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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때리려다 ‘노무현 암초’에 덜컥
MB 손녀 명품 패딩 논란 盧로 옮겨 붙어
한미FTA 때도 MB에 비난 퍼붓다 ‘자충수’
엄병길 기자 -
설 명절 연휴 내내 정치 관련 최대 이슈는 때 아닌 이명박 대통령 손녀의 ‘명품 패딩점퍼’ 논란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설 연휴 첫 날인 지난 21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통인시장을 방문해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손녀에게 과자를 사주며 모처럼의 여유를 즐겼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 대통령 손녀가 입은 흰색 패딩점퍼가 수백만원짜리 명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관련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1% 부자정권’이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이 대통령 손녀가 입은 패딩점퍼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몽클레어’라는 것이다.
민주당, “1% 부자정권” 비난하다 노무현 손녀 명품 사진 나오자…
논란이 일자 민주통합당도 ‘이 대통령이 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고 비난전에 가세했다.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4일 설 민심 관련 브리핑을 통해 “연휴시작 무렵 터진 이명박 대통령 손녀의 명품패딩 논란은 그 값이 수백만 원 이건, 수 십 만원 이건 간에 서민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됐다”며 “잊어버릴만 하면 전통시장에 가서 어묵하나 먹고 인사한번 한다고 해서 1% 부자정권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음을 우리는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쪽파 한 단 2천원에 떨이’를 합창하는 야채가게 온가족의 외침과 대통령 손녀의 이태리 명품패딩논란이 자꾸만 머릿속을 함께 맴돌았다”며 “설날 단 하루도 맘 편하게 안해 준 이명박 정권이 참으로 원망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녀가 영국 명품 ‘버버리’를 입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게재되면서 급속히 반전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노 전 대통령의 손녀가 입었던 옷이 이 대통령 손녀 옷보다 훨씬 비싸다는 이유를 들어 “노무현 정권은 0.1% 부자정권이냐”고 맞받았다.
이 대통령을 비난하던 일부 네티즌과 민주당을 머쓱하게 만든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명품 패딩 논란은 더 이상 논란이 되지 못했다.
한미 FTA 때도 “매국행위”라고 비난했지만 결국…
이번 이 대통령 손녀 명품 패딩 논란은 한미 FTA 체결 당시 논쟁과 닮은꼴이다.
이 대통령이 한미 FTA를 체결하자 민주당 등 좌파진영은 ‘나라를 통째로 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좌파진영은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미국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불평등 조항이라며 ‘독소조항을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한미 FTA는 노무현 정권이 강력하게 추진했으며, ISD 조항도 이미 포함돼 있었다’는 반박으로 인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한 민주당 한명숙 대표와 정동영 상임고문, 김진표 원내대표, 그리고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 등이 직간접적으로 한미 FTA 추진에 앞장선 바 있어 이들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잃었다.
뉴스파인더 엄병길 기자 bkeom@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