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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은
과거 기자의 학창 시절.
어느 학교, 어느 수업, 어느 선생님이 [어느 교장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실제 그 학교 교장 선생님 얘기를 한 것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느 교장 선생님]에 비유해 설명한 것이었다."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을 아침 일찍 등교 시켰고,
1분이라도 지각하는 학생은 가차없이 벌을 줬다.머리는 빡빡 밀게 해, 조금이라도 긴 학생이 있으면 [바리깡]을 이용해 밀어버리기 일쑤, 수업 시간에 조금이라도 조는 학생이 있으면 뺨을 2~3대씩 때리게 만들었다.
늦게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시키는 것은 당연했고,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앞으로 불러다가 시험지를 [박박] 찢어버리며 다그쳐
많은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줬다.덕분에 그 학교 성적이 올랐다.
그런 교장 선생님을 [학생 성적을 올린 교장]이라고 다시 부르려는게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의 모습이다."#. 낸시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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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낸시랭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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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와 팝아트 투어] 행사에 참가한 한 여성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에 전시된 육영수 여사 실물 모형 옆에서 손가락 욕을 하고 있는 모습
낸시랭과 팝아티스트 일당들이 [박정희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퍽큐녀]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의 사진 패널에 [손가락 욕]을 했다.낸시랭은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 패널에 뽀뽀하고,
박 전 대통령 어깨 위에 고양이 인형을 올려놓기도 했다.#. 뉴데일리 기자는
구미역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이런 저런 [박정희]와 얽힌 기억들을 더듬어봤다.열차가 구미역에 도착, 역을 나오면서도 기자는
[박정희]가 누구인지 계속해서 생각한다.그 당시를 살아보지 않았으니 그가 누구인지 알려면,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동안 박정희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만 훨씬 더 많이 들었는데….
순간 역 앞에 <구미관광안내소>가 눈에 띈다.
박정희 생가에 어떻게 가야할지 몰랐는데 마침 잘 됐다."박정희 생가에 어떻게 가야하나요?"란 질문에
안내원은 표현은 서울말과 비슷하지만,
억양이 다른, 존대말을 쓰는 듯한 구미 사투리로 말했다."원평동, 중앙시장 방면으로 나가셔서 쭈욱 걸어가시면 XX리아가 나옵니다.
거기서 15번 버스타시면 돼여."
기자는 구미 사투리가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면서
왜 구미 신문은 구미 사투리를 쓰지 않을까 하고 의문을 갖는다.[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꼭 써야할까?
나중에 지역 신문을 창간한다면 한 번 구미 사투리를 써보리라 마음먹는다.기자는 대화할 때 남의 특이한 말버릇을 살짝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표정이나 행동도 따라한다.
박사를 만나면 박사인 척, 건달을 만나면 건달인 척, 대학생을 만나면 대학생인 척..물론 어느 정도 따라하고 싶은게 있을 때 그렇게 하긴 하지만,
갑자기 기자는 ‘박정희 생가에 가려면 무슨 척 해야할까’란 고민에 휩싸인다.‘아하, 박정희처럼 군기있는 척!’
안내원의 말을 따라 기자는 절도있는 걸음걸이로 XX리아로 향한다.무질서하게 웃고 떠드는 젊은이들을 보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려다 만다.[박정희]에 관심이 없가나 독재자로 생각할지도 모를 그들에게 괜히 물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받진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어느 틈엔가 기자는 XX리아 앞에까지 와 있었다.
이곳에서 15번 버스를 타고 [박정희 생가] 정류소에서 내리면 된다.
40여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버스는 잘 오지 않았다.
#.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
15번 버스에는 많은 사람이 타지 않았다.
그래도 박정희 생가에 가는 버스인데,
박정희 사진이 붙어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한다.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분명
[유신 불화]라느니, [찬양 강요]라는 등의 말이 나올 것이 뻔하다.그래도 박정희는 인기라도 있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면?
찬양-고무죄에 해당하지 않는 "전두환 전 대통령 만세"를 자유롭게 외칠 수 없는 우리 나라다.
전두환 죽이겠다는 영화가 나올 정도다.찬양-고무죄를 폐지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만세"를 자유롭게 외치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있는데 말이다.기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만세"를 외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만세”를 외치는 것에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것을 잘 안다.박근혜에게 북한 김정은 만나러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박근혜가 만약 전두환 만나러 간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자 박정희 생가 앞에 이르렀다.
주변을 둘러보니 지나다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생가로 향하던 찰나에 뒷편 도로 한 가운데 낡아보이는 사진 하나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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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어느 한 농부에게 막걸리인지 뭔지를 따라주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다.
[다시 보고픈 그 모습]이란 글귀도 적혀있다.박정희 모습이 어찌나 소박해보이던지 군기있는 척하던 기자는 다소 군기가 빠졌다.
#. 생가 입구에 들어서자
"하나, 둘, 셋… 찰칵."
생가에 들어서자 박정희-육영수 실물 사진 패널 앞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거나, 찍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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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즐겁게 사진을 찍는지 기자는 그들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봤다.간혹 구형 핸드폰 카메라를 통해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보이면,
"제가 찍어드리겠습니다"하고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기자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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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에는 안채와 사랑채, 분향소(焚香所)가 있다.
분향소로 가자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웅글웅글 모여있다.
분향소도 분향소지만 그 어른들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
꼬깃꼬깃한 천 원 지폐를 내민 어느 할머니."경건한 마음으로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한테 인사해야제."
이 할머니의 말처럼 확실히 이날 이곳을 찾은 어른들은 실제로 경건한 표정들이었다.이들은 자신의 바람이나 사연 등을 말하며 박정희-육영수 영정에 분향했다.
"아이고, 우리 대통령 많이 도와주세예."
"안됐어 안됐어. 딸이라도 오래 살아야지. 도와주세요 많이."
"아이고, 우리 대통령 많이 도와주세예."
그 중 어느 한 분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묻자"이 분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살게 됐지.
안 그랬으면, 택도 없어.
젊은 사람들은 하나도 몰라."
다른 한 분은"우리나라는 안돼.
국회의원들 오래하면 안돼.
다 바꿔버려야 돼.
지금 봐봐. 저그들끼리 싸우고 난리여.
독재였기 때문에 이렇게 잘살게 된거야."
또 다른 분은"옛날에 우리가 다 같이 겪었기 때문에 잘 알지.
보릿고개 같이 살았다 아이가.
나라를 이렇게 부강하게 만들었잖아."
또"박정희 전 대통령 딸이 대통령 되니까 너무 좋지.
얹혀 있던 게 싸악 내려갔어."
또"야당에서 다 갖다 바쳤는데 북한이 하는 꼬라지를 봐봐.
북한은 박정희처럼 다뤄야 돼.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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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저곳
기자가 사진을 찍어대니 이곳 관리자가 다가와 "혹시 기자 분이시냐"고 묻는다.
최근 낸시랭 사건으로 인해 기자들을 보면 난감하다는 것.그런 걱정은 안해도 괜찮으니, 그 대신에 이것저것 알려달라고 했다.
관리자는 "보통 주중에는 1,000여명, 주말이나 공휴일은 3,000여명 이상 방문해여"라고 말했다.이날은 울산-부산 지역에서 온 사람들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있었다.
생가 바로 앞 [민족중흥관]에 가면 사람들이 더 많다고 했다.그러나 민족중흥관은 지금 문을 닫았다.
민족중흥관은 6시에, 생가는 6시 30분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동상은 24시간 볼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박근혜 대통령 덕분에 올해 방문자가 훨씬 더 늘어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일한 지 2달 밖에 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윗 사람들 말로는 그렇다고 하더라"고 한다.기자는 24시간 볼 수 있는 박정희 동상을 보러갔다.
한편, 관리자는 <뉴데일리>는 몰랐지만, <변희재>는 잘 알고 있었다.
#. 동상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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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을 휘 한바퀴 돌고 나니, 한 남성이 그의 아들-딸과 사진을 찍으려는 듯 말한다.
그 남성은 양주에 산다는 44살 함문기씨.
그 나이에 어찌 저런 밝은 표정이 나오는지….<함문기>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시겠어요?"
마땅히 알아 보아야만 할 사람인 듯 싶어 흔쾌히 수락했다.<기자> "처음이신가 봅니다. 와보시니 어떠세요?"
<함문기> "와봤더니 업적이 대단하죠. 진짜 멋진 대통령이에요.
제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는데 안타까워요. 암살당하셔서."
기자는 말을 이어,<기자> "그 땐 어떠셨습니까?"
<함문기> "(박 전 대통령을) 동네 어르신들 얘길 하도 듣고 그래서
아이들도 알 수 밖에 없었죠.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었어요.
초가집 지붕을 내렸는데 거기에서 뛰어내리고 그러고 놀았어요."
새마을운동 당시
초가집을 슬레이트와 함석(양철) 지붕으로 바꾸는 지붕개량 사업에 대한 추억이었다.기자는 그의 말보다 그의 표정을 주목하며 계속 귀를 기울였다.
<함문기> "또 인부들이 도로를 넓힌다고 삽으로 (땅을) 팠는데, 거기 들어가기도 하고,
(거기서) 못나와서 운적도 있고…
제 나이 또래들은 호롱불을 잘 모르는데, 전 기억해요.
그래서 그 때 전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 환한 빛 들어오는게 신기하고, 밤이 없어졌어요."
박정희 전 대통령 어땠냐는 질문이었는데 제대로 질문을 못한듯 하여,<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땠습니까?"
<함문기> "기본틀을 만들어주셨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살아가는 기본틀.
지금 박근혜 대통령도 기대가 되어요.
자기 소신껏. 정치 밖에 진짜 모르시잖아요."
함씨의 표정에서 어렸을 적 추억이 정말 소중했으리라 짐작한다.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고향]을 노래하는 현대시는 모두
1)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2) 고향에 갔는데 변해버린 모습에 옛날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단 두가지라는 점을 떠올린다.#. 다시
구미역으로 기자는 돌아왔다.그 시각 젊은이들은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이야기를 하고, 또 영화를 봤다.
그들에게 [옛날엔 얼마나 가난했었는데…]라며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야 한다고 다그친다면 아마 택도 없는 소리라고 할게다.어른들은 [늬들이 안 겪어봤으니까 그래]라고 생각할게다.
그런데 신기하다.
일부 젊은이들은 운동권 세력의 [옛날타령]에 정신이 팔려 있다.
[옛날엔 얼마나 탄압받았는데…]라는 고리타분한 소리 말이다.
[안 겪어봤는데도] 겪어본 사람보다 더 [박정희]에 분노하면서 말이다.기자는 이게 바로 [교육과 문화의 힘]이라고 단정한다.
산업화 주역들의 고난과 어려움이 잘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기자는 열차에 타자마자 잠이 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옆자리에 우는 아이 때문에 잠이 깬다.
저 아이는 우리 20~30대의 다음 세대인데….
우리 다음 세대는 과연 우리 세대를 어떻게 생각할까.2013년 시대정신이 [반공주의], [민주화운동] 일 순 없다.
우리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 우리 2030의 시대정신일 순 없다.전쟁의 폐허 속,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가 가득찰 수 밖에 없었던 전쟁세대.
그리고 그 증오가 낳은 운동권세대.그 두 세대의 시대정신이 우리 2030의 시대정신일 순 없다.
지금처럼 [각]을 세우고 싸우는 그들을 우리 2030이 말려야 한다.그 두 세대를 화해시키는게 우리 2030의 시대정신이다.
100% 국민대통합 이전에 [화해]를 해야한다.저도 모를 사이에 기자의 입에선 무거운 한숨이 새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