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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KBS 본부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있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MB정권의 방송장악 저지’. 하지만 그들의 파업은 이기적이고 정치적 성향이 농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 본부노조의 파업은 사측으로부터는 불법파업에다 경영권 침해라는 비판을, 업계에서는 ‘밥그릇 빼앗길까 두려워 나서는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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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진영조차 비웃는 KBS 본부노조 파업
MBC는 지난 1월 30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다. 명분은 김재철 사장 퇴진. MBC의 이 같은 요구에 "뭐, MBC야 지난 정권 때부터 편향성을 보여 왔으니"하면서 "정권 말기에 접어드니 또 그러는가 보다" 하는 반응들이 지배적이다. MBC 파업 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로 인한 인기 프로그램 결방을 더 걱정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월 6일부터 시작된 KBS 본부노조의 파업은 아예 국민들의 관심조차 얻지 못하는 '찻잔 속의 태풍'이다. ‘방송장악 저지’와 ‘총파업’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급진좌파 진영조차 KBS 본부노조의 파업에 별다른 응원을 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KBS 본부노조가 ‘MB 방송장악 저지’라며 파업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임금협상이 결렬되고 사측이 1,000여 명을 정리해고 할 것이라고 하자 파업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기들 밥그릇 사라질 게 두려우니까 하는 파업’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KBS 직원들의 연봉은 다른 언론사들의 부러움을 사는 수준이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약 5,000 여 명인 KBS 직원들의 ‘연 평균 보수’는 8,123만 4천원. 이것도 ‘평균’인 탓에 경력이 20~30년 정도(1직급) 되면 연봉이 1억 1,8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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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4인 가구당 연 평균 소득은 4,131만 6천원. 그럼에도 KBS 본부노조는 TV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는 별 다른 반대 논평 하나 없이 조용히 있었다. 그러다 임금협상이 결렬되고 정리해고 소식이 나오자마자 파업을 벌이니 업계의 시선이 고울리 없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업계로부터 외면 당하고, 사측으로부터도 ‘민․형사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자 KBS 본부노조는 '정치성'을 내새워 ‘불법 파업’의 명분을 얻으려 하고 있다.
언론노조 "우리를 무시하고는 기득권 가질 수 없어" 스스로 기득권 세력 자처
지난 6일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KBS 본부노조의 파업 출정식에 참석해 “이번 파업 한 방으로 모든 것을 끝장내자. 이명박 본진까지 완전히 박살내고 이명박, 박근혜를 흔드는 파업을 해 정국 최대의 현안으로 만들어 우리를 무시하고는 절대 기득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주장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또 “이 싸움으로 승기를 잡아 민주통합당은 빼고 통합진보당과 연대해 대선에서 승리해 ‘리셋(Reset) KBS’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본부노조는 이 말에 부응하려는 듯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통진당 편파방송저지특위 기자회견에 최성민 KBS 방송문화연구위원을 보냈다.
최성민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KBS에 근무하는 최고참 기자로 후배들의 파업을 지원하는 뜻에서 나왔다. MB정권 방송장악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방송 3사 파업에 국민적 뜻이 모아지는 행사라고 생각하고 여러 언론에서 많은 지지로 방송 3사 동지를 지지해 주시고 국민도 많이 참여해 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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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을 한 최성민 연구위원은 盧정권 아래서 특채돼 그 자신부터 ‘정치적 편향성’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성민 연구위원은 1979년 KBS에 입사했다 1980년 해직된 뒤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에 근무했다. 2007년 정연주 前KBS 사장 재직 시절 특채돼 지금까지 KBS방송문화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당시 KBS는 親盧 편파방송 때문에 한국언론학회로부터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정치적 당파성이 강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KBS 내부논리로 봐도 최성민 연구위원의 ‘발언’과 KBS 본부노조가 ‘MB 방송장악 저지’를 내세우며 정치권과 손잡은 것은 명백한 규정위반이다.
KBS 본부노조, 선거철 되자 사규, 법률 위반하며 경영권-인사권 참여 요구
KBS는 공영방송인 탓에 직원의 겸직을 제한할 뿐 아니라 특정 정당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사규로 규정하고 있다. KBS 측은 “최 위원이 스스로 공영방송의 내규를 위반하며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스스로 밝힌 대로 KBS 본부노조의 파업을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는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천명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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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또 있다. 파업 절차를 무시하다 관계 기관으로부터 ‘불법파업’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이하 서울노동청 남부지청)은 지난 6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김현석’에게 불법파업 철회 촉구 공문을 보냈다. 서울노동청 남부지청은 공문에서 “KBS본부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5장 제2절 규정에 의한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징계, 막장인사 분쇄 및 김인규 퇴진을 위한 파업’을 하고 있는데 이는 법률상 쟁의행위와 목적, 절차 등에 있어서 적법하지 아니하므로 동법 제3조 및 4조에 따른 민․형사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파업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KBS 본부노조가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를 위해 나름대로 ‘대의명분’으로 포장하려 하지만 KBS내부에서조차 이들을 잘 따르지 않고 있다. MBC의 경우 파업 참여율이 90%를 넘고 있다고 한다. 반면 KBS 본부노조의 ‘총파업’에는 전체 노조원의 20% 남짓이 참여했다고. 실제 집회에 나오는 비율은 10% 안팎에 불과한 ‘무늬만 총파업’이다.
KBS 본부노조, '총파업'이라는 데 실제 집회참여율은 10% 남짓
때문에 KBS 사측에서는 “직원 대다수가 방송제작에 힘쓰고 있어 방송차질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측은 그보다 총선과 대선에 맞춰 합법적인 경영권과 인사권에 개입하려는 그들의 태도를 우려하고 있다.
KBS 사측은 “3월 말 열릴 핵 안보 정상회의 주관 방송사라는 막중한 책임이 기다리고 있다. 또 4월 총선과 런던올림픽, 여수엑스포, 디지털전환 완료 등 국가적인 방송현안에 공영방송사로서 책임을 다 해야 하는데도 저러고 있다”며 “KBS 본부노조는 즉각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물론 업계에서 조차 비웃고 있는 KBS 본부노조의 파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