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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한국에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해 필요한 가스관의 북한 통과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허용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26일 빅토르 이샤예프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하바롭스크에서 현지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샤예프 전권대표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지시로 20일부터 닷새 동안 이어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기간에 특별열차를 함께 타고 끝까지 그를 수행했던 인물.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전권대표부가 있는 극동 하바롭스크에서 현지 기자들과 한 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만일 러시아와 남한이 천연가스 공급과 관련한 협정에 서명하면 북한은 가스 수송관 건설을 위해 영토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사예프 전권대표는 "북한은 그러나 러시아에서 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건설하기 위한 컨소시엄에는 참가할 계획이 없으며, 가스 통과와 영토 임대에 따른 수익만을 챙기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샤예프는 가스관 건설 시기와 관련, "지금 구체적 시기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며 "(한-러 간 논의 규모인) 연간 약 100억 ㎥의 가스를 (한국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사할린섬의 '사할린-3' 가스전과 야쿠티야 공화국의 가스전과 같은 새로운 가스전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령 남북러 간에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시베리아ㆍ극동 지역의 가스전 개발 속도에 따라 가스관 건설 시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앞서 24일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도시 울란우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한국 수출용 가스관 건설 문제를 검토할 3국(남북러) 전문가들의 모임인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고 크렘린 공보실이 발표한 바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정상회담 뒤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레르 사장에게 남북러 3국이 참여하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었다.
러시아와 한국은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건설해 2015~2017년부터 연간 100억 ㎥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또 러시아 방문 기간 중 극동 지역에 북한 맥주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이샤예프 전권대표는 전했다.
이샤예프는 "우리는 이미 러시아 맥주회사인 발티카를 갖고 있고, 중국과 일본 및 독일 맥주도 마시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북한 맥주를 추가하는데 누가 반대하겠느냐"며 김 위원장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에서 맥주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1년 러시아 방문 때 북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발티카 공장을 방문해 맥주를 시음하면서 맥주 산업에 대해 거론했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번 러시아 방문기간에 러시아 주요 도시에 북한 음식점을 열어 운영하기를 희망했다고 이샤예프 전권대표는 설명했다.
이샤예프는 이어 김 위원장이 회색과 베이지색으로 된 실내를 갖춘 특별열차 내에서도 계속 업무를 볼 정도로 열심이었다면서 "그와의 대화는 매우 유쾌했다"고 수행 소감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악수를 할 때는 매우 힘있고, 강하게 했다"며 승용차에 타고 내릴 때 부축을 받는 김 위원장의 TV화면 이미지와는 달랐다고 전했다.
그는 17량으로 구성된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에는 현대적인 고속 통신장비가 갖춰져 있었고 (러시아제) 시베리아 횡단 열차들과는 달리 매우 승차감이 좋아 무장 열차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으며, 업무를 보기에도 적합한 열차였다고 평했다.
김 위원장은 열차 내에서는 대부분 식사로 해산물과 채소를 즐겨 먹었고, 러시아 관리들과 만나는 행사에서는 사탕무우 수프와 같은 간소한 현지 음식을 즐겨 먹었다고 이사예프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러시아의 지원을 얻어 수력발전소를 건립하는 방안과 러시아-북한 단선철도 노선을 확대하는 방안 등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