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러 해군 서해상 연합 해상훈련의 의미

    한미연합사 해체를 추진하고 미국도 2005년부터 주한미군(약 1만 명)을 철수하자, 중국과 러시아가 힘의 공백이 발생한 서해로 영향력 확대 시작

    김성만

     

    중국과 러시아 해군이 지난 4월 서해에서 연합(聯合) 해상훈련(해상연합-2012)을 실시했다. 양국 해군은 4월 22일~ 29일 간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 주변해역에서 주력 함정과 해군항공기를 동원하여 호송작전, 대공훈련, 대잠훈련, 해양수색과 구조, 피랍선박 구출, 대(對)테러 및 전자전 훈련, 실탄 사격, 해상 사열 등을 했다.
     훈련은 작전 기획, 실전 연습, 해상 사열, 교류 세미나 등 4개 단계로 나누어 진행됐다. 양국은 훈련을 위해 공동 감독부서를 설립하고 중국해군 부사령관 딩이핑(丁一平) 해군중장이 중국 측 총 감독을 맡고, 러시아해군 부참모장 수하노프 해군소장이 러시아 측 총 감독을 맡았다. 이번 훈련은 지난해 8월 천빙더(陳炳德) 중국군 총참모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합의한 것이다.

    훈련 특징?

     참가전력(함정 20여척, 병력 1만 여명)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중국에서는 전 함대(북해·동해·남해)에서 차출된 구축함·호위함·잠수함 총 18척과 해군 특수부대가 투입됐다. 러시아에서는 태평양함대의 기함(旗艦)인 순양함 바랴크(11500톤)함을 비롯해 구축함 등 7척이 참가했다.

     러시아는 이외에도 해병대 등을 파견하고, 아덴만에서 해적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는 함정도 서해로 불러와 훈련에 참가시켰다. 홍콩 밍(明)보는 이번 훈련이 규모 면에서도 지금까지 양국이 참가했던 훈련 가운데 가장 크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해에서 2005년 8월 18일부터 1주일간 연합 해상훈련(평화의 사명 20005)을 최초로 실시했으나 이번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한편 홍콩 언론들은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스랑(원 명칭 Varyag)함이 4월 20일 다롄(大連) 항을 떠나 제5차 시험항해에 나섰다는 점을 들어 이번 훈련에 스랑도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스랑이 시험 운항할 보하이(渤海)만 일대는 칭다오 해역 바로 북방에 있다.

     항모가 기동하려면 구축함 등 항모전단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번 중·러 훈련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모의 훈련참가여부 등 세부적인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연합 해상훈련 중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보안이 치밀한 프로젝트도 포함되어 있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훈련 목적?

     한-미, 미-일 군사협력관계에 대한 중국·러시아의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 그리고 중·러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한 포석이다. 양위진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이번 훈련은 美 태평양함대의 군사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 대변인은 이어“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핵심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며“양국이 매우 우려하며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을 이번 군사훈련을 통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상하이 푸단(復旦)대 탕번(湯本) 교수는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이번 훈련에서 러시아는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군함을 지원하고 중국도 마찬가지로 해군을 지원한다는 게 핵심”이라면서“이 과정에서 일본은 매우 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함정은 4월 15일 중국함정과 같이 블라디보스톡항을 출항하여 혼합 편대를 구성해서 동해와 대한해협(부산-대마도 중간)을 거쳐 서해로 진입했다. 중국 명보는 중국 북해함대가 미사일 구축함을 파견해 러시아 함대와 혼합 편대를 편성한 후 대한해협을 가로질러 서해로 진입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제공권 및 제해권 확보 훈련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중국과 러시아 함정이 연합으로 한반도 포위작전을 연습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런 목적의 훈련이 앞으로도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콘스탄틴 브누코프(61) 주한 러시아대사는 5월 3일 제42회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포럼에서 이 훈련과 관련해서“러시아는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그동안 정해진 계획에 따라 이런 훈련을 계속해온 만큼 앞으로도 훈련은 정기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

     우리의 서해 바다가 국제전의 무대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 동안 서해는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내해(內海) 성격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2003년 초부터 전쟁억제력인 한미연합군사령부 해체를 추진하고 이에 따라 미국도 2005년부터 주한미군(약 1만 명)을 철수하자, 중국과 러시아가 힘의 공백이 발생한 서해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서둘러 2005년에 서해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후 중국은 서해/남해에서 EEZ 확장을 추진하면서 2006년에 이어도(해양과학기지)에 대한 영유권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은 한미(韓美)억제력 약화가 발생한 서해(서해5도)에서 2010년에 천안함을 폭침(爆沈)하고 연평도를 무차별 포격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두 사건에서 북한 편에 서서 지원했다. 특히 중국은 우리 정부가 후속조치로 실시한 동해/서해 한미연합훈련을 그토록 반대한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연합 해상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반도 영향력 확대에 나서게 된 것이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패배하고 요동반도(여순)에서 철수한 이후 100년 만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연합사가 2015년 12월에 해체되면 한국은 동·서·남해에서 러시아·중국해군력과 단독으로 맞서면서 해양 국가이익을 지켜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국제 정치·군사적 흐름을 알고 잘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해군력 증강(병력과 장비)은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konas)

    김성만 (예비역 해군중장. 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