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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국산화를 목표로 1,500억 원을 들여 개발을 시도했던 국산 차기전차 K2 ‘흑표’의 심장은 결국 독일제로 결정됐다.
방위사업청(청장 노대래)은 2일 국방부에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김관진 국방장관) 회의 결과 차기전차 K2의 '파워팩' 국산화를 포기하고, 독일에서 수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결과 브리핑을 통해 “K2 전차의 1차 전력화 물량 100대의 성능과 안정성 등을 고려해 파워팩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양산시험 기간을 고려해 전력화 시기도 2014년 3월로 3개월 늦추기로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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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K2 흑표전차의 ‘파워팩’이란 자동차로 말하면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합친 ‘파워트레인’을 말한다.
K2 흑표전차는 개발 당시에는 독일 MTU社의 1,500마력급 '파워팩'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방사청 등은 향후 해외수출, 유지보수의 용이성 등을 들어 파워팩 국산화를 추진했다.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 트랜스미션은 S&T중공업이 맡아 개발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美중장비 전문업체 ‘밥캣’을 인수하는 중장비 전문 제조업체다. 여기서 분리한 방산 전문업체 두산 DST는 바라쿠다 4륜 장갑차, K200 장갑차, ‘비호’ 자주대공포 등을 생산했다. 침수로 인명사고가 났던 K21 차기 보병전투차도 두산 계열사가 핵심 개발업체다.
S&T중공업은 자동차 변속기 전문제조업체로 K9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차 등의 변속기를 만들어 왔다. 세간에는 중형 오토바이 생산업체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들 정도 '대기업'이면 전차의 '파워팩' 정도는 생산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차의 ‘파워팩’은 중장비나 자동차, 장갑차와는 달리 엄청난 무게(K2의 경우 공차중량 55톤)의 차체가 고속(최고 70km/h)으로 기동할 수 있도록 토크가 높아야 하고, 출력(K2 출력은 1,500마력)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내구성 또한 뛰어나야 한다. 토크가 높을 경우에는 웬만한 내구성을 가진 트랜스미션은 견디지를 못한다(때문에 일부 수퍼카도 미션 또는 클러치 디스크를 자주 교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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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과 국내기업들은 그동안 1,500억 원의 개발자금을 투입하고, 2011년에는 ‘1년의 개발유예기간’을 주는 등 국산화에 안간힘을 썼지만 최근 평가결과 엔진 등의 냉각능력이 떨어지고, 내구성에서도 일부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방사청 회의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독일 MTU社의 파워팩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개발평가 결과로 드러난 문제, 개발지연에 따른 전력화 일정 연기 등에 대해서는 업체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도 “운용시험평가와 내구도 시험평가 등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는 수준이다. 기술을 보완한 다음 2차 양산물량부터는 (국산 파워팩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한편 그동안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이 개발하던 K2의 ‘국산 파워팩’ 가격은 약 15억 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에 수입을 결정하면서 ‘파워팩’에 드는 비용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세계에서 2번째로 비싸다는 K2 차기전차의 가격은 ‘비싸기만 한 전차(가격 100억 원 내외)’로 유명한 일본제 ‘90식 전차’와 몇 억 원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해외수출 또한 쉽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