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김무성, 朴 앞에서도 후보 '배려'후보사퇴 사흘 만에 "힘든 결단 고맙다" 전화 걸어
  • [부산=최유경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백의종군' 행보가 후보사퇴 이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한때는 좌장이었으나 정치적으로 결별했던 박근혜 선대위원장과 '화해'도 이뤄졌다. 세종시 문제로 갈등을 빚은 지 2년 반만의 일이다.

    27일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부산 북구를 방문길에 김 의원이 등장했다. 박 위원장을 기다리던 시민들도, 취재진도 술렁였다. 취재진은 빠르게 포토 존을 만들어 먼저 도착한 김 의원을 가운데 자리에 세우자 "서영교 후보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며 자신은 맨 끝으로 빠졌다. 서 후보는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을의 새누리당 총선 후보이다.

    김 의원은 박 위원장이 도착한 뒤에도 김도읍(북강서을), 서영교 후보가 인사를 나눈 후에야 비로소 악수를 나눴다.

    박 위원장이 "아이고 의원님, 애 많이 쓰신다고 들었어요. 감사합니다"고 반갑게 말하자 김 의원은 "감사합니다"라면서 박 위원장의 어깨를 토닥였다.  

    두사람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난 것은 2년 반 만이다. 지난 2009년 '세종시 문제'로 갈등을 빚은 이후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27일 부산을 방문, 지역후보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뒤에 하얀색 옷으 입은 사람이 김무성 의원. ⓒ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27일 부산을 방문, 지역후보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뒤에 하얀색 옷으 입은 사람이 김무성 의원. ⓒ 연합뉴스

    박 위원장과 김 의원의 '화해'는 오찬장에서 절정을 찍었다. 이후 박 위원장은 기장군 기장시장에서 총선 후보 등 당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공천탈락에 승복한 김 의원과 안경률 의원(해운대 기장을) 등도 있었다. 박 위원장은 "두 분께서 참 어려운 결정을 하셨다"며 고마움을 거듭 표했다고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서병수 의원이 "김 의원이 큰 힘이 돼 주셨다. 후보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격려해주고 계시다"고 말하자 박 위원장은 "부산 사나이 다움을 보여주셨다. 후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겠냐"고 치켜세웠다.

    특히 오찬 메뉴로 참게찜이 나오자 김 의원은 게 껍질을 직접 까서 박 위원장에게 건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김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한 지 사흘 뒤에 전화를 걸어 "힘든 결단을 내려줘서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위원장과의 불편했던 관계에 대해 묻자 "다 지난 일이다. 앞으로 '낙동강 벨트' 사수에 힘 쓰겠다"고 답했다.

    앞서 부산 남구을에서 4선을 지낸 김 의원은 지난 12일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총선 출마를 접었다. 당초 무소속 출마가 유력시 됐으나 "내가 '보수 분열의 핵'이 될 순 없다. 새누리당 후보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당시 김 의원은 "당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 10명 정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결정은 친이계의 이탈과 보수신당 창당 흐름에 '비수'를 꽂았다. 실제로 공천에서 탈락한 67명의 현역 의원 중 단 9명만 불복해 탈당 뒤 출마한 상태다.

    박 위원장은 이날 부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부산은 새누리당의 화합과 통합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김무성, 허태열, 안경률 등 '백의종군'을 선언한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새누리당이 꿈꾸는 새 정치가 부산에서 힘차게 출발했다"고 말했다. 또 "나라발전을 위해서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신 우리 의원님들께 힘찬 박수 한 번 보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