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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여야 3당대표가 동상이몽에 빠져있다가 따끔한 꾸지람을 들었다.
JP의 아호를 딴 운정(雲庭)재단은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증언록〉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증언록〉이란 최근 중앙일보에서 연재된 JP의 자전적 회고 '소이부답'을 엮어펴낸 책이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 여야 3당의 대표와, 정의화·강창희·박관용·김수한 등 전현직 국회의장, 이홍구·정운찬 등 전직 국무총리 등이 함께 했다.
'소이부답'을 지면에 연재한 중앙일보미디어그룹의 홍석현 회장도 자리했고,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내각총리대신도 와타나베 히데오(渡邊秀央) 한일협력위원회장대행을 사자로 보내 축사를 대독케 했다.
축사를 맡은 여야 3당대표는 각자 JP의 어록과 업적을 끌어다 빗대며 자신의 처지를 옹호하고 상대를 공격했다.
"요즘 입을 꾹 다물고 계신 분"이라는 사회자의 소개에 쓴웃음을 지으며 연단에 오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요즘 내 마음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JP가 1980년 신군부 등장과 '서울의 봄' 파국을 예견한 유명한 말을 인용했다.
김무성 대표는 "꽃샘추위를 심하게 느낀다"며 "어디 가나 마음이 편치 않은데, 오고 싶은 곳에 와서 여기 오면서 마음이 푸근해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요즘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국민공천제 최초 시행을 위해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는데, 여러 가지 방해와 저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되돌아보면 (김종필) 총리께서는 온갖 반대와 난관을 무릅쓰고 정말 역사에 크나큰 업적을 남긴 것"이라고 추어올렸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욕설 전화 파문'으로 초래된 정쟁의 한복판에 휩쓸려 있는 김무성 대표는 앞서 같은 당 강창희 의원이 대회사에서 "우리 정치인들은 참을 수 있는 것을 참을 뿐만 아니라, 참을 수 없는 것도 참아야 한다"고 말하자, 허탈하게 웃어보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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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야권의 숙원인 정권교체를 강조함과 동시에 JP가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손을 잡아 '동맹의 역전'을 야기했던 DJP 연합을 거론하면서 함께 자리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압박했다.
김종인 대표는 "우리가 아무리 '민주화됐다'고 이야기해도 밖에서 보기에 한 정당이 계속 집권하는 사회는 서구에서 일반적으로 민주화라 인정받지 못한다"며 "1997년 김종필 총재의 단안으로 DJP 연합이 이뤄져서 정권교체가 이뤄짐으로서, 한국사회가 완전히 경제성장과 정치민주화를 이룩했다는 평판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제3당이 자리잡기 어려운 선거 제도인 소선거구제 하에서 원내교섭단체를 훌쩍 뛰어넘는 50석의 의석을 차지했던 JP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칭송함으로서 반격에 나섰다.
안철수 대표는 "무엇보다도 1996년 총선에서 자민련 돌풍을 일으키면서 양당 구조에 도전한 것을 정말 높이 평가한다"며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 양당 구조를 헤집고 다양한 요구를 담아내는 정치 세력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특히 (김종필) 총리는 반세기가 넘는 오랜 정치 생활 동안 정치 언어의 품격을 지켜온 것은 우리 정치 후배들에게 정말로 큰 귀감이 된다"고 밝힌 뒤, 김무성 대표와 김종인 대표 쪽을 바라보며 "특히 요즘 실감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이는 윤상현 의원의 "죽여버려" 통화 파문에 휩싸여 있는 김무성 대표의 새누리당과, '막말·폭언의 정치'로 악명높은 친노패권주의 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김종인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데, 안철수 대표가 이 말을 하자 김종인 대표는 연단이 아닌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김무성 대표는 눈을 감은 채 깊은 상념에 잠긴 모습을 유지했다.
이처럼 3당 대표가 JP의 어록과 업적 중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대목을 가져다가 아전인수 격으로 활용하자, 연단에 오른 JP는 정치권을 이끌고 있는 3당 대표를 싸잡아 꾸짖었다.
JP는 "지금은 매우 번다할 때인데도 우리나라의 고위지도층에 계신 분들이 이렇게 오셔서 뭐라 감사드려야 가(可)할지 모를 지경"이라며 "주변의 정우(政友)들이 거의 다 세상을 하직했는데 나 한 사람 남아 있는 것은 우리 정치에 대해 한마디 하라고 (하늘이) 남겨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정치가 목전에 닥친 선거 때문인지 갖가지 산재한 국가의 어려움을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정치가 국민이 정치를 염려하는 그 염려를 덜어줘야 할텐데, 정치인들이 국민을 걱정하는 것보다 국민이 정치를 더 걱정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본격적으로 쓴소리를 시작했다.
나아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정치를 똑바로 하라' 하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린다"며 "국가의 영속을 바란다면 작은 당리당략은 뒷전에 놔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