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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수준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저 후진국 수준이다. 한전, 거래소, 발전하는 회사 여러분들은 큰 세계적인 국영회사라고 그러고 있는 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를 전격 방문, 전날 발생한 전국적인 `정전 대혼란' 대처를 놓고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질책했다는 표현보다 시쳇말로 ‘불호령’이 떨어졌다는 말이 더 적합하게 어울릴 정도다. 불호령은 이날 오후 6시39분쯤 한전본관 대회의실에 착석하자마자 시작해 7시14분까지 35분 가량 이어졌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김우겸 한국전력 부사장, 한국동서발전-남부발전 등 각 발전소 사장들이 불려와 참석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처음 회의장소가 브리핑실인 것을 보고 “여기서 회의를 할 수 있겠느냐”며 장소를 옮길 것을 지시, 장소를 두 차례 옮기면서 이날의 불호령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한전-전력거래소-지경부-각 발전소 등으로 관계자들에게 정전 사태에 대해 보고케 하면서 사태를 잘못 파악하고 있을 때는 바로 강하게 질책했다.
먼저 김우겸 한전 부사장이 사태에 대해 거두절미하고 “재발방지에 대해 모든 조치 강구해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막연하게 하지 말고 두루뭉실하게 하지 말고 한전, 거래소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얘기하고, 지경부도 얘기하라”고 호되게 질타했다.
김 부사장이 “홍보에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정전에 대한 공보와 재해방송 규정이 없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의 분노는 극에 달한 듯 했다.
이 대통령은 “한전 담당자에게 얘기할 책임이 없어요? 규정상 그런 거 없어요? 자기 마음대로 자르고 해도 되는 거냐”고 물었다.
이 대통령은 김 부사장이 정전이 됐던 해당지역마다 SMS와 가두방송, 사이버 지점을 통해 사실관계를 홍보했다고 하자 “가두방송 한 것을 확인했느냐”고도 나무랐다.
이어 “기본을 지키면 이런 문제가 일어날 수가 없다. 기본만 제대로 지키면, 또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서로 협업을 하면…”이라며 이번 사태가 기본을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됐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기를 끊더라도 끊을 데 끊어야지 병원, 엘리베이터 끊어놓고 중소기업들이 전기로 작업하는데 갑자기 끊었다”고 말했다.
“여러분들이 하더라도(끊더라도) 오피스빌딩이나 공공건물, 이런 데 전기 끊어도 되요. 무작위로 끊어 버린다고 하면 기본이 안된 거다”고 질책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기본을 안 지키며 이처럼 무작위로 전기를 끊게 된데 대해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자가 어떤 불편이 있고 어떤 피해를 입을까 전혀 생각을 안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요즘같이 이상기후 있고 기상청에서도 늦더위에 대해 매일 보도하고 있는 데도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당신은 잘 먹고 잘자고 수요가 올라가니까 끊어버리겠다고, 이런 생각으로 이러는 거 아니냐”고 까지 질책했다.
정전사태 발생 이후 대처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이 대통령은 “’그 정도 피해가지고 전체 큰 피해를 막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상을 받고 있다. 그런 정신으로 공기업 하니까 국민들이 불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분통이 터지는 데 실제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속이 상하겠느냐. 얼마나 불쾌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어 “기본을 지키라는 거다. 국민에 대한 봉사 정신이 전혀 없는 거다. 공기업이란 사람들이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공기업이 그렇게 했다 이거야, 이런 사고를 저질렀다 이거야”라고 말했다.
책임 소재에 대한 질책도 나와 향후 대대적인 책임 추궁과 이에 따른 인사조치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난 이건 지경부도 책임이 있고 거래소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한전도, 발전하는 쪽에서도 안일하게 해오던 거니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건 분명히 책임소재를 따지고 발전소도, 거래소, 한전도 사과해야 한다. 변명할 필요가 없다. 안 일어날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질책 중에 두 번씩이나 침묵하며 호흡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한전 본사에 대한 전격 방문에 이어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질타가 이어져 앞으로 최중경 지경부 장관 등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이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