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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이 최근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맞은 프랑스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은 3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보다 더 가파르게 올라가고 주가 폭락 사태도 그때보다 오히려 심각하다.
이는 선진국 재정 위기에 따른 한국 경제의 충격이 예상보다 훨씬 크고 장기간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25일 증권업계와 국제금융센터,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3일 뉴욕시장에서 202bp(1bp=0.01%)로 프랑스의 197bp보다 5bp 높았다. 한국이 205bp로 프랑스 202bp를 추월한 22일보다 프리미엄 격차가 더 벌어졌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가 신용도가 나빠져 국외채권을 발행할 때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는 글로벌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가 파산했을 때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위기 국가'로 분류됐다.
특히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지난 14일 이 나라 2ㆍ3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탓에 프랑스의 위험도는 더욱 나빠졌다.
그동안 프랑스의 CDS프리미엄은 한국보다 대체로 20∼30bp 높았다. 이달 들어 한국과 프랑스의 변화 추이를 각각 보면 ▲ 1일 101bp, 126bp ▲14일 154bp, 181bp ▲15일 150bp, 169bp ▲16일 148bp, 165bp ▲19일 151bp, 175bp ▲21일 172bp, 188bp 등이었다.
한국의 부도 위험이 급격히 커진 것은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탓이다.
지난 23일 현재 원ㆍ달러 환율(종가)은 달러당 1,166.0원으로 지난달 말의 1,066.80원보다 99.20원 급상승했다.
8월 한 달 상승폭인 12.30원의 8배 수준이다. 리먼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던 2008년 9월의 1∼23일간 상승폭 60.00원보다는 39.20원이나 높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위기의식을 느낀 당국이 지난 23일 시장 개입에 강하게 나선 덕에 환율이 13.80원 내렸다. 당국이 달러를 시장에 뿌리지 않았다면 환율은 1,200원을 넘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최근의 환율 상승세는 심각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위험 신호는 환율보다 주가에서 먼저 나타났다.
지난 23일 현재 코스피는 1,697.44로 지난달 1일 종가 2,172.31 이후 475포인트(21.9%) 폭락했다. 이 기간 주가 하락 속도는 리먼 사태가 먼저 반영되기 시작한 2008년 5월 이후보다 훨씬 빠르다.
코스피는 2008년 5월16일 1,899.57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리먼 파산 다음 영업일인 9월16일에 1,397.42로 마감했다. 당시에는 4개월 만에 502포인트(26.4%) 밀렸으나 이번에는 2개월도 안 된 기간에 21.9% 하락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은 "리먼 때는 대형금융기관 연쇄파산으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됐다. 그때는 불안 요인이 민간기업의 부도였고 지금은 국가부도다. 국가마저 안 좋으면 금융시장에 안전판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