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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당 쇄신을 앞두고 ‘분열’ 위기에서 벗어났다.
‘재창당’ 여부를 두고 갈등 양상을 빚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쇄신파 의원들은 14일 국회에서 만나 당 쇄신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쇄신파가 벼르던 '담판'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박 전 대표는 “창당을 뛰어넘는 당 변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고 쇄신파는 “재창당을 명기 안해도 될 만큼 신뢰가 회복된 자리였다”며 만족감을 보였다.박 전 대표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쇄신파 외의 다른 의원들과도 의견을 나눈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소통이 어렵다’는 의원들의 지적을 수용한 행보이다.
권영진 의원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아픔 겪은 뒤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눴다. 내일 의총에 나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새로운 소통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두 차례 의총을 거치며 쇄신파와 친박(친박근혜)계는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다. “지금의 한나라당에 쇄신의 희망은 없다”며 쇄신파인 정태근 김성식 의원은 탈당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날 쇄신파에서는 남경필 김세연 황영철 구상찬 임해규 주광덕 권영진 의원이 참석했다.
◆ 1시간 20분 회동…‘간접소통’이 빚은 오해 풀었다
1시간 20여분간 진행된 이날 회동은 사실상 ‘오해를 푸는’ 자리였다.
쇄신파 의원으로 배석한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재창당은 변화를 만들고 당령을 바꾸는 것인데 지금껏 박 대표가 한나라당 틀을 운전하려는 분위기가 전해져 갈등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
황 대변인은 “박 전 대표는 쇄신파의 재창당 요구를 당 해체로 이해해왔다. 지금은 민생을 위해 (쇄신)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걱정은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와 쇄신파 간의 ‘간접 소통’ 과정에서 쌓였던 오해가 이날 ‘대면’을 통해 풀렸다는 뜻이다.
황 대변인은 “쇄신파는 비대위가 쇄신 흐름을 성실하게 완수하지 못하고 권력투구로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국민이 원하는 정도의 쇄신을 이루지 못할까 하는 염려였다. 그것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 朴 “공천,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가장 모범답안 만들 것”
박 전 대표가 보여준 ‘신뢰’는 인적쇄신‧정책쇄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는 “공천은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가장 모범답안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어떤 몇 사람이 공천권을 갖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인재들 모으는데 (기존 기득권 세력의) 희생도 있겠지만 국민이 한나라당을 믿어줄 것”이라고 말했다.친박계 일부가 ‘권력이양’을 노린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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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는 “재창당을 뛰어넘는 당 쇄신과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무엇보다 민생, 일자리를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한 때인 만큼 비대위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내면 당명 바꾸는 것도 국민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때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쇄신파 의원들은 “그게 우리가 바라는 바 아니겠는가”라며 적극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쇄신파 의원들이 박 전 대표에게 “탈당한 의원들이 철회하도록 인간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부탁하자 박 전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김성식 의원은 “회동에서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니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에 아스피린 정도 투여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암 대수술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으면 소용없다. 이미 당에서 나온 이상 정치판 전체가 국민의 요구대로 혁신할 수 있도록 의병 역할을 하겠다”고 말해 당장 복당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 쇄신파 “재창당 명시 안해도 된다” 선회
황 대변인은 이날 회동이 친박계로 대표되는 박 전 대표와 쇄신파 간의 ‘담판’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쇄신파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의중을 확인하는 역할을 한 것이고 모든 의견은 의총과 전국위에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쇄신 갈등’은 사실상 친박과 쇄신파의 대결, 리모델링과 신축의 힘겨루기였다.
권영진 의원은 “오늘 쇄신파와 박 전 대표가 생각하는 당의 쇄신 방향이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황 대변인도 “재창당을 명시하지 않아도 된다. 박 전 대표의 확고한 의지를 봤다”고 했다.박 전 대표가 이날 제시한 방향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단 한 차례의 회동으로 ‘탈당 도미노’까지 우려됐던 문제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특히 박 전 대표가 내놓은 안은 그동안 친박계 의원이나, 언론 등을 통해서 수차례 거론돼 왔던 내용이다. 놀랄 만큼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는 뜻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결국은 박 전 대표와 쇄신파 간의 소통채널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이번 회동에서 드러난 것이다. 내일 의총에 참석하는 것도 박 전 대표가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대 이상의 큰 진전이다. 이렇게 쉽게 해결될 내용이었는데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한 사람들은 대체 뭐한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