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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혁신위원회에 이어 희망스크럼으로 정치적 보호막을 겹겹이 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사퇴론에 휩싸인 문 대표가 혁신위로 큰 불을 소화하긴 했지만 당내 중진들을 포섭시켜 보험을 들어놓는 작업에 착수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문 대표는 자당 당원들로부터 계파갈등으로 인한 당내 분열이 선거 결과의 큰 요인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사퇴요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호남을 중심으로 한 비노세력들의 거센 반발에 곤혹을 치르던 문 대표는 자신을 향한 힐난을 공천권을 얻기위한 정치공세로 이해해 절벽끝으로 몰리기도 했다.
점점 커지는 사퇴요구에 문 대표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위원장 추대부터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문 대표는 당초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게 위원장 직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지만 안 전 대표는 이를 거부한 것. 이어 조국 서울대 교수를 영입하려는 시도에서도 자당내 반발이 심해 좌절됐다.
위원장 위촉에 되려 도움을 준 인물은 비노계로 분류되는 이종걸 원내대표였다. 이 원내대표는 자신과 친분이 깊던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추천하면서 막다른 길로 내몰린 문 대표에게 활로를 제공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문 대표가 사퇴론을 종식시키기 위한 만든 혁신위에 원치않은 인사등용으로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 대표는 이같은 지적에 응답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갔다. 같은날 박원순 서울시장과 회동을 가진 것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와 박 시장은 당내 유력 대권주자 모임인 희망스크럼 구성을 위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가 자신의 가림막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염려에 당내 중진들을 포섭해 입지를 견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이날 회동이후 기자들과 만나 또 "지난번(19일)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날 때도 얘기했는데 박 시장과 안 대표, 제가 함께 만나서 의논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며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무겸 전 의원 등) 앞으로 더 넓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당의 단합된 모습이 중요하다, 더 많이 포용하면 좋겠다'라고 문 대표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으로서 여러 한계가 있지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열심히 돕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박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에 향후 희망스크럼 구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문재인 대표의 노력이 허사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등 희망스크럼 멤버로 물망에 오르는 인물들이 차기 잠룡으로 점철되는 만큼 위기에 몰린 문 대표를 어느선까지 도와줄지는 알 수 없다. 새정치연합 내에서조차 탈당과 재창당의 분위기도 새어나오는 상황에서 계파갈등의 중심에 있는 문 대표와 외줄타기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문재인의 정치적 곡예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