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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기자님. 오른쪽으로 찍어주세요. 왼쪽은 정말 못 생겼어요”
올해로 23살. 누가 봐도 예쁜 얼굴, ‘신은 불공평하다’고 느낄 만큼 이기적인(?) 몸매를 소유한 그녀에게도 콤플렉스는 있었다. 물론 동의하지는 않는다. 기자가 보기엔 '완벽' 그 자체니까‥.
◆"'경성대 전지현' 김연정, 실제로 보니…" = 지난 달 12일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잠실구장에서 펼쳐졌다. 경기 전 서울로 원정 온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 팀의 ‘경성대 전지현’, 김연정을 만났다.
그는 한화이글스에서 3년간 치어리더로 활동하며 ‘대전 민효린’이란 별명을 얻었고 SBS<스타킹>에 출연하면서 전국적으로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평범한 대학생의 삶을 살고 싶다'며 돌연 경성대(부산소재 사립대학교)에 복학했다.
그러나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던가. 그의 복학은 한학기만에 다시 휴학으로 이어졌고, 잠깐의 '외도'를 마친 김연정은 한화가 아닌 롯데 치어리더 팀으로 돌아왔다.
김연정의 복귀소식은 아쉬움 속에 그녀를 떠나보낸 한화 팬들과 ‘여신강림’을 경험한 롯데 팬들의 ‘광클’로 인해 인터넷상 '핫이슈'로 떠올랐다.
'롯데 치어리더 팀에서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돌발 질문에 김연정은 “우리 팀에서 얼굴과 몸매를 책임지는 이들은 따로 있다”며 “저는 왼쪽 얼굴이 진짜 못생겨서 오른쪽으로만 사진을 찍는데 우연히 잘 나온 사진을 본 팬들이 예쁘다고 평가해주시는 것”이라고 답했다.
얼굴도 예쁜데, 겸손하기까지 하다…. '착한 여자' 김연정과의 사심(?) 가득한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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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경성대 전지현’ 김연정과의 일문일답.
- 요즘 엄청나게 화제인데요. 주변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유명세가 신기했어요. 친구들에게 전화가 오고 어리둥절했죠. 근데 기사들이 많이 나오면서 ‘왜 얘만 띄워주나’ 하면서 악성댓글이 많이 달려서 요즘에는 조금 힘들어요. 실시간 검색어에 ‘경성대 전지현’이나 ‘대전 민효린’으로 나오다가 최근 실명으로까지 나올 정도라서 관심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악성댓글은 사람인지라 힘든 부분입니다.
- 어떤 댓글이 많나요?
▲사실 저는 정말 예쁜 게 아니예요. 저도 알아요. 치어리더 분들 중에 저 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알고요. 그런데 ‘네가 무슨 민효린이냐’, ‘무슨 전지현이냐’ 등의 내용으로 댓글을 달아 놓고 욕설도 막 해요. 그럴땐 정말 상처 많이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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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대 전지현’, ‘대전 민효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계기는 뭔가요?
▲과거 민효린이 <트리플>이라는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고 있을 때 일부 팬들이 블로그를 통해서 제 사진을 올렸고 그 제목이 ‘대전 민효린’ 이었죠. 그리고 그 사진을 본 <스타킹> 제작진에서 ‘민효린보다는 전지현이 인지도가 더 높다’며 ‘경성대 전지현’으로 방송에 출연할 수 있냐고 제안해서 그냥 나갔어요. 중요한 것은 절대 전지현이나 민효린을 닮았다고 스스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실 저는 그냥 머리만 길어요.
"제가 경성대 전지현요? 그냥 머리빨이에요"
- 한화에서 롯데로 팀을 옮겼는데 무슨 이유가 있었나?
▲저는 치어리더로 쉼 없이 달려왔어요. 축구, 배구, 농구, 야구 등 거의 모든 프로스포츠 분야에서 치어리딩을 경험했죠.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치어리딩을 지난해 진짜 그만두고 싶었어요. 매일 짙은 화장에 야한 의상, 치어리더의 삶이 지루했던 것 같아요. 누구나 자신의 일에 권태기를 느끼듯 저도 그때 권태기가 찾아온 것 같았죠. 다른 대학생들처럼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싶어서 복학을 준비하기 위해서 지난해 8월, 일을 그만뒀고 고향인 부산에서 평범하게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롯데에서 연락이 왔어요. 몇 달을 쉬니까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하게 된 거죠.
- 한화 팬들의 배신감이 엄청날 것 같습니다. 그만두겠다고 해 놓고는 팀을 옮겼으니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한화 팬들이 받은 배신감을 다 헤아릴 수도 없을 거예요. 당시는 한화를 떠나고 싶은 게 아니라 치어리딩 자체가 더는 하기 싫었거든요. 한화 팬들이 많이 이해해주시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다행입니다.
- 원래부터 꿈이 치어리더였나요?
▲원래 꿈은 항공승무원이었죠.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막연하게 경성대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했는데 영어도 부족한 제게 영미문학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가 않았어요.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힘들어 현재는 휴학한 상태인데 언젠가는 복학해서 졸업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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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어리딩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때 서면(부산의 중심가)에서 놀다가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어요. 시작은 아르바이트였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죠. 중학교 때는 140cm에 32kg정도로 다른 친구들에 비해 왜소한 체구였기에 치어리딩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167cm 정도로 성장했고 당시 길거리에서 제안을 받을 때는 키가 171cm 정도 됐었죠. 정말 급성장하면서 인생이 변했죠.
"야구보다 농구 보는 재미가 쏠쏠"
- 일하면서 힘든 점은?
▲야구는 여름에 하는 실외스포츠라서 선수들도 힘들지만 우리도 같이 응원하느라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가 종종 있어요. 특히 더위와 싸우는 것은 쉽지 않죠. 또 선수들과 똑같이 원정을 다니기에 장거리 이동이 힘들어요. 원정 구장은 대부분 대기실이 없어 대기하는 시간도 차에서 대기해요. 이 시간이 사실 가장 힘들어요.
- 원래부터 야구를 좋아했나요?
▲원래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야구중계를 보고 있으면 꼭 예능을 보자고 졸랐어요. 그때는 그렇게 야구가 지루했었어요. 장면의 변화도 없고 시간도 길고 ‘왜 보나’ 했죠. 그런데 이 일을 하고나서는 룰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서 재미를 느끼게 됐고 집에서도 중계를 찾아서 볼 정도예요. 최근에는 드라마 보다 야구를 더 많이 볼 정도죠.
- 다른 종목에서도 치어리더로 일했는데 야구 외에 좋아하는 종목은?
▲배구나 농구, 축구도 다 치어리딩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스포츠는 전반적으로 관심 있게 보는 편인데 농구 같은 경우 눈앞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몸싸움이나 3점슛, 덩크슛 게다가 빠른 경기진행까지 보는 스포츠로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자주 보는 편이죠. 솔직히 보는 재미는 농구가 야구보다 조금 더 있는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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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만 집중해서 보시는 분, 부담스러워요"
-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 팬은 제가 한화에서 일했던 첫 시즌부터 ‘우유빛깔 김연정’이라는 플랜카드를 3년 동안 매일 경기장에 나와서 들어줬던 팬이 기억에 남아요. 제대로 사진도 한 장 못 찍어준 게 계속 마음에 걸려요. 다음에 야구장에서 만나면 꼭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요. 그런 팬들이 있기에 더 열심히 예쁘게 춤추고 화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반대로 정말 싫은 팬들도 있나요?
▲팬들 중 한곳만 집중해서 사진 찍으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희들이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고 있어요. 또 말을 걸려고 옆에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경호원들이 있어서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가끔씩 취객들이 다가 올 때는 정말 겁이 나요.
- 팀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계신데 다른 팀원들의 시기나 질투는 없나요?
▲시기질투는 전혀 없어요. 롯데에 계속 있던 분들이기에 팬들은 저보다 훨씬 많아요. 오히려 최근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제게 악성댓글이 많이 달리는데 그럴 때 마다 팀원들이 오히려 격려해주고 챙겨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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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터뷰 : 윤희성 기자 ndy@newdaily.co.kr
사진 : 양호상 기자 n2cf@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