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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전화 논란이 심각한 수준이다. 비판이 가열된 28일에 이어 29일까지 김지사 사건은 각종 포털과 커뮤니티 검색 최상위권에 오르며 갖가지 패러디까지 쏟아지고 있다.
한미FTA 처리, 디도스 사태, ‘나꼼수’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 등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극으로 치닫는 시점인데다, 그동안 ‘막말’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김 지사여서 비판의 수위는 더욱 거세다.
비판을 날리는 칼날의 주체는 ‘네티즌’들이다. 김 지사를 변호하는 주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권위주의에 쩐(물든) 제왕적 도지사’, ‘군대도 안 간 지사가 관등성명은 무슨 소리’, ‘긴급전화에 전화를 걸어 신분 확인만 하려는 무개념’ 등이 비판의 주제들이다.
김 지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소방의 최고 책임자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향>, <뷰스앤뉴스> 등 좌파 매체들이 전후 사정을 잘라낸 채 몰아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 지사의 전화를 받았던 소방관은 29일 새벽 직접 사과의 글을 올리고 파문 확산이 안 되기를 바란다며 진화에 나섰고, 이날 오후 김 지사 역시 "근무 규정을 어긴 것은 맞지만, 나에게도 책임은 있고 인사 이동은 내가 지시한 것이 아니다"며 이를 취소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항의글이 이어지는 경기도청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김문수 지사와 소방관이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 만약 진짜 응급 구조 요청이었다면?
지난 2009년 2월 21일 바로 문제의 남양주소방서에 한통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들과 술을 마신 71살 A씨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당시 귀갓길에 길을 잃고 시골길을 헤매다 119에 전화를 걸었다.
당시 통화내용이다.
A씨 "여기가 대방리인데, 어딘지 모르겠는데 저 좀 구해주세요"
소방관 "거기 큰 건물 없어요?
A씨 "제가 한 두시간을 헤메고 있는데 어딘지 모르겠어요"
소방관 "선생님께서 모르신다고 하면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정신 바짝 차리시고 날씨가 추우니까 큰 건물이나 어디 불켜진데 찾아보세요"
A씨 "(근처에)하우스가 있어요"
소방관 "선생님이 모르신다면 우린 몰라요. 큰 건물이나 찾아서 전화 주세요"
응급환자 "아이구"
소방관 '전화 끊음'A씨는 이후 7시간 후에도 재차 구조요청을 했으나 남양주소방서는 이를 묵살했고 70대 노인은 들판에서 동사한 채 발견됐다.
위치추적 등 방법을 찾지 않고 안이하게, 그리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소방관의 책임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은 셈이다. 당시 김 지사는 안이하게 상황에 대처한 남양주소방서의 업무 처리 태도를 크게 질책했고, 소방재난본부는 A씨 같은 어이없는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황접수 요령에 대한 교육을 수 없이 실시했다.
소방공무원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 따르면 상황실 근무자는 119 전화신고 접수 시 먼저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히고, 신고내용에 대해 성실히 응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황실 근무자는 모든 신고전화에 대하여 장난전화 여부를 임의로 판단하여 응대하게 될 경우 자칫 진짜 사고에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김 지사의 통화 내용도 앞서의 사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 한번 사고를 친 ‘남양주 소방서’가 여전히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상황실 근무자는 전화를 건 사람이 도지사가 아니라 일반시민이 설혹 장난전화를 했다 할지라도 만에 하나 그것이 사실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성실히 응대해야만 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같은 소방서에서 김지사의 119 전화를 묵살한 경위
지난 19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요양병원을 방문한 김 지사는 요양원내 암환자의 응급 이송 관련 문의를 위해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에 전화를 했다. 요양병원 방문 과정에서 한 민원인이 질문한 내용을 즉각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발 빠른 행정’을 항상 강조하는 김 지사가 현장 방문을 할 때 자주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소방관의 이름을 물었다. 하지만 소방관은 이를 장난전화로 오인하고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상황실에 뜬 전화번호가 요양병원인 것을 확인한 소방관의 ‘자의적 판단’이었다.
김 지사는 곧바로 다시 전화했으나 다른 근무자도 장난전화로 판단, 응대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통화에서 모두 9차례에 걸쳐 신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지사는 이를 도소방본부에 통보했고, 지난 23일 자로 해당 상황실근무자 2명을 포천과 가평소방서로 각각 인사발령이 났다. 이 과정에서 두 소방관을 전보조치하겠다는 소방재난본부의 보고에 김 지사는 "그럴 것 까지는 없다"고 했지만, 결국 인사조치는 이뤄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상에는 논란이 거세졌고 김 지사는 29일 오후 경기도소방재난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두 소방관의 원대복귀를 지시했다.
다음은 19일 김 지사와 상황실 소방관과의 통화 요약이다.
김 지사 “여보세요. 경기도지사 김문수입니다.”
소방관 “… …”
김 지사 “이름이 누구요?”
소방관 (작은 목소리로)‘아이 씨~ 미치겠네…’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셨는데요?”
김 지사 “어허… 내가 도지사인데 거기 이름을 누구냐는데…”
소방관 “그러니까요, 행정전화에 전화를 거셔야죠, 긴급전화에 전화를 거시면 안되죠.”
소방관 ‘전화 끊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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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왕적 태도? 부하 직원에 대한 ‘일침’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논란은 김 지사의 어투에 있었다. ‘내가 도지사인데 왜 신분을 밝히지 않느냐’는 김 지사의 말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권위의식에 쩔었다(물들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문제의 본질은 약간 다르다. 예를 들어 김 지사가 중앙부처의 사법기관인 경찰서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태도를 보였다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소방서는 경기도 직속기관이다. 도지사가 경기도소방관의 최고 책임자다. 최고 책임자로서 일선 근무자의 태도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는게 경기도의 입장이다.
관등성명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공직자는 어떤 경우에서든 민원인이 요구할 경우 관등성명을 대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내가 도지사인데, 왜 이름을 대지 않느냐”는 김 지사의 말은 “도지사에게도 이름을 대지 않는 소방관이 민원인에게는 어떤 태도로 전화를 받겠느냐”는 ‘호통’이라는 것이다.
김 지사는 현장 방문을 한 당시 상황에서 호통을 칠 수 없는 입장이어서 추후 철저한 교육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사 이동 조치는 도소방본부에서 결정한 사안이었다. 김 지사 한 측근은 도소방본부가 행정부지사 결재를 거쳐올린 두 소방관에 대한 징계건의에 대해 "김 지사는 징계는 하지 말고 친절교육을 시키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된 이후 김 지사는 29일 오후 4시40분께 경기도소방재난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두 소방관에 대한 인사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지사는 경기도 소방의 최고책임자로서 모든 경기도 소방공무원을 지휘, 감독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신고전화를 오인하는 이와 같은 사례를 계속 방치한다면 앞으로 시민이 큰 피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문책을 한 것이다. 이를 권위주의로 해석하는 것은 공직사회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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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가 ‘긴급전화’? 아니다 ‘민원전화’다
네티즌들의 비난을 쏟는 또 하나의 부분은 ‘왜 하필 119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하려 했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도 경기도의 입장은 달랐다.
119는 긴급전화가 아니라 민원전화라는 생각이다. 소방서는 본연의 업무인 화재 진화 외에도 수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잘 알려진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업무는 물론 환경오염 방지에 가정집 벌집을 제거하는 일도 한다. 이 같은 생활민원만 11종에 이르며 2012년부터는 25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처럼 소방서가 많은 업무를 수행하는 이유에는 신고전화의 ‘간편함’을 들 수 있다. 위험할 때 생각나는 번호가 ‘119’인데다, 가장 많은 통화 회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9년 남양주소방서 사건처럼 응급환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을 때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추적도 가능하다. 법적으로 경찰은 법원의 영장이나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양형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해당 소방관이 김 지사에게)일반전화로 할 것을 왜 119로 하셨냐고 했다.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소방은 생활민원 처리를 다 하고 있고 국민들이 다 이용할 수 있다. 누구나 다 어떤 민원이라도 할 수 있다. 화재 뿐 아니라 다 정당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직원이 간과하고 이런 응대가 잘못된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도 “응급 상황의 판단은 민원인이 가장 잘 아는 부분인데, 이를 소방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라며 “신고전화를 오인하는 이와 같은 사례를 계속 방치한다면 앞으로 시민이 큰 피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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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지사, 소방행정에 애정 쏟다보니…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특히 소방행정에 관심이 많다. 경기도는 서울시보다 인구는 물론 행정 면적이 훨씬 큼에도 지원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평균수명이 58세로 공무원 중에 가장 빨리 죽는 직종인 소방관에 대한 처우 개선에 가장 신경 쓰는 도지사로 알려져 있다. 현행 살인적인 2교대 업무를 3교대로 확대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중앙정부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누구보다 촉구해왔다.
실제로 김 지사는 지난 5일 평택에서 일어난 故 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 소방장이 화재 진압 중 사망한 사고에 “국가의 책임”이라며 중앙정부를 향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당시 김 지사는 “소방관에 대해 국가가 신경을 안 쓴다. 도에만 맡기지 국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개했다. 특히 “정작 국가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를 지자체에 넘겨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지사가 지난 12월5일 도청 월례조회에서 소방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을 살펴보자.
“경기도의 경우 소방행정의 98%는 도가 하고, 2%이내의 미미한 부분만 국가가 하고 있다. 소방관에 대해 국가가 신경을 안 쓴다. 도에만 맡겨 놓고 국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앞 등·하교길, 스쿨존 관리업무 등을 경찰이 하고 있는데, 이런 사업이야말로 지자체가 할 사업이다. 정작 국가에서 담당해야 할 소방 관련 업무를 지자체에 넘기는 언밸런스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소방관들의 처우가 어려운 점이 많은데 개선해야 한다. 도에서도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지급을 두고 소송이나 합의 등에 의해 처우개선을 하고 있고, 3교대 근무에 대해서도 소방관 숫자를 증원 중이다. 이번 故 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 소방장의 희생을 통해 중앙정부는 단순한 조문, 애도를 넘어서 근본적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국가운영시스템의 원칙을 세워 분권할 것은 분권하고, 중앙집권이 필요한 것은 집권화하는 등 합리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밖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나라의 주인은 공직자라는 자세로 업무에 임해주시고, 연말연시에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건강과 사고를 우선적으로 대비하시길 바란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소방 행정에 쏟는 애정이 크다보니 이번 일에 화를 낸 것”이라고 했다. “열악한 환경에 대한 미안한 마음만큼 소중한 목숨을 구조하는 일에는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김 지사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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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소방관 “내 잘못” 인정
김 지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사건 당사자인 당시 상황실 소방관은 사과의 글을 통해 ‘자신의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지난 19일 김 지사의 전화를 받은 경기 남양주소방서 A 소방관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29일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글을 적었다.
이 글에서 A 소방관은 “상황실 근무자는 어떤 전화이든지 소방공무원 재난현장 표준절차에 따라 자신의 관등 성명을 밝히고 사고내용에 대해 성실히 응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자의적으로 너무 경솔하게 장난전화로 판단, 규정도 무시한 채 너무 큰 무례를 범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먼저 저의 경솔한 행동과 실수로 지사님을 비롯해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이 소방관도 김 지사가 평소 소방행정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지사님께서는 저희 소방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3교대 근무를 위한 인력보강,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미지급 초과근무수당 지급 등 소방관을 위해 노력해주시고 계신 걸 잘 알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해 우리 소방에 대해 애정을 가진 지사님의 모습이 퇴색되고 왜곡되는 것이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이 더 이상 쓸데없는 오해와 논란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 일부 언론 몰아세우기…경기도 “도지사로서 당연한 일”
이에 대해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은 김 지사가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한 것에 기분이 상해 인사 조치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도지사가 전화하면 당연히 성실히 답변해야 한다는 ‘제왕적 태도’라는 것이다.
<경향닷컴>은 이날 ‘“나 김문수 지사야” 목소리 몰라본 119대원 문책’이란 제목으로 사건을 보도했다. 119대원들이 김 지사의 목소리를 몰라봐 징계를 당했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일보> 역시 ‘김문수 119 전화 논란…목소리 몰랐다고 인사조치?’란 제목을 붙였다.
<뷰스앤뉴스>는 "기본 운운하는 김문수, 상왕의 마인드"라는 제목으로 한 소방관의 "상황실 전화는 긴급전화로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주장을 담았다. 이 매체는 소방관의 트위터 발언을 그대로 인용 "전화응대 부실로 징계 운운하는 게 현재 김문수와 소방본부의 수준이다. 권위주의 시대에 부응 못한 게 죄"라고 비판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노00'씨는 "소방관들은 자기 일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목소리만으로 도지사인 줄 몰랐던 것이 죄가 됩니까?"라고 반문하면서 "도지사의 행위가 장난전화와 다를 바가 무엇인지, 이번 일로 소방관들께 누를 끼친 도지사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 한 측근은 “어투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화를 받은 소방관의 잘못은 분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 지사가 얼마나 소방행정에 많은 애착을 가지는지 그 이전에 남양주소방서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라낸 채 오해하기 좋은 부분만 보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