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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권력구조에 중대 변화 올듯
장진성김정일 사후 북한의 가장 큰 변화는 사실 김정은의 스킨십정치나 부인 리설주 공개가 아니다.
북한에서 살다 온 사람의 입장에서 본 북한의 엄청난 변화는 노동신문이었다. 바로 최영림 총리의 "현지료해"소식이 노동신문에 실리는 것이었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최영림이 어디를 갈 때마다 계속해서 소개하는 북한 선전선동의 무원칙한 행태였다.북한은 일인지배체제 국가이다. 아니 단순히 일인지배가 아니라 아예 김씨 신격화 국가여서 김씨의 행적 외 그 어떤 다른 간부의 현장 소식은 일절 전할 수 없는 것이 당 선전선동 원칙이다. 그런데 김정일 사후 북한은 김정은의 “현지시찰”과 함께 “현지료해”라는 차별화 된 용어로 최영림 내각총리의 현장 방문 소식을 연일 소개했다.
그와 관련하여 얼마 전 <뉴포커스>에서는 북한 통신원의 소식을 인용하여 단독기사를 냈다.
최영림 내각총리 현지료해 소식이 노동신문에 소개되는 이유는 김정일 사후 당 경공업부장이며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김경희의 지위와 권력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 한마디로 최영림이 김경희 경제권력을 대행한다는 것이다.이같은 북한의 경제 집중 현상을 놓고 일부 남한 언론들은 김정은이 곧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 정권도 얼마 전 개혁개방은 남한의 흡수통일 야망을 드러낸 불순한 의도라고 공식적으로 비난한바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인민경제 향상 명목으로 경제를 총괄하는 내각을 갑자기 부각시키는 그 저의가 무엇일까? 그것은 김경희의 섭정정치를 위한 합법적 발판을 만들려는 것이다.
그동안 김경희는 당 경공업부 부장이었지만 김정일의 유일지도체제 존엄을 위해 공개 활동이 일체 금지돼 왔었다. 더구나 김경희 자신도 아버지 김일성 권력을 무력화시킨 오빠의 정치적 야심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 차라리 무시하는 쪽이 더 편하다고 여겨 조용히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20대 조카인 김정은 시대에 와서까지 더는 곁가지로 몰릴 수 없고, 그보다는 그동안 자기들을 곁가지로 견제하고 시기했던 기존의 김정일 최측근들에게 조카의 운명을 맡길 수도 없는 것이다.
“여자가 빌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김경희는 필시 김정일의 유훈과 조카를 위해, 그리고 주체 조선의 운명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치마권력이라도 들고 일어서야 한다는 심각한 자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김정일의 누이동생이라는 신격화 연줄만이 아니라 합법적 권력명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공론화하기 위해서는 분명 자기의 권력을 대행 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김경희는 내각의 권위가 필요했고, 당장 아무 실권이 없는 최영림 총리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당 선전선동부 유일지도체제 원칙을 깨면서까지 노동신문의 ‘현지료해’ 선전까지 강행하는 것이다.
한편 장성택의 살벌한 견공들인 인민보안부와 내무군을 내세워 이른바 내각의 인민경제 지도를 방해하는 군부와 같은 기존권력조직들의 전횡을 감시하거나 처벌하는 물리적 권력도 보태주었던 것이다. 리영호총참모장의 숙청은 아마도 김경희 권력에 도전하려는 그 어떤 고위 간부나 세력에 대한 첫 경고 겸 시범으로 보여준 무자비한 복수였을 것이다.얼마 전 파이낸셜 타임스가 의미있는 기사를 실었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이 김일성 판박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을 버리고 할아버지 김일성을 택했다.”고 한 내용이다. 실제로 노동신문도 "김정일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씻고" 김일성을 흉내내는 김정은의 스킨십정치나 런닝차림의 개방성을 많이 부각시켰다. 변한 지도자의 모습, 이는 왕조정권인 북한에서 그 어떤 총포성보다도 더 파장이 큰 공개 메시지이다.
왜냐하면 “전체를 하나를 위하여!”라는 북한의 구호는 곧 “전체 주민이 수령을 위하여!”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수령의 언어는 교시이고 행동은 사회모범이어서 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지켜보는데 김정은이 과감하게 김정일식 격식을 깨고 김일성을 흉내 낸다는 것은 곧 김일성식 조선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그 신격화 행태나 내각의 부각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초기 김일성 정권을 돌아보면 권력의 양대 기둥은 지금처럼 당-군이 아니라 당-내각이었다. 오히려 김일성 측근들은 당 보다도 내각에 더 많았다. 그랬던 북한의 양대 권력을 바꾸어 놓은 것은 김정일이었다. 김정일은 자신의 후계입지를 위해 김일성 신격화 선전 차원에서 당 조직부와 선전부라는 양대 기둥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내각의 실권을 무력화시킨 당 유일지도체제였다.
선군정치 이후 당의 지도 수준으로 군을 강조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의 구속을 받는 이념의 선군질서일 뿐, 그러나 지금은 내각이 없으면 김경희도 없고, 김경희의 경제권력이 없으면 김정은 정권도 없다. 때문에 김정은은 김일성의 주체이념과 김정일의 선군이념을 체제명분으로 유지하면서도 초기 김일성식 실용구조였던 당과 내각이라는 새로운 권력의 양대 기둥을 모색하는지도 모른다. 또 그 준비를 위해 김일성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의 현지시찰을 이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정치개혁이 성공하여 설사 앞으로 내각이 힘을 가진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김경희 개인을 위한 또 다른 유일지도체제일 뿐, 주민을 위한 개혁개방은 김정은 정권이 지속되는 한 결코 없을 것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