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법 제정하면될 일을 재벌 욕만 하고 있다"
  • ▲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란 구호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처럼 경제는 어느 나라 선거에서나 가장 중요한 쟁점인 것이 틀림없고, 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제와 관련해 가장 큰 현안을 꼽으라면 바로 양극화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정당마다 이 문제를 현안으로 제기하면서 다가오는 선거에서 쟁점화 하려 하고 있다.

    사실 한국 경제의 양극화는 어제 오늘 별안간 튀어나온 현상은 아니다. 무책임한 정치판의 오랜 다툼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세종시와 4대강 논란, 반 자유무역협정 FTA 시위, 정치판의 수상쩍은 돈봉투 의혹 등을 거치면서 더욱 악화됐을 뿐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가 선거가 다가오니까 이제 와서 양극화를 재벌의 탓으로 돌리고 재벌 때리기를 득표전략으로 삼은 듯 하다. 1%를 때리면 99%는 저절로 자기 편이 될 것이란 얄팍한 선거전략 때문일 텐데, 이들이 선거가 끝난 다음에는 또 다시 나몰라라 하고 4년을 버틸 것이 눈에 보인다.

    물론 재벌들의 무분별한 돈벌이로 골목경제까지 망가져서 양극화가 더 심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더 큰 문제는 오랫동안 이를 방치해온 정치권에 있다.

    민주주의는 의회정치다. 법은 의회에서 만들고 행정부는 그 법을 집행할 뿐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대기업들의 빵집을 허용해놓고 이제 와서 대기업을 공격하는 건 여론을 분열시킬 뿐 법치국가답지 못한 처사다.

    따라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보호하려면 하루속히 국회가 반독점 (Anti-Trust)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 법은 원래 인수합병과 관련해 미국에서 생긴 법이지만 이를 중소기업 보호에 적용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보잉사가 자금이 없어 빵집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 법 때문에 보잉사는 자신들의 특기인 비행기 제조에만 몰두하고 이익금을 더 좋은 비행기를 제작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쓰는 것이다.

    보잉사 같은 대기업이 골목에 화려한 대형 빵집을 내고 매일 싼 가격에 세일을 하면 다른 소규모 빵집들은 한 달도 못 버티고 문을 닫게 되고 결국 자본이 넉넉한 보잉사는 제빵사업을 독점하게 된다. 그러면 이후 보잉사가 빵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은 빵을 사러 먼 곳에 가느니 비싸더라도 보잉사가 운영하는 빵집을 이용하게 된다. 자유경제시장에서는 결코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쟁이 있어야 소비자들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반독점 법을 적용해 대기업의 골목 빵집을 막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시장으로 일할 때 한 쇼핑센터 안에 같은 종류의 상권을 허락하지 않았다. 빵집이 이미 하나 있으면 또 다른 새로운 빵집을 시에서 허가해주지 않고 빵집이 없는 동네로 가게 만든다. 서로 마주보며 장사를 하면 결국 두 가게 모두 망하기 때문이다. 우리 도시에 사업체가 들어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시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질서하게 영업을 아무 데서나 하게 면허를 주지 말아야 한다. 이게 바로 행정기관이 취해야 할 올바른 정책이다.

    서울시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빵집을 6개씩이나 허가해주다가 결국 대기업만 남고 나머지는 망해서 문을 닫게 되었다. 대대로 내려온 빵집 주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문을 닫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망한 빵집을 시에서는 재벌 탓으로 돌린다. 반독점법이 없이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는 일을 자기네가 허가를 내주고 여론이 나빠지니까 재빠르게 재벌 때리기에 동참하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도 점점 분열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와의 소득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 차는 767배에 달한다. 중소기업들은 죽겠다고 신음하고 대기업들은 매년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내면서 이에 분개한 서민들의 비판이 강해지자 결국 빵집 사업에서 손을 떼기에 이르렀다.

    이런 식의 민주정치는 옳지 않다.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법을 어길 때는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법도 없을뿐더러 설령 관련 법이 있다 해도 흐지부지 하니 있으나마나 한 꼴이 된 것이다. 툭하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선거 때마다 떠들어대지만 이미 이를 억제하는 비슷한 현행법이 있다. 이를 알고도 공연히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쇼인지 모르겠다.

    정치권이 우리 마을, 우리 나라를 살리겠다는 비상한 각오 없이 그저 정권을 잡기 위해 정치적으로 양극화를 이용하는 것은 고질적인 우리 정치권의 문제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꾼만 남고 애국자는 다 사라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