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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여행 허가증이 평성 시장을 만들었다'
北 평성이 전국 단위 도매시장이 된 이유신준식
평성시장은 전국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평성 은덕동 장수골 시장은 전국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평성 주민이 약 15~18만 가량 되는데 약 80%이상이 음식 등을 잘 챙겨먹을 정도로 생활수준이 타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물류 중심지역이라 장사가 활발하고 물가가 싸기 때문이다.
평성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하려면 돈주에게 돈을 빌려 최소한의 장사 밑천을 확보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자율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 돈주나 중간 상인들에게 물건을 받아 팔아주고 이윤을 나누어 갖는다.
평성 시장의 도매시장 기능이 발달한 이유는 상인들의 평양 접근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각 지역에서 평양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평양 여행 허가증이 있어야 하는데, 평양으로 가는 길목 직전 역인 평성역에서 일단 여행 증명서 검열을 하게 되고 허가증이 없으면 평성에서 하차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멀리서 온 상인들이 자연스럽게 평성에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고, 그 규모가 점차 커지게 됐다. 평양 상인들 또한 평성 장마당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평성 시장의 물가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다라 평양의 물가와 시세 또한 달라지게 된다. 즉 평성 시장은 도매시장 역할을 하고, 평양 시장은 소매시장 기능으로 분화한 것이다.
평성 시장은 라선, 함경북도, 청진, 평안북도 신의주 등에서 직행으로 모이는 물류지역이다. 하지만 물건은 평성까지만 들어오고 평양에 직접 들어가지는 못한다. 평성-평양간 도로 상태가 좋아서 자동차로 한 시간이면 다닐 수 있긴 하지만, 일반 상인들이 자동차를 이용할리 만무하다.
북한에서 상인으로 생활을 꾸려오던 탈북자 S씨는 "평성에 온걎 상인들이 모이다 보니, 가끔은 상인들끼리 시세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흔히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을 올리는 식입니다."라고 화두를 던지며, "평양에서 물건을 떼기 위해 평성으로 들어온 상인들은 인건비와 차비를 남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평성 상인들이 조금만 시세를 조절해도 평양 물가는 더 많이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북한의 평양공화국이 주변의 상권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평성 시장이 유통의 중심지로 변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입지조건 때문이아니라 단순히 '평양 여행 허가증'의 유무였던 것이다. 허가증이 없던 상인들이 평양 전 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보따리를 내려놓았고, 오히려 그 덕분에 전국 유통망이 갖춰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상인들이 평양의 물가를 손에 쥐고 있다. 여행증이 없다는 이유로 평양의 출입을 막았던 북한 정부가 상인들의 시세 조절로 평양 물가를 조절당하고 있다. 평양공화국에 대한 상인들의 역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