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소환 임박 '옥시 전 CEO', 알고보니 'IT업계 리더'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2005~2010년 '옥시레킷벤키저' CEO 재직..가습기 판매고 최고치로 끌어올려
  • ▲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를 항의 방문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덕종씨와 환경보건시민단체 최예용 소장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시스
    ▲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를 항의 방문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덕종씨와 환경보건시민단체 최예용 소장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시스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판매를 최종 승인한 혐의로 검찰 소환 대상이 된 '옥시레킷벤키저'의 전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중에 현 구글코리아 사장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지난 8일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한국계 미국인 존 리(48) 전 옥시 대표와 거라브 제인(47·인도 국적) 전 대표 등, 신현우(68) 전 대표 이후 옥시 경영을 책임졌던 외국인 임원 6, 7명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검찰 소식통은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을 개발한 옥시 연구소의 전·현직 연구원들이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에게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에 대한 유해성 여부 실험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영진이 PHMG의 독성 실험 필요성을 보고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제품 판매를 지시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존 리 전 대표와 거라브 제인 전 대표는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의 판매가 가장 활발했던 2000년대 중·후반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영을 책임졌던 인물들로, 결과적으로 유해 제품 판매를 최종 승인했다는 점에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중론이다.

  • ▲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를 항의 방문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덕종씨와 환경보건시민단체 최예용 소장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시스


    '테스코'에서 잔뼈 굵은 유통전문가

    2014년부터 'IT 전문가'로 화려한 변신


    2010~2012년 사이 '옥시레킷벤키저'의 국내 법인 대표를 맡았던 거라브 제인 전 대표는 재직 기간 중, 옥시의 의뢰를 받은 서울대 수의학과 조OO 교수가 옥시 측에 유리한 실험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광범위한 증거위조 행위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가습기 살균제)유해성 증거 은폐 의혹의 핵심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신현우 전 대표에 이어 2005~2010년 사이 '옥시레킷벤키저'의 CEO로 재직했던 존 리는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의 판매고를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인물. 검찰은 존 리 전 대표를 상대로 당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고객들로부터 가슴 통증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민원을 받고도 판매를 강행한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2010년 옥시를 나와 테스코 말레이시아법인에서 마케팅과 전자상거래 사업 등을 주도하던 존 리는 2014년 구글코리아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 검색서비스 개발·관리 및 다양한 부대 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근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보육 기관인 '구글캠퍼스 서울'을 개관·운영하면서 여러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문제는 대외적으로 구글코리아의 CEO가 '존 리'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법인등기부상에는 '매튜스캇서처먼'이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는 점이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보도된 각종 언론 기사를 보면 구글코리아를 대표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존 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3월 열린 '구글 임팩트 챌린지(Google Impact Challenge)' 기자간담회에서도 존 리는 구글코리아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나 '서류상'으로는 지난 2013년 8월 30일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자리에 취임한 매튜스캇서처먼이 현재까지도 구글코리아의 CEO로 재직 중인 것으로 표기돼 있다. 구글코리아가 지난 3월 한 언론사에 보낸 공문에서도 구글코리아의 대표이사 이름은 존 리가 아닌, 매튜스캇서처먼으로 적혀 있었다.

  • ▲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를 항의 방문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덕종씨와 환경보건시민단체 최예용 소장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시스

  • ▲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를 항의 방문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덕종씨와 환경보건시민단체 최예용 소장 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뉴시스



    대외 활동은 존 리, 서류상에는 매튜스캇서처먼

    구글코리아 진짜 CEO는 누구?


    본지가 구글코리아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해본 결과, 역대 임원 명부 속에 '존 리'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원진 대표이사가 2011년 사임하고 같은해 염동훈 전 대표가 새 CEO로 취임해 2013년까지 재직하다 매튜스캇서처먼이 같은해 대표이사 자리를 넘겨 받은 것으로 나와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존 리가 구글코리아의 새 대표로 선임됐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았다.

    반면 지난 2013년 11월 26일 전 언론사에 보도된 기사에는 "테스코 출신 재미교포 유통전문가 존 리가 구글코리아의 신임대표로 선임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물론 구글코리아가 '임원 갱신'을 하지 않아 서류상 '존 리'의 이름이 누락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호주 국적의 피오나메리본즈가 올해 4월 1일 새 이사로 취임한 내용이 등기부에 올라온 것을 보면, '갱신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존 리의 취임 자체가 기록에서 말소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현행법상(상법 635조 제1항 1호) 등기(갱신)를 게을리하거나 부정(不正)한 공고를 낸 법인의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돼 있다.

  • ▲ 구글코리아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부분 캡처.
    ▲ 구글코리아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부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