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은 김무성 만나 '역할' 호소… "캠프 합류, 吳 본인은 이미 결정했다" 낙관
  • ▲ 바른정당 오세훈 최고위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취재진과 만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캠프 합류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바른정당 오세훈 최고위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취재진과 만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캠프 합류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으로부터 선거 캠프를 총괄하는 역할을 제안받은 바른정당 오세훈 최고위원의 캠프 합류가 막바지 '명분쌓기'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반기문 전 총장과 오세훈 최고위원은 31일 저녁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오세훈 최고위원에게 재차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오세훈 최고위원은 일단 역으로 "바른정당에 입당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반기문 전 총장이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양자 간의 회동이 일단 이날은 결론을 맺지 못하고 마무리된 것이다.

    양자 간의 '밀당(밀고 당기기)'은 지난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기문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최고위원을 만나 "도와달라"며 선거 캠프를 총괄하는 역할을 제안했다.

    문제는 사흘 뒤인 24일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오세훈 최고위원이 아직 구성되지 못한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의 대표자 격으로 당연직 최고위원에 지명됐다는 것이다. 어엿한 정당의 지도부 인사가 무당적(無黨籍)인 대권주자의 선거 캠프를 총괄한다는 이상한 모양새가 되고 만 것이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도 중앙당 창당대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최고위원이 무소속인 대권주자를 돕는다는 게 정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그렇기 때문에 오세훈 최고위원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곤혹스러운 감정을 토로했다.

    정치적으로 '이상한 모양새'가 형성된 가운데 앞서가는 보도만 잇따르자, 마침내 당내에서 먼저 파열음이 났다.

    3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혜훈 최고위원은 반기문 전 총장 측을 향해 "사정이 어지간히 딱한 모양"이라면서도 "당사자(오세훈 최고위원)가 깔끔하게 정리하는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면전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직후 비공개로 전환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세훈 최고위원은 적극 해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최고위원은 "반기문 전 총장이 당 외부에 플랫폼을 만들어 당대당 통합 모양새를 만들어간다는 것 아니냐"며 "그걸 국면 전환시켜서 바른정당과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최고위원은 이날 정병국 대표에 이어, 유승민 의원·남경필 경기도지사와도 연쇄 회동하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반기문 전 총장 캠프 참여가 확정되면, 바른정당 최고위원직을 사임하겠다는 뜻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최고위원의 캠프 합류 문제로 '잠재적 우군'인 바른정당 내에서 파열음까지 들려오자, 반기문 전 총장의 몸이 달았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바른정당의 '큰형님'인 김무성 의원과 전격적으로 오찬 회동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이틀 전인 29일 이미 한 차례 회동을 통해 패권정치 청산과 개헌, 바른정당 입당 및 경선 참여 문제 등에 있어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불과 이틀 만에 왜 다시 만나야 했는지 의아하게 여기는 정치권 관계자들이 많았다.

    이 자리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오세훈 최고위원의 캠프 합류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김무성 의원이 모종의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전 총장이 이처럼 오세훈 최고위원의 캠프 합류에 적극적인 것은 지지율 정체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정무를 비롯한 캠프의 전반적인 면모 일신이 필요한데, 이를 총괄해야 할 자리가 가(可)도 부(否)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공석이 길어지자 초조해진 탓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차라리 오세훈 최고위원이 '밖에서 돕겠다'고 했다든지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표명했더라면 다음 순서로 넘어가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반(半)승낙은 한 것 같다"며 "뜻하지 않고 바른정당 내에서의 분란까지 야기하자 결국 김무성 대표에게 SOS를 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긴박한 움직임 속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오세훈 최고위원도 "반기문 전 총장의 입당을 추진하겠다"고 한 데 이어, 직후 회동에서 실제로 입당을 권유함으로써 '명분쌓기'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오세훈 최고위원의 캠프 합류와 관련해 "본인은 이미 결정을 했다"며 "바른정당 최고위원으로 선임됐기 때문에 내부 절차를 마무리 중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류를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