의 말을 정리한 내용이다. -
#. 5월 10일, 라오스 북부 우돔사이
한국이 주씨 부부와 탈북 청소년 9명 등 11명은
열흘 간에 걸쳐 중국 대륙을 횡단한 뒤
라오스 북부 우돔사이에 도착했다.이들은 버스를 타고
한국 대사관이 있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으로 향했다.준비는 단단히 했다.
한국인 관광객으로 위장하기 위해
이미 한국에 있는 북한인권단체로부터
단체복도 협조받은 상태였다.중간에 걸린 라오스 경찰의 불심검문.
<경찰>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부부> "한국에서 관광차 데리고 온 아이들입니다."
<경찰> "여행사를 통해 오셨나요?"
<부부> "네…"
그냥 넘어가는 듯 싶더니,
뜻밖에도 경찰은 "해당 여행사를 전화로 연결해달라"고 요청했다.주 씨는 여행사 번호를 "모른다"고 둘러댔지만,
경찰은 또 "여권을 보여달라"고 꼬치꼬치 캐물었다.주씨는 여권은 "호텔에 두고 왔다"고 한 뒤 한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대사관 관계자는 경찰과 직접 통화한 뒤 주씨에게 말했다.
<대사관 관계자>
"이미 북한에서 온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으니 경찰에 협조하는 게 좋겠다."
이에 주씨는 경찰에 "탈북자가 맞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대사관 관계자의 말과는 다르게,
경찰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3번이나 물었다.<경찰> "진짜 북한에서 왔습니까?"
우돔사이 지역에 억류되자 주씨는 다급해졌다.
하루 수백 통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한국대사관에 보냈다.
그러나 한국 대사관은 "걱정하지 말라"며 보안 유지만을 부탁했다.
닷새가 지나자 우돔사이 이민국은
[한국대사관으로 데려가겠다]며 이송경비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이 말을 믿은 주씨는 순순히 1,500달러(약 170만 원)를 줬다.
#. 5월 16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하지만, 주씨 부부와 탈북자들이 도착한 곳은,
한국대사관이 아닌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이민국이었다.문제가 발생했다고 느낀 주씨는 또 수시로 한국대사관에 연락했다.
한국에 있는 관계자들에게도 부탁했다.국내에 있던 주씨 어머니와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도
대사관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이민국에서 미국대사관까지는 30분 정도,
한국대사관까지는 1시간 반~2시간 거리였다.처음 이민국에서 조사를 받을 땐
자유롭게 외출이 가능할 정도로 편한 분위기였다.그런데도, 한국대사관에서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 5월 20일
통역을 하겠다며 한국 남성으로 보이는 2명이
이민국으로 찾아왔다.<조사관> "최근 탈북자들이 한국에 갔다가 살기 어려워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데 너희는 왜 한국으로 가려느냐"<아이들> "북한에서 배고파 죽느니 한국으로 가려고 한다."
주씨는 조사관 2명 중 한 명이
북한말을 잘하는 것을 보고 수상히 여겨
한국대사관에 "의심스럽다"고 했다.그러나 대사관측은
"이민국이 진짜 탈북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떠보는 거니까 겁먹지 말라"는 설명이 돌아왔다."거기까지 왔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이 남성 2명은 탈북자들의 사진을 찍어갔다.
아무래도 불안한 주 씨는 한국 대사관에
"여기서 한국-미국대사관이 가까우니 탈출을 시도하면 어떠냐"고 물었다.대사관은 위험하다며 만류했다.
#. 5월 24일
남자 2명이 다시 이민국에 나타나
탈북자의 자필 사인을 받아갔다.이날부터 이민국의 태도가 급변했다.
자유로웠던 이들의 외부 출입과 면담을 전면 불허하기 시작한 것.
#. 5월 27일
이민국은 "한국으로 데려다 주겠다"며 아이들을 나오라고 했다.
주 씨 부부는 별도로 억류됐다.창문으로 차가 떠나는 모습을 본 주 씨가 한국대사관에
"아이들을 빼돌렸다"고 신고했다.대사관 직원은 그제서야 이민국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외교부는 "억류 사실이 파악된 10일부터 영사 접견을 요구했으나
라오스 정부가 허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그러나 주 씨는
"라오스는 현지의 내 지인에게는 3차례나 면담을 허용했고
23일까지는 태도가 온건했다"고 강조했다.라오스 현지 소식통은
"이민국에 가본 사람이면 다 안다.
일반인들도 돈만 주면 누구나 쉽게 만날 수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