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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2G서비스를 강제종료하려다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4G LTE서비스 연내 실시까지 어려워지자 '패닉'에 빠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일 KT 2G가입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는 KT의 2G 종료 예정시간을 6시간 앞둔 상황에서 내려졌다.
재판부는 “2G서비스 정지로 이용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집행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와 KT는 8일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주도한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측은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도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위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3수 끝에 방통위 승인받은 KT, 이번에는 법원이 제동
KT는 당초 8일로 예정됐던 ‘KT, LTE 서비스 개시’ 기자간담회도 취소했다.
KT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법원 판결은 12월 8일 0시로 예정된 2G 종료 시행을 잠정 보류한 것이지 2G 서비스 종료 자체를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KT는 “그 동안 이용자보호조치를 충실히 이행해온 KT는 이에 즉시 항고해 통신산업 발전과 전체 이용자의 편익을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의 2G 종료 승인결정이 최단기간 내 이행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KT는 현재 2G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을 LTE 서비스에 사용할 계획으로 장비까지 준비했다고 한다. 2G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면 4세대 LTE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KT는 이전에도 방통위가 두 차례나 2G 종료 승인을 유보해 경쟁사에 비해 이미 뒤쳐져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부터 LTE서비스를 시작,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입장에서는 2G 종료가 늦어질수록 금전적 피해도 커진다. 2G 망을 운영하는 데 하루 평균 2억원 상당의 유지비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2G가입자들, KT와 방통위에 불만
한편 2G가입자들의 불만도 KT 못지 않다. 지난 11월 30일 KT의 2G 이동통신(PCS) 가입자들은 “KT의 PCS사업폐지 승인을 취소하라”며 방통위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KT 측은 “이번 소송은 KT가 아닌,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다. 지난 6월에도 유사한 소송이 있었지만 원고패소(KT 승소) 판결이 나왔다”며 이번 소송도 기각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지난 6월 한 2G 이용자가 이동통신사의 3G 이동통신서비스 전환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KT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수원지법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010통합반대운동본부' 서민기 회장은 "KT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이번 2G서비스 폐지를 반대하는 소송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KT가 충분한 통보기간을 갖고 폐지 승인을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해 “KT의 실제 폐지예정일이 발표된 것은 지난달 23일로, 정식 통보기간은 2주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KT는 2G 종료 예정일이 되기도 전부터 LTE서비스 준비를 위한답시고 2G가입자들의 서비스에 불편을 줬다. 유선전화를 일부러 고장 내놓고 고치는 척 집으로 찾아와 3G 전환을 유도했다는 내용의 녹취파일도 있다. KT는 이런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또한 KT가 방통위에서 각계각층의 외부전문가로 자문단을 구성해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자문단에 어떤 전문가가 참석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나 KT에 우호적인 단체가 들어갔을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일부 2G 소비자들의 반발에 대해 일부 통신전문가들은 "일부 2G 사용자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전파는 국민 공유 재산"이라면서 "비유한다면 차량 통행이 대폭 줄어든 구 4차선 경부고속도로와 새로 놓인 20차선 경부고속도로가 있다면 일부 차량 운전자들이 익숙하다며 다니던 길 계속 다니겠다는 주장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피해
이 같은 KT와 사용자 간 분쟁으로 LTE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피해를 보게 생겼다. 그 중 '워크아웃'을 겨우 '졸업'한 팬택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팬택은 그동안 ‘LTE 올인’ 전략 아래 KT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세계 LTE폰 점유율 30% 이상을 목표로 삼았지만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LG전자는 당초 '옵티머스LTE'를 KT에 공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