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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0명이다. 그런데 이들이 2만5천명을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투표를 통한 선출직도, 정관이나 규약에서 정한 당연직도 아니다. 10명이 모여 단체를 만들고 스스로 전체의 대변자라 칭하고 나섰다. 얼마 전 소리 소문 없이 만들어져 하루 아침에 단 10명이 2만5천명의 대표라고 스스로 자칭하고 나선 ‘KT 공동대책위원회’ 얘기다.
정식명칭은 ‘죽음의 기업 KT와 계열사 노동인권 보장과 통신공공성 확보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어마어마하게 거창하다. 이름만 보면 KT는 '악의 소굴'처럼 느껴지고, 이 이름을 내건 세력은 '정의의 사도'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를 아는 KT직원은 거의 없다. 그러니 이들이 KT 직원 전체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특정 좌파 매체에서는 유명단체다. 전국민적 관심을 모은 ‘제주 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와 관련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음모론’을 제기하면서부터다 .
전화투표가 조작됐다며 이들이 폭로한 ‘기자회견’은 하이에나처럼 대기업을 뜯어먹을 먹이감을 찾아 헤메는 좌파언론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들 좌파매체들이 단 10명의 ‘듣보잡’ 단체를 국가 기간통신망을 운영하는 거대기업 KT의 대변자로 조작-선동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각종 좌파매체의 후원을 등에 업고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들의 ‘선전선동술’은 압권이다.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검 앞. 공대위 소속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채 KT회장을 사기혐의로 고발했다. 이 회장이 '제주 7대 경관 국제전화 투표'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지난 25일에도 제주 7대 경관 국제전화 투표로 KT가 폭리를 취했다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대위’의 KT 발목잡기와 흠집내기는 집요하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궁금한 것은 이들의 실체다. 이른바 공대위의 핵심은 KT노동조합 집행부 선거에서 16년간 패배한 10명이다. 이들이 외부의 25개 좌파세력들을 끌어 들여 거창한 이름을 갖다 붙인 것이다.
주요 구성 세력은 KT제2노조(이해관), KT노동인권센터(집행위원장 조태욱), KT민주동지회(장현일), 투기자본감시센터(허영구), 민변(권영국), 희망연대노조(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이재웅), 공공운수노조(이상무), 민주노동당 서울시당(김종민), 진보신당 서울시당(유의선),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 등이다.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내노라 하는 좌파정당도 모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은 지난해 4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40여개 단체가 모여 출범한 좌파진영 연대조직체다.
이들 소속 단체 40개를 더하면 공대위를 구성하는 단체는 64개에 이른다.
KT 공대위에 참여한 64개 단체의 관계자 대부분이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을 열 때 국회 정론관이나 국회도서관 등을 이용한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이들의 배후에 통합진보당 등 정치권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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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내건 소속 단체의 면면만 놓고 보면 KT를 넘어 전국을 대표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이가 없다.
KT 공대위의 시작은 KT노조 5대 집행부의 핵심세력(유덕상, 양한웅, 장현일, 이해관, 조태욱 등)들이 6대와 7대 선거에 연이어 패배하자 출범시킨 민주동지회(민동회)다.
민동회는 그동안 6대부터 11대까지 KT의 노조위원장 선거에 매번 후보를 내세웠으나 직원들의 외면 속에 참패를 거듭했다.
이에 자신들만으로는 더 이상 선거를 통한 집행부 장악이 곤란하게 되자 좌파세력들과 연대해 회사 경영진과 현 노조 집행부를 공격하는 전술을 시작한 것이다.
민동회는 지난해 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종 노동세력들이 정치적 이합집산을 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상통하는 일부 세력과 연대해 ‘KT 공대위’를 결성했다.
결국 공대위는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범좌파 진영의 ‘정치적 연대’의 산물이며 대외 선전용 유령조직에 불과하다는 것이 KT 안팎의 이야기다.
좌파정권 탈환이라는 거대 목표 아래 이들은 '경제민주화'란 미명으로 대기업-재벌 때리기를 시작했고, 그 가운데 하나가 'KT때리기'인 것이다.
현 KT노동조합(11대 위원장 정윤모)은 지난 1982년 1월 구 한국통신 노동조합으로 출범했다. 조합원 수는 2만 4,428명으로 가입대상 직원 2만 4,438명 중 99.96%가 가입해 있다.
반면 지난해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며 자신들의 권력(?)을 되찾기 위해 설립한 제2노조(위원장 이해관)는 조합원 수 10명으로 조합원 비율이 0.04%에 불과하다. 대학 동아리보다 조합원 수가 적은 초미니 신생노조다. 그 만큼 직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초미니 노조를 이끄는 이해관 위원장이 바로 KT 공대위의 핵심멤버다. 그는 지난 1995년 해고되었다 13년만인 지난 2008년 복직한 인물이다.
KT 공대위의 또 다른 한 축인 ‘KT인권센터’는 구성원이 조태욱 집행위원장 단 1명이다. 조 위원장은 지난 2010년 4월 상사폭행과 관련해 해고처분을 받았다.
결국 11명의 전 노조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제2노조와 해고자모임(?)을 만든 셈이다. 아울러 자신들만으로는 힘에 부치자 지난해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반 KT 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이들은 KT계열사 KTis와 KTcs의 이른바 '위장정리해고 철회와 노동인권 보장촉구'를 주장하는 한편, KT 통신요금 인하와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이석채 회장의 연임반대 시위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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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은 출범을 알리는 자리에서 “투쟁의 구심이 돼 진보민중운동진영의 투쟁력과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또 "이명박 정권 3년, 이 땅 민중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생산의 주역인 수많은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맞아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피어린 투쟁으로 쟁취한 노동3권은 노동법 개악으로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핏대를 올렸다.
때문에 이들이 공대위를 구성한 진정한 사유는 총선-대선 등 정치투쟁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적 야심을 가진 일부가 이합집산과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는 정치판에서 소위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한 '꼼수'라는 일부의 비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내부 제보에 따르면 이들은 각종 집회와 내부 회의 시 ‘KT CEO 교체’를 위해서는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공대위의 목표가 KT문제를 쌍용자동차 및 철도 문제와 연계해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정작 공대위 및 제2노조에 대한 KT 직원들의 반응은 ‘무관심’이다.
한 KT 직원은 “공대위가 뭔가요?”라며 “같이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또 다른 직원은 “노조요? 당연히 가입했죠. 그런데 노조가 2개라는 건 뭐죠?”라며 “저희 회사에 노조가 둘인가요?”라고 반문했다.
한편 KT는 16일 공대위 소속 인사들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KT 관계자는 "공대위가 주장하는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투표집계를 위해 수집한 결과값이 결과적으로 최종 선정이 이뤄지는 영국에 전달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들이 지난 2월 제기한 음모론에 대해서도 법적대응에 착수했다"면서 "따로 입장을 정리하기 보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회사측은 형사 고소와 별개로 공대위 및 KT인권센터를 상대로 손배배상 소송도 청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