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의 월가 부근에서 17일(현지시각) 수백명이 모여 미 금융가의 부패와 탐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정오께 약 700명의 시위자가 월가에서 300m가량 떨어진 로어 맨해튼의 트리니티 플레이스로 집결, 금융체계의 문제점과 정부 예산 감축 등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번 시위를 주최한 온라인 잡지 '애드버스터(Adbusters)' 측은 웹사이트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에 올린 성명에서 "99%의 사람들은 1%가 저지르는 부패와 탐욕을 더는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월가 인근에서 가두행진을 벌이고, 15~20명씩 조를 이뤄 경제 위기에 대해 토론하는 등 열띤 성토 분위기를 자아냈다.

    일부는 현장에서 노숙 시위를 벌이겠다며 침낭을 매고 왔으며, 참가자들끼리 음식을 나눠 먹으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애초 애드버스터는 2만여 명의 시위자를 모아 월가 일대를 수개월 동안 점령해 미국판 '타흐리르 광장(이집트 민주화 시위 중심지)'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 당국이 월가의 증권거래소와 페더럴홀 인근 거리를 모두 봉쇄하고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 시위에 참가하면서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위자는 "리비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이느라 정작 미국인들의 교육과 사회정책 예산은 삭감됐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