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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이 “좌도 우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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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가 광하문 맥주집에서 직장인들과 번개 모임을 하면서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시민파”라고 했다고 한다(동아닷컴 9/24). 좌도 우도 아니라는 말이 이명박 중도실용과 안철수 바람 이래 아마 메뚜기 한 철인 모양이다. “나는 안보에선 보수, 복지에선 진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을 순 있고, 그런 걸 가지고 “나는 좌도 우도 아니다”라고 자처하는 수가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행적(行蹟)이다. "좌도 우도 아니다‘라고 자처하려면 적어도 신군부의 권위주의를 비판한 것보다 결코 덜하지 않은 강도(强度)로 김정일의 인권학살을 비판했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시책을 비판하는 것보다 결코 덜하지 않은 분노로 김정일의 천안함 폭침을 규탄했어야 한다. 이게 정도(正道)의 치우침 없는 시시비비(是是非非)다. 박원순 변호사는 과연 그런 길을 걸어왔는가?서경석 목사의 글을 읽어보면 그가 과연 좌도 우도 아닌지는 의심쩍다. 그가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국보법 폐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 등을 주장했다고 한다. 효순이 미선이 때도, 한통련-한민통 합법화 주장 때도, 곽동의-송두율 귀국 문제 때도, 그는 늘 거기 그렇게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게 왜 좌파적 행동인가?”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럼 그게 우파적 행동인가?
“좌도 우도 아니다”라는 말이 너무 제멋대로 남용되고 있다. 좌에 대해서는 시시비비(是是非非)의 비비(非非)는 안한 채 늘 시시(是是)만 했으면서도 “나는 좌도 우도 아니다”라니...“그래 나는 좌파 편만 들어왔다”하고 떳떳이 손드는 사람이 그래도 훨씬 정직하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