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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4.27 재보선 참패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8일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 모두 버리고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쉽게 살아오고 쉽게 정치하고 쉽게 당선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쇠망치가 한 방씩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 재보선 참패의 새벽에>라는 글에서 동료 의원들을 향해 “한 달을 하든, 4년, 8년 국회의원을 하든 한 번 한 것”이라며 “국민이 보기 싫어하는 정치인은 이제 그만 두라. 그 정치인이 바로 내가 아닌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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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레임덕은 필연이다. 오늘부터 시작됐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의장은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면서 “정치가 비뚤어지고 누가 2인자인양 호가호위해도 제어가 안된다”고 강하게 힐난했다.
이 2인자를 두고 김형오 전 의장 측은 “특정인물을 거론한 것이 아니다.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봐 달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뜻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김해 재보선에서 '특임장관실 수첩'이 발견되면서 구설에 오른바 있고, 이 전 부의장은 과학벨트 부지 선정과 관련한 언급으로 '형님벨트'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재벌을 미워하고 노조와 싸우고 노조조차 못 만드는 대다수 노동자를 감싸 안지도 못하는 정부, 결단의 시기에 책임을 미루고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살아 남는 이상한 정부가 하늘 아래 또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우후죽순처럼 ‘한나라당 구하기’에 모두가 몰입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민주적 리더십도 전통적 권위도 없는 한나라당이어서 계보정치, 패거리 정치, 나 살고 너 죽기 정치가 부활하지 않을 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전의장이 올린 글 전문이다.
이제 우리 모두 죽을 때가 왔다.
재보선 참패의 새벽에<김형오>
인물에서 졌다. 전략에서도 졌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애정이 식어가고 있다.
쉽게 살아오고 쉽게 정치하고 쉽게 당선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쇠망치가 한 방씩 떨어졌다.한두 명 스타플레이어로는 당을 구할 수 없다. 지도부 교체가 당연하다.
하지만 지도부를 교체한다고 국민의 애정과 기대 심리가 돌아올 리도, 회복될 리도 없다.
비상 체제 가동, 과감한 세대교체, 실세 전면 복귀 등도 모두 일리는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진정 죽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도 내년에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번에는 죽더라도 4년 후, 8년 후를 보고 정치하자. 그러면 혹 살는지 모른다. 정치 안 해도 좋으니 이것만은 지켜나가겠다, 아니 이것을 지키기 위해 나는 죽겠다, 그런 사람이 한나라당에 몇 명이나 있는가.한 달을 하든, 4년‧8년 국회의원을 하든 한번 한 것이다. 그랬으면 됐다. 무엇을 더 바라는가. “나 아니면 안 된다”고? 국민 웃기는 소리 이제 그만해라.
국민이 보기 싫어하는 정치인은 이제 그만 두라. 떠나라. 그 정치인이 바로 내가 아닌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정부도 바뀌어야 한다. 재벌을 미워하고 노조와 싸우고 노조조차 못 만드는 대다수 노동자를 감싸 안지도 못하는 정부, 결단의 시기에 책임을 미루고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살아남는 이상한 정부가 하늘 아래 또 있는가.
대통령도 바뀌어야 한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치가 비뚤어지고, 누가 2인자인양 호가호위해도 제어가 안 되고, 대통령 권위와 체면이 구겨지고 있어도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
레임덕? 필연이다. 오늘부터 시작됐다. 불가피하다면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즐기면서 당하면 고통은 덜하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운명 공동체다. 그러나 방법과 수단과 절차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을 하루라도 먼저 인정해야 레임덕 고통이 덜해진다. 신뢰와 소통이 전제되지 않으면 갈등만 빚다가 막을 내린다.
문제는 “지금부터 쏟아져 나올 ‘한나라 구하기 묘법’을 누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다. 민주적 리더십도, 전통적 권위도 없는 한나라당이라서 계보 정치, 패거리 정치, 나 살고 너 죽기 정치가 부활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모두 버려야 한다.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혼자 살려 하다가는 결국 먼저 죽는다. 모두 죽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하늘은 우리에게 1년이란 시간을 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