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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가해자 '멀쩡'‥"무전유죄 유전무죄인가?"
"전, 이 영화를 보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죠?"
광주인화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네티즌 사이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영화를 통해 수년 전 충격적인 범죄가 실제로 일어났고, 가해자 일부가 버젓이 교단으로 복귀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는 영화 상영을 계기로 해당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지난 25일 다음 아고라 사이트에 성폭력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다(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12611).
26일 오후 5시 현재 서명자가 1만4천명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네티즌의 반응은 뜨겁다.
한 네티즌은 "영화를 보고 나서야 우리나라에 이런 흉악한 범죄가 발생했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일반인도 아닌, 장애학생들을 상대로 저지른 파렴치한 성폭력은 반드시 죗값을 물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내달 20일까지 5만명을 목표로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5만명이 아니라 10만명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등재된 도가니의 공식카페에도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의 성명이 올라와 '전면 재수사'를 요구하는 여론 형성에 일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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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재수사에 대한 '청원 요청' 외에도 인화학교 사회복지법인(우석법인)을 상대로 과거 성폭력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이에 관할 구청인 광산구청은 해당 사회복지법인에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한편, 장애인 시설을 전담 관리할 직원을 채용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해당 법인을 살펴본 결과 전문성이 결여된 이사들로 구성돼 있어 내달 7일까지 이사진 교체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상태"라며 "지역민과 사회 여론을 감안, 법인에 대한 견제 기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도가니'는 2009년 출간된 소설가 공지영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도가니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광주인화학교에서 벌어진 끔찍한 성폭행 사건을 다룬 소설로, 영화에서 그려진 것보다 훨씬 강도높은 수위의 범행 장면이 묘사돼 있다.
영화와 소설 모두 교장과 행정실장 등 교직원 6명이 청각장애학생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가한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으나 재현된 폭행 장면은 실제 벌어진 범죄 행위에 비해 지극히 완화한 수준이라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가해자들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3명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이 중 일부는 다시 교단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지영은 가해자들에 대한 선고공판을 취재한 젊은 기자의 현장스케치 기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라는 구절을 읽고 소설 도가니를 쓰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