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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이 표현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자유를 뜻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배심원단은 23일 (현지시간) 지난해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UC어바인)에서 열린 마이클 오렌 주미 이스라엘 대사의 강연 때 고함을 질러 연설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슬람교도 학생 10명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당시 학생들은 대사의 연설 도중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해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했다며 차례로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변호인단은 학생들에게 정치적 견해를 밝힐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학생들의 행동은 타인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검찰이 제출한 동영상 등에서 오렌 대사가 연설을 서둘러 끝내고 자리를 뜨는 등 연설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학생들은 이에 따라 최고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질 처지에 몰렸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UC어바인 이슬람 학생회를 비롯한 이슬람 교도들은 반발했다.
남부 캘리포니아 이슬람 성직자 평의회는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례가 돼 미국 전역으로 퍼질 것이며 민주주의에 조종(弔鐘)을 울린 격"이라고 평결을 비난했다.
오렌 대사는 미국 뉴욕에서 유대계 미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나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한 뒤 이스라엘로 국적을 옮겼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중동 정치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대, 예일대, 조지타운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오렌 대사는 2009년 주미 이스라엘 대사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