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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의 회계업계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주도해서 만든 국제회계기준(IFRS)을 받아쓰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 스스로가 IFRS를 만드는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인 최초로 IFRS를 제·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으로 선임된 서정우 전 한국회계기준원장(현 국민대 교수, 사진)의 일성이다.
서 위원은 지난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IASB위원 선임 기념 세미나’에서 “경제력만큼이나 한국은 국제회계분야에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남이 만든 기준을 사용하는 종속적 의식에서, 남이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해주는 적극적 의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한국기업의 특수성을 IFRS에 충분히 반영하는 동시에 우리와 맞지 않는 회계기준이 제정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19일 IASB 위원으로 선임됐다. IASB는 한국을 비롯한 약 130개국에서 사용하는 IFRS를 제정하는 기구다. 전 세계 IFRS 사용국 중 IASB 위원을 배출한 나라는 13개국에 불과하다.
서 위원이 진출하게 됨에 따라 그동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주도해 왔던 IFRS에서 한국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임기는 오는 7월 1일부터 5년간이다.
그는 IFRS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선 우선 회계관련 현안과 요구사항을 신속히 파악하는 시스템이 구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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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위원은 “제도가 만들어진 후에는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회계법인과 관련 학계 등이 연계해 회계 문제를 조기에 찾아내고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IFRS 공개초안 등에 우리의 뜻을 반영하는 방법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초안 이전 단계인 스탭 보고서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회계분야의 인프라 개선을 위해선 “국제기구에서 활약할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력풀을 조기에 구축함으로써 국제기구 진출 및 승계 시 활용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정부는 기업의 회계투명성 향상과 회계분야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2009년부터 IFRS를 선택·적용하도록 했다.
그 다음해인 2010년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이 선도적으로 IFRS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모든 상장기업이 IFRS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한국회계기준원 임석식 원장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김호중 전문심의위원, 한국회계학회 이종천 회장, 한국공인회계사회 정기영 연구부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