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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처럼 또 벼루로 성을 쌓고, 붓을 창으로 삼아 싸우겠다는 건가."
평소 김용태 의원의 이미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당권 도전을 할 정도로 체급이 커졌다는 무게감을 보이고 싶었다는 것일까.
18대 국회 입성부터 소장파로 이름을 알려온 김용태 의원이었지만, '안보'에 대해서는 확실히 목소리가 남달랐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김 의원의 사드(THAAD)에 관한 발언은 정부보다 더 보수적이었고, 또한 단호했다.
김 의원은 사드 문제의 해법에 정묘호란·병자호란을 예로 들었다. "인조가 삼배고구두(三拜叩九頭-황제에 대해 아홉 번 땅에 이마를 찧으며 세 번씩 절하는 의식)를 하는 치욕적인 역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당시 조선이 한 일은 뭐냐, 싸웠나? 도망갔다. 도망가서 끝까지 버티기나 했나? 그냥 다시 나와서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오는 8.9전당 대회에 당 대표 후보자로 출마했다. 혁신을 기치로 내세웠지만, 당은 끝없는 계파 갈등 속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집안싸움이 가열되면서 계파 갈등을 풀기 위한 노력으로 '총선백서'가 나왔지만, 오히려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김무성 대표가 물러나고, 김희옥 비대위 체제로 이어지면서 당을 이끌 중심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또 "경제정책에서는 새누리당 내에서 내가 보수적인 사람"이라며 "새누리당의 문제는 보수적인 정책이 아니라 낡은 커뮤니케이션 통로"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새누리당도 '일하는 정당,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면서 "제가 당대표가 되면 우리 새누리당도 이렇게 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년 대선 경선을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에 대해서는 "대선 경선을 하는 경기장이 재미가 있게 할 것"이라며 "완전히 투지가 다른 선수들이 죽으라고 뛰는 열기 넘치는 리그로 만들면 반기문 UN사무총장 같은 사람도 우리 당의 후보로 뛰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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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배치 "기본이 흔들리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김용태 의원은 기자와 만나자 마자 "사드에 관한 이야기를 반드시 해야겠다"면서 먼저 대화를 끌어나갔다. 그는 사드 이야기를 하면서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줄곧 놓지 않았다. 거듭 안경을 고쳐잡으며 기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는 "최근 사드에 관한 야당의 공세가 심상치 않은데,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서 뭔가 명확한 원칙을 제대로 이야기 못 하고 있다"면서 "생명을 잃으면 끝 아닌가. 사드 문제가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야권 일각에서는)혹시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며 "이 말은 국가를 구성하고 끌고 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하는 얘기"라 못 박았다.
국가 간 관계를 냉정하게 쳐다보고 자기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미국과 최상의 관계인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이 문제는 국가의 주권문제"라면서 "양국이 군사적 차원에서 사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가 확신을 가지면 오히려 중국은 우리와 다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드 배치를 발표하기 전에 그쪽을 설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미리 짰어야 한다"면서 "보안을 지킨 상태에서 발표할 수밖에 없었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 이에 대해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한다"고도 했다.
한동안 다른 주제로 대화를 주고받던 김 의원은 인터뷰의 막바지에도 사드를 재차 강조했다. "우리의 선택은 이 국가 안위를 어떻게 걱정할지 원칙과 신념으로 움직여야지, 옛날 400년 전 정묘호란, 병자호란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은 국제 정세에 어두웠던 조선이 명나라와의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새로운 패권국인 청나라와 각을 세우면서 일어난 두 차례 전쟁이다.
특히 병자호란에서 패한 인조는 지금의 잠실 부근인 삼전도로 나가 항복하면서 '청나라에 대해 신의 예를 행할 것'을 골자로 하는 조약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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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발전 기본법 등 새누리당 법안, "현격한 차이로 우월하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이 다른 당에 비해 우월한 경제정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특히 서비스 발전 기본법과 노동개혁 등을 높이 평가했다. 김 의원은 "서비스 발전 기본법의 취지에는 나도 백번 동의한다"면서 "야당의 괴담 수준의 반론은 틀린 얘기"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청년 문제의 솔루션들이 더민주나 정의당에 비해 못할 게 없다. 오히려 현실적인 부분이 많다"면서 "전반적인 정책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을 고쳐서 나라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서비스 발전 기본법 등을 야당에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야권의 무조건적 반대와 국회선진화법에 가로막혀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서비스 발전 기본법이 의료서비스 영역에서 의료민영화가 추진될 우려가 있다며 2년이 넘도록 반대해왔다.
◆ 중요한 것은 대화, 설득, 타협! … "국민과 정서적 공감대 형성하자"
김용태 의원은 대화와 설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0%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야당과 대화와 설득을 통해 20~30%라도 전진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은 서비스 발전 기본법 등 개혁안에 대해 줄곧 야당 때문에 못하고 있다, 심판해 달라 외쳐왔다"며 "그런데 총선 결과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청와대와 우리를 심판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국민들이 상황을 잘 모른다는 항변도 나오지만 그게 집권당의 숙명이자 결과"라면서 "우리에게는 청와대와 모여 의지를 불태우고 야당과 격렬히 싸우는 모습이 아니라 필사적으로 협상하고 밤을 새우고, 이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용태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양천을에서 경험이 녹아 있는 듯했다. 그는 야권이 28년 동안 단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던 양천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여기에 대한 비결 역시 대화와 설득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8년간 내가 양천에서 민원의 날을 하면서 1만 6천여 명을 만났다. 거기서 깨달은 핵심은 진정성"이라며 "진정성이 통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인정해주신다"고 말했다.
민원을 해결한 것보다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더 감사 인사를 받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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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과 폭넓은 스킨십…거쳐 간 인턴(국회 견학생)이 벌써 수백 명
김용태 의원에 40대 기수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용태 의원은 40대 당대표 후보로 청년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이에 반해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70대다.
김 의원은 "지금 새누리당이 사람들에게 고루하다. 분위기가 어둡고 젊은 사람들하고 도저히 말이 안 통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며 "이렇게 생각해보자. 당 대표실에 푹 파묻히는 소파를 걷어내고 차 마시고 커피 마시는 탁자를 놓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당 대표실을 생각해보자"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당의 모습을 그려냈다. 우선 소매를 걷어붙인 젊은 당직자들이 각 분야를 TF별로 세분화해 현장을 뛰고 결과물을 축적해 백서로 발간하는 역동적인 당을 묘사했다.
또 호프집에 가서, 카페에 앉아서 끝장토론, 밤샘토론으로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새누리당을 젊은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40대 기수론의 중심에 서 있는 김 의원은 실제로 당내에서 청년과 스킨십의 폭이 넓은 편이다. 그를 거쳐 간 인턴(국회 견학생)만 수백 명이 넘는다. 실제 기자와 만난 자리에도 10여 명의 인턴이 기자와 대담을 지켜봤다. 최근에는 청년 문제를 다루겠다며 '청바지 (청년이 바라는 지도자) 토크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지난 20년 사이 급격하게 약해진 청년층과 새누리당 사이의 가교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김 의원은 "현재 새누리당이 청년층에 효과적으로 어필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예전 자기의 경험에 비춰서 청년의 문제를 가르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안철수, 법륜의 힐링 시대도 끝났다. 이제는 청년들과 입장을 공유해야 한다"며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주는 게 아니라 내 우산을 내리고 비를 같이 맞는, 그 마음이 우리 새누리당에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다가가는 방식을 바꿔야 청년들이 비로소 진지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당에 꺼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구절절한 설명과 논거보다 정서적 교감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정의당이 청년 정책 중 하나를 예로 들었다. 이 법안은 민간기업도 매년 3%씩 고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 법대로 하면 청년 문제 해결되죠. 멋있죠. 그런데 매년 3%를 무슨 수로 고용하느냐"면서 "설령 올해는 고용했다 치지만, 내년에 장사가 안되면 줄여야 하는데 못줄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내가 새누리당에서도 보수적인 사람"이라면서 "다만 국민에게 다가가는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워낙 낡고 구식이어서 수용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청년들은 정의당이 우리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면서 "우리도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혁명적으로 뜯어고치자, 못할 게 뭐 있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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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당으로 끌어올 묘수? "경선 리그가 재밌어야죠"
오는 8.9 전당대회에서 당선될 당권 주자가 짊어진 막중한 임무 중 하나는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치러내는 일이다. 그래야 계파 갈등으로 인한 뒤 탈이 없고 야권의 공세에 단일 대오를 형성할 수 있어서다.
김 의원에게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가 원외에 있다"고 물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원 외도 아니고 당 외, 국외다. 이 문제는 김칫국부터 마시면 체해가지고 우리 스스로 망가진다"면서 "우선 게임의 열기, 리그가 불이 붙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장외의 고수이자 대형 스트라이커'를 영입해야 하는 시점은 그 이후라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경기장 안이 재미가 있어야 누가 참가하려 할 것 아니냐"면서 "맨유니 아스널 같은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투지가 다른 리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딱 갔더니 선수들이 (최근에 폼이) 망가진 선수도 있고 그래요. 김문수, 오세훈, 김무성 같은 주자들. 그런데 투지가 완전 다른 거야"
그는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왕년에 최고의 스타였다가 리그 밖으로 쫓겨났던 선수"라고 했고, 정우택 의원에 대해서는 "잠재력 하나만은 제2의 메시가 될 수 있는 중원의 절대 강자"라고 평했다.
김 의원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을 겨냥해 "다른 특혜는 없지만, 이 리그에서 뛰는 게 가능성도 크고 왕중왕전 해서 먹을 수 있다고 설득을 해야죠"라고 답했다.
◆ "페이스메이커? 하나도 안 지쳤는데?"
김용태 의원은 이번 8.9 전당대회에서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한 바 있다. 그는 여러 차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전대가 반(反)혁신 전대가 된다면 대의를 쫓아 뜻 있는 사람과 힘을 합칠 생각이 있다. 옹졸하게 굴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페이스메이커가 하나도 지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부로 전반적인 흐름은 잡혔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 혁신의 흐름으로 잡혀 나가는 것 같다"면서 "전혀 지지치 않고 선두권에서 페이스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페이스메이커가 페이스를 이끌다 그냥 우승해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러너스 하이가 와서 페이스메이커가 우승할 것 같다"고 답했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마라톤이나 축구 등 극한의 유산소성 운동을 하는 선수들에게 몸에서 보상의 일종으로 베타 엔도르핀 등의 마약성 물질이 체내에서 분비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상당량의 글리코겐을 소진하며 한계치까지 달릴 때 어느 순간 숨 찬 것도 가시고 몸이 날 듯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19일,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가고 힘을 내서 달릴 수 있는 시기가 왔다는 내용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