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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하는 여야 정당과 시민단체 후보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뚜렷해지면서 후보들간의 정책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각 후보들이 초반 내놓은 정책들을 살펴보면 “나는 오세훈과는 다르다”는게 공통적인 콘셉트다. 이들은 오 전 시장이 지난 5년간 시정에서 주력했던 건설 정책을 줄이고 복지 확대에 비중을 키우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단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민심을 수용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여야간 복지대전(大戰) 구도를 형성할 경우, 포퓰리즘 논란이 또 다시 야기될 수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은 당내 후보로 공식 확정되는대로 서울시의 소프트웨어 일류화를 지향하는 일련의 정책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 최고위원 캠프에서 선거기획을 맡은 신지호 의원은 25일 "서울시의 하드웨어는 전임 시장인 이명박 대통령과 오 전 시장을 거치며 상당히 완성됐으나 소프트웨어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생활특별시'라는 콘셉트를 내걸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후보로서 오 전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되 정책의 취약점을 실질적으로 보완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정책과 30-40대 중산층을 겨냥한 육아ㆍ보육ㆍ교육 정책이 공약의 골간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시민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석연 변호사는 오 전 시장이 반대했던 무상급식의 실시도 가능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시의 낭비성 예산을 추스르면 무상급식 비용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만들어놓은 무상급식 찬반의 틀을 벗어나 실질적인 복지정책의 실현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취지로, 그의 탈(脫) 정당정치 행보로 해석된다.
야권 후보들은 `오세훈 심판론'에 가까울만큼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진보적 성향인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필요없는 돈을 쓴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 "서해뱃길이나 무역항 등은 현실성이 없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앞서 "급식 뿐 아니라 다른 부분의 무상복지도 앞으로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무상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서울시당대회에서 서울시장 보선 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계기로 한나라당과의 정책 차별화 및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한강르네상스 등 전임 시장의 치적사업을 중단 내지 축소, 활용하겠다"고 말했으며, 천정배 최고위원도 서울시의 부채, 지난 여름 침수사태 등을 언급하며 "쓸데없는 사업은 중단하고 책임자를 응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