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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이시다!"
조용히 미술 작품을 감상하던 관람객 다수가 갑자기 한 여성을 향해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들은 한국에 머물고 있는 태국인들로, 태국의 마히돌 공주가 미술관에 나타난 것을 보고 일제히 무릎을 꿇는 예를 올린 것.
파차라 끼디아퍄 마히돌(Bajarakityabha Mahidol·34). 푸미폰 태국 국왕의 첫째 손녀딸이자 현직 검사인 그는 태국 왕위계승순위 3위에 해당하는 최고위급 인사다.
24일 오후 3시경 서울 홍대 인근 미술관에서 우연히 마히돌 공주를 목격했다는 한 제보자는 "공주님이라기 보다는 그저 한국에 관광 온 예쁜 태국 여성인줄 알았다"며 "느닷없이 주위에 있던 태국인들이 무릎을 꿇는 바람에 비로소 그녀가 공주인 걸 알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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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공주는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공주를 면전에서 목격하면 바로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게 예의다.
이날 최소한의 수행원만 이끌고 미술관을 찾은 마히돌 공주는 작품 앞에서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때론 함박 웃음을 짓는 등 일반인과 다를바 없는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지만 뒤늦게 태국공주가 온 것을 확인한 관람객들이 저마다 핸드폰으로 인증샷을 찍으며 높은 관심을 보이자 마히돌 공주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금새 다른 행선지로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홍대 인근을 방문한 것은 순전히 공주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소 홍대 거리를 꼭 가보고 싶었다는 마히돌 공주는 공식 일정이 마무리 되자 태국 관광청의 안내를 받아 홍대 주변 명소를 찾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문난 패셔니스타인 마히돌 공주는 이날 나들이 차림으로 긴소매 티에 통굽 샌들을 신고, 레이스가 장식된 핫팬츠를 입어 여느 홍대 여성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난 옷맵시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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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히돌 공주는 20~22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범죄학대회(ACS 2012)'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대회에서 '범죄를 막기 위한 사법정책의 중요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마히돌 공주는 "아시아 지역에 창궐하는 각종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각국 형사공동체가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제안을 하는 등 시종 적극적인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공주의 신분으로 태국 탐마삿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법학 석·박사를 딴 마히돌 공주는 현재 우돈타니 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 중이다. 이에 태국 현지인들은 마히돌 공주를 가리켜 '검사 프린세스'라 부른다고.
평소 여성인권 향상과 여성 수감자 처우 개선을 위해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마히돌 공주는 지난해부터 유엔 범죄예방ㆍ형사사법위원회(CCPCJ) 의장으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