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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여주 신진교가 무너졌다. 서울의 집중호우로 광화문 일대가 초토화됐을 때다.
4대강을 반대하던 매체들은 물론 통신사들도 앞다퉈 ‘4대강 준설’ 연관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
- ▲ 신진교 교각의 넓은 쪽이 왼쪽 상류 비스듬히 쏟아져내려오는 강물의 압력을 그대로 받게 설계돼 있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앞의 교각이 안으로 쓰러지면서 상판이 뒤틀려 뒤의 교각은 상류쪽으로 기울었다.ⓒ
그런데 그 다리이야기가 아직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류피해로 노인들 가을 농사도 망치고, 본류준설로 다리가 붕괴된 듯 전하는 현장기사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엔 미국의 하천전문가라는 사람도 조연으로 등장해 환경단체와 함께 무너진 신진교 앞에서 ‘4대강 훈수’를 뒀다.
국회의원도 빠지지 않았다.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백재현 의원(민주당)은 여주군 일대의 소하천 피해 현황을 현장 조사한 결과, "남한강 본류의 무리한 준설로 하상이 깊어져 본류로 향하는 지천의 유속이 급속히 증가한 것이 피해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4대강 본류에 물을 채우기 위해 강바닥을 무리하게 준설하면서 하상은 더욱 깊어진 반면, 본류와 연결돼 있는 지류의 유속이 빨라지게 된 것이 수해 피해의 주요 원인이라는 그럴듯한 설명도 덧붙였다.
4대강 단골반대 매체도 교대로 신진교 난타를 했다. “돈은 본류에 쏟아붓더니 피해는 지류만 나더라” "4대강 준설→소하천 유속증가→물난리"론으로 그럴듯한 인과관계 분석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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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너진 신진교 주변의 강. 호안블럭이 설치된 제방이 거의 직선으로 나 있다.ⓒ
그래서 여주 신진교를 가봤다.
신진교는 남한강 본류로 들어서는 연양천이 본류와 만나기 전 마지막 놓여있는 다리다.
연양천은 폭 10여미터에서 20여미터 사이의 소하천이다.
신진교는 생긴지 41년된 노후다리다. 하천이 직선으로 가다 40도 정도 꺾이는 지점에 놓여있다. 다리를 중심으로 상류나 하류 거의 직선으로 호안블록이 설치돼있고 거의 직선형이다.직선형 하천, 유속 더 빨라졌을것
교각을 봤다. 교각은 기둥형이 아니라 통으로 이어진 벽체형이다. 교각 하나는 안쪽으로 기울어있다. 뒤틀린 상판의 압력으로 다른 한 교각은 상류방향으로 살짝 고개를 숙인채 역시 둑 방향으로 기울어있다.
4대강 반대자가 “모래가 다 파여나가 쓰러졌다”고 한 말이 맞는지, 교각 아래를 유심히 살폈다. 모래는 쓸려나가지 않고 지금도 교각기초 부분을 모두 덮고 있다. 하천의 다른곳 모래 높이보다 낮지 않았다.
더욱이 교각에서 하류로 수m 아래 수중보가 있었다. 물을 가두기보다는 모래높이로 파묻혀 있는 것으로 보아 모래가 쓸려나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수m 아래 똑같은 보가 모래 속에 숨어있었다. 역시 두 보 사이에 모래가 꽉찼고, 그 보 앞 상류의 교각까지 같은높이로 모래가 꽉 차 있었다.
두 보는 교각을 둘러싸고 있는 모래를 물살이 쓸고 나가지 않도록 아래에서 막고 있었다.
비전문가라도 모래가 쓸려나가 교각이 쓰러진 것으로는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 ▲ 본류제망위에서 본 연양천 모습. 멀리 무너진 신진교가 보이고, 가까운곳에 수년전 세운 수위조절용 보가 보인다. 올해 폭우로 이 보옆의 흙까지 패여 나갔다.ⓒ
그런데 교각 각도가 이상했다.교각 방향을 물의 흐름과 평행하게 설계했으면 물의 저항을 가장 적게 받을텐데 교각의 넓은 쪽으로 물 흐름을 받아내는 구조였다.
다리가 동서로 나면 교각은 통상 남북으로 배치된다. 그러나 물길이 남북이 아니라 남동에서 북서로 흐른다면 교각도 남동에서 북서로 배치해야 물의 저항이 가장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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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리 방향이 동-서인데 교각은 정직하게 남-북으로 배치한 격이었다. 하천의 물은 남동에서 북서 방향으로 흐른다. 이 경우 남북으로 배치된 교각은 당연히 남동쪽에서 오는 물을 넓게 만나게 되니 수압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위 사진)
이런 것도 교각을 기울게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 같았다. 전문가인 심명필 4대강추진본부장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강으로 쓸려가는 토사 과거보다 많다 단정 못해
두번째 토사 유실 증가 주장과 관련 몇년전 위성사진을 보자. 이 하천에서 본류로 흘러드는 토사가 나일강 삼각주처럼 심각한 모습임을 알 수 있다. 당시엔 연양천에서 본류로 많은 토사가 밀려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본류와 지류 경계선에 수문을 달아 물살의 속도를 늦춰 급속으로 토사를 몰고 본류로 흘러드는 것을 줄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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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년전 수문설치전 찍힌 위성사진. 당시엔 지천의 토사가 거침없이 본류로 쏟아져 들어왔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왼쪽 흰 부분은 지류의 수위를 유지하고 유속을 줄이기 위한 보를 건설하는 곳이다. ⓒ
또 이 수문과 무너진 신진교 사이엔 여주군에서 만든 가동보가 지금도 있다(위성사진엔 당시 공사중). 이것도 물 흐름을 조절하고 수위를 유지해 준다.
즉 한강본류를 준설하는 바람에 지천 유속이 빨라져 다리밑 모래까지 쓸면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은 수년전보다 토사 유실방지, 유속 방지장치가 이중삼중으로 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4대강 반대측은 아마추어처럼 사실을 외면하고 4대강 준설 탓이라며 비난하거나, 알고도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 본류 준설 때문에 지류 유속이 빨라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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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주 지천과 한강본류가 만나는 지점에 수년전 설치된 수문. 무작정 지천의 물이 쏟아져들어오지 않게 지천의 수위를 조절해준다.ⓒ
이것은 4대강사업에서 목표로 하는 것이 이뤄지는 것이다. 반대자들이 바라던 바이기도 할 것이다.
반대자들의 주장은 그동안 입만 열면 “홍수가 나는 지류를 정비해 물을 잘빠지게 하자”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4대강 준설→소하천 유속증가→소하천 물난리" 도식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4대강에 뒤집어씌우기를 하는 것이다.여주의 주민 변 모씨는 “5대째 여주에 산다. 준설로 지천의 물이 잘 빠지는 바람에 지난번 물난리 때도 여주 읍내 물이 몇 시간 만에 다 빠졌다. 옛날 홍수 같았으면 며칠은 잠겼을 거다”라고 했다.
토목전문가인 여주 공사현장 관계자도 “여러 정황을 볼 때 노후된 다리가 설계 잘못까지 겹쳐 폭우에 무너진 것일 뿐”이라며 “일부 반대측 주장은 상식이하”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