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조이라이드' 작가 윤서인과의 <발칙한 인터뷰>"반일 감정의 원동력은 열등감" "단순무식 반일의식 버려"
  • 상기한 그림은 웹툰 '조이라이드' 1435화.

    포털사이트 야후와 데일리노컷뉴스에 장기 연재됐던 작가 윤서인의 작품이다.

    이 만화의 제목은 '우리가 원조인데'. 말 그대로 우리가 원조인 '김치'가 일본에서 '기무치'로 팔리고 있는 데 대해 분노하고 있는 한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니 왜 대한민국 김치로 일본이 돈을 벌고 있지? 김치는 대한민국 고유의 음식인데! 큰일이다. 이러다가 김치를 뺏기겠어"

    김치를 매우 '사랑하는' 이 청년은, 사실 조소(嘲笑)의 대상이다.

    '자국 전통음식인 김치는 한국에서만 생산·판매해야 한다'는 생각이 옳은 것이라면, 멕시코의 타코와 이탈리아식 커피로 돈을 벌고 있는 미국은 '진정한 약탈자의 나라일 것'이라는 게 작가의 논리다.

    윤 작가는 웹툰 말미에 남긴 글을 통해 "김치가 기무치로 팔리는 것을 반대한다면, 전 세계 나라가 자국 음식으로만 요식업을 해야할 것"이라며 지나친 국수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소신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각자 평생 자기네 나라 음식으로만 사업을 해야겠네. 음식에 국경이라는 게 있나? 너희들도 햄버거로 돈 벌잖아"

    이런 식이다. 윤 작가는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자신의 '불만'을 만화 속에 털어놓는다.

    '정의'나 '평화'를 추구한다는 거창한 메시지도 없다. 그저 내 '주위 것'들을 돌아보며, '이게 불만이다' '저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를 늘어 놓을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가 그림만 올리면 하루 2만명 이상의 방문자가 몰려들어 '그 안에서' 난타전을 벌이기 일쑤다.

    윤 작가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우르르 접속해 온갖 주장을 펼쳐 놓으면, 이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떼로 등장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식이다.

    만화를 올릴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 이러쿵 저러쿵 훈수를 놓는다는 건 어찌보면 대단한 행운이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당사자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 "댓글을 자세히 살펴보면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쩌면 지금도 저와 친한 관계를 맺고 계신 분이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태도를 돌변하는 건지도 몰라요. 서글프죠. 일종의 배신감도 느끼구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저는 할 말은 해야겠고 그 분들은 그게 못 마땅하고…."

    그래도 윤 작가는 굴하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하고 싶은 얘기는 꼭 해야된단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그는 만화 속에서 만큼은 '타협'이라는 단어를 지우고자 애쓴다.

    "저는 잃을 것도 없고 전통 만화가도 아니에요. 그냥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뿐입니다. 예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시작한 만화였기 때문에 지금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사실 '좋아하려면 좋아하고 말려면 말아라'라는 심정으로 그려요."

    사실 윤 작가가 만화를 그리게 된 건 아주 '사소한' 이유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자신과 여자친구가 함께 즐기기 위해 그렸다. 그래서 만화 주제도 생활 반경의 것들이 전부였다. 지금과 같은 반향이나 인기는 당연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만화는 2000년부터 그렸는데요. 처음엔 저와 제 여자친구만 보는 그런 만화를 그렸어요. 그게 '조이라이드'예요. 지금은 100만명이 보는 만화로 성장했지만 그렇다고 만화의 내용이나 그림이 변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전 그리던 것을 계속 그리고 있어요. 이런 제 태도가 때로는 욕을 먹는 거지만 욕을 먹어도 그게 행복한 걸 어떡합니까.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니까. 욕먹는 건 운명이에요."

  • 지금까지의 대화만 보면 윤 작가는 원초적이고, 건방지고, '텅 빈…', 그저그런 작가로 비쳐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다르다.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힘이 있다. 짜임새 있는 그림과 문구는 그의 웹툰이 사전에 철저히 계산된 것임을 짐작케 한다.

    단순히 자신이 즐기기 위해 그린 만화가 '친일 논란'을 일으키고, '김치 원조' 파문을 불러왔다?

    앞뒤가 안맞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윤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일부 주제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보니, 평소 생각을 그대로 적어내는 자체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원래 성격 자체가 꼼꼼하고, 한 번 뭔가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편이라 그림 한 컷을 그려도 오만가지 시도와 정성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고 말들을 많이 하세요. 전 그냥 하고 싶은 얘기들을 했을 뿐인데…. 2008년에 책을 출판했어요. '내맘대로 느낀대로 일본이야기'라는 책인데요. 조영남씨가 쓴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과 비슷한 내용이죠.
    2000년 일본에 다녀온 후 충격에 빠졌어요. 그동안 일본에 대해 알던 모든 사실과 현실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일본에 대해서 올바르게 알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화를 그리게 된 겁니다."

    그는 "반일감정의 뿌리가 한국인 특유의 열등감에서 비롯됐다"는 특이한 진단을 내린 뒤, "이제 많은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서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열등감을 가질 필요도, 단순무식한 반일의식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열등감에서 반일감정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일본이 침략했고 식민통치를 했죠. 우리를 괴롭혔어요.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을 좋아합니다. 홍대에 가보면 한국인지 일본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에요. 먹는 것, 입는 것, 하고 다니는 모든 것이 일본스타일입니다."

    "좋은 거니까 하는 거예요. 당연한 겁니다. 일본맥주가 정말 맛있었어요. 한국맥주보다 맛있다고 10년 전에 만화를 그렸죠. 그랬더니 '친일파 꺼져라'는 말을 하더군요. 하지만 현재는 한국의 맥주 맛도 변했어요. 발전한 거죠."

  • 윤 작가는 "우리나라가 대만을 훨씬 능가하는 국가경쟁력을 갖춘 뒤로, 대만인 일부는 열등감 때문에 한국을 미워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일본을 싫어하는 것은 대만이 한국을 싫어하는 것과 동일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대폰, TV 등 많은 부분에서 일본을 제압했습니다. 열등감을 더 이상 가질 필요도 없어요. 오히려 일제시대를 보낸 우리의 조부모 세대보다 현재의 젊은 층들이 반일감정이 더 심해요. 열등감의 폭발을 역사적 사실과 어설프게 결부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그는 '기무치' 논란과 관련, "일본이 김치를 뺏으려고 했던 적도 없고, 상호를 등록하려고 한 적도 없는데 한국인 스스로 반일감정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제는 막연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대범하게 일본 문화를 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반일감정이 언론의 상업주의와 결탁, 새로운 '킬러 콘텐츠'로 둔갑했다"면서 이같은 감정과 의식을 부추기는 데 일부 언론이 가세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일본 절임요리 하나가 '기무치'로 팔리는 것을 보고 우리가 설레발치고 반일감정을 조장하고 있죠. 반일감정을 조장한 것은 언론입니다. 일본 이야기는 읽히는 기사고 팔리는 장사이기 때문이죠. 일본이 김치를 자신의 전통음식이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정설로 믿고 있죠. 과거 임진왜란 침략, 식민지, 독도 망언까지 김치에 이런 모든 것을 연결해 반일감정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일본의 '스시'를 가져와서 '초밥'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름도 바꾸는데 그들은 우리의 김치를 그냥 발음 때문에 '기무치'로 하는 정도입니다. 우리는 졸지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것을 주장하는 터무니 없는 나라가 돼 버렸죠."

  • 윤 작가는 "쓸데없이 편을 가르고, 패배자를 만들고,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이 많고, 남 이야기를 많이 하는 한국인의 습성이 기무치 논란 같은 소모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며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집착하는 못된 습성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동유럽, 인도 등 가난한 나라에 여행을 갔을때 그들의 행복지수는 높아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죠. 그들은 인상쓰고 살 것 같았는데 오히려 로맨틱했고 여유로웠고 표정도 밝았습니다. 힘들게만 살아가는 우리나라 삶을 보면서 특이하다는 생각을 많이했어요."

    그는 앞으로 조선일보의 '김도원' 화백처럼, 최소한의 선으로 최대한의 깊이를 담아내는 만평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림으로 촌철살인 기사를 쓰시는 분은 아마도 그 분이 유일할 겁니다. 만일 그 분을 제외하고 또 한명의 '화백'이 필요하다면 제가 되고 싶어요. 경향신문의 '장도리'를 그리는 박순찬 화백도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좌, 우를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보고 그린다는 것에 진정한 가치를 느끼고 있습니다."

    모두가 'NO'를 외칠때 과감히 'YES'를 말하고 싶다는 윤 서인 작가. 남들의 이목보다 내면에 울리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의 힘찬 행보에 더 많은 지지와 박수가 건네지길 바라며….

     

    다음은 윤서인 작가와의 일문일답 전문

    - 웹툰 만화가가 된 계기가 있다면?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딱히 없다. 대학은 건국대 시각디자인과 그림은 고3때 그리기 시작했다. 대학에 입학했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그때도 그냥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는 능력은 떨어진다. 스스로 만화를 봐도 댓생 능력도 별로다. 그냥 쉬운 만화를 그린다. 생각을 간단한 그림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림을 오래 배우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에 미술실기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입시학원을 6개월 다닌 것이 그림을 배웠다면 배운 것이다. 만화는 진짜 마음대로 그린 것이다. 이정도 인지도가 있는 것은 다 운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 형편없던 그림실력으로 학교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했다. 교수님은 매번 내가 제출한 과제를 집어 던지셨을 정도다.

    졸업 후 야후에 웹디자이너로 입사했다. 인터넷에 있는 모든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만화는 대학 때부터 그렸으니 그냥 계속 그렸다. 2000년에 '조이라이드'를 그리기 시작했고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주체가 '나'인 만화"

    - 그림 소재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

    ▲만화를 그리면서 우리나라에 이 정도까지 그리면 어때? 그런 폭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만화가들을 많이 만나지만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을 그리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댓글문화로 대중들이 무섭다는 것을 실감한다. 착한 동료 만화가들은 대중들에게 욕을 먹는 것을 두려워하고 대중들이 원하는 만화를 그리려고 노력한다.

    나는 잃을 것도 없고 전통만화가도 아니니까 그냥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다. 예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시작한 만화였고 대학교 때부터 그리던 만화였기에 언제나 주체가 나였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다. 사실 '좋아하려면 좋아하고 말려면 말아라'라는 심정으로 그린다. 

    - 조이라이드를 연재하면서 '안티 팬'이 급증한 것으로 아는데..

    ▲만화는 2000년부터 그렸다. 저와 제 여자친구만 보는 그런 만화를 그렸다. 근데 그게 '조이라이드'다. 지금은 100만명이 보지만 그렇다고 만화의 내용이나 그림이 변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리던 것 계속 그리고 있다. 이런 제 태도가 때로는 욕을 먹는 거지만 욕을 먹어도 그게 행복하다.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니까. 욕먹는 것은 운명이다.

    - 댓글을 보면 아직도 소녀시대 얘기를 꺼내는 네티즌이 있다.

    ▲2010년에 소녀시대를 풍자하면서 욕을 많이 먹었다. 그때가 가장 많은 욕을 먹었던 것 같다. 사실 예전에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그래도 내가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회는 없다.

    사실 나는 뭘 그릴지 모르고 컴퓨터를 키고, 끄면서 뭘 그렸는지 모른다. 만화에 답이 있나? 만화가는 만화에서 신이다. 마음대로 그린다. 사람들이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하는 것은 듣지 않는다. 노예처럼 그들에 휘둘리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제가 주체인 만화를 그린다.

    "윤서인은 친일파?"

    - 일부 네티즌은 윤 작가를 '친일파'라고 부른다. 이런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일본에 대한 '만화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가 뭔가?

    ▲실제로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고 말을 많이 한다. 내가 그려서 더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욕을 먹는 제가 그리니까 사람들이 더 많이 보면서 이슈가 된다. 기자님이 일본에 여행을 가서 유카타(일본의상)를 입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올리면 아무런 반응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런 사진을 올린다면 필경 '역시 친일파'란 말이 나온다. 네티즌들이 저를 정의했다. 나는 그 음해들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마음대로 지어낸다. 그럴싸하게 지어낸다.

    2008년에 책을 출판했다. '내맘대로 느낀대로 일본이야기'라는 책이다. 조영남씨가 쓴 '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과 비슷한 내용이다. 2000년 일본에 다녀온 후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일본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사실과 현실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일본에 대해서 올바르게 알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화를 그렸고 그 만화가 책이 돼서 출판된 것이다.

    - 일본 이야기를 그릴 때 유독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것들을 주제로 삼는 듯 하다.

    ▲일본을 좋아한다. 가 본 사람들만 안다. 2000년에 일본을 처음 갔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그 전에 알던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던 일본과 '진짜 일본'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일본에 관해 만화를 그린 것은 2004년부터다.

    열등감에서 반일감정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침략했고 식민통치를 했다. 우리를 괴롭혔다.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을 좋아한다. 홍대에 가보면 한국인지 일본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먹는 것, 입는 것, 하고 다니는 모든 것이 일본스타일이다.

    "반일 감정의 원동력은 열등감"

    - 수십년 전 자국을 처절하게 짓밟았던 한 나라를 지금의 후손들은 동경하고 좋아한다?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인데..

    ▲좋은 거니까 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일본맥주가 정말 맛있었다. 한국맥주보다 맛있다고 10년 전에 만화를 그렸다. 그랬더니 '친일파 꺼져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의 맥주 맛이 변했다. 발전한 것이다.

    반찬 재활용도 한국은 10년 전 엄청 많이 했다. 그때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안했다. 그래서 또 10년 전 그런 만화를 그렸다. 그랬더니 '일본 가서 살아라'고 욕먹었다.

    좋은 쪽으로 발전한다. 이제는 우리도 반찬 재활용은 하지 않는다. 당시는 열등감에 공격받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일본처럼 발전했다. 반일 감정의 원동력은 열등감이라고 생각한다.

    - 그런 의미에서, 일본을 조금만 옹호해도 금새 친일파로 몰리는 이유를 달리 해석해 볼 수는 없을까?

    ▲대만이 현재 한국을 싫어한다. 대만이 우리나라보다 못 살게 됐다. 반도체나 다른 사업 분야에서 대만이 우리를 앞서고 있었지만 우리나라가 이제는 대만을 훨씬 능가하는 국가경쟁력을 갖췄다. 그리고 젊은 대만인들을 한류에 춤춘다. 하지만 대만인들 중 일부는 열등감에 한국을 미워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상품을 싫어하고 한국의 문화를 혐오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본을 싫어하는 것은 대만이 한국을 싫어하는 것과 동일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만이 우리를 좋아하면서 미워하는 것. 우리가 일본을 좋아하면서도 미워하는 것. 서로 닮았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이 일본을 앞서가고 있다. 휴대폰, TV 등 많은 부분에서 일본을 제압했다. 열등감을 더 가질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일제시대를 보낸 우리의 조부모세대보다 현재의 젊은 층들이 반일감정이 더 심하다. 열등감의 폭발을 역사적 사실과 어설프게 결부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한국은 '정답이 있는' 특이한 나라"

    - 고도 성장을 일궈낸 한국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열등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세계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한국은 정말 특이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정답이 있다. 똑같이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패배자가 된다. 그래서 행복지수가 낮다. 편을 가르고 패배자를 만들고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이 많고 남 이야기를 많이 한다. 또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집착한다.

    동유럽, 인도 등 가난한 나라에 여행을 갔을때 그들의 행복지수는 높아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살면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들은 인상쓰고 살 것 같았는데 오히려 로맨틱했고 여유있었고 표정도 밝았다. 힘들게만 살아가는 우리나라 삶을 보면서 특이하다는 생각을 많이한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돌잔치, 결혼식을 하는 우리나라가 가장 특이하다. 남들에게 보이는 게 중요하기에 무리한다. 또 일을 하는 것도 좋은 일과 하찮은 일에 정답이 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의 서비스정신을 절대 따라가지 못한다.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데 80%나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정말 특이하다. 정답사회에서 정답에 있는 친구들은 오히려 불행하다. 행복의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있어도 결국 행복해 하지 않는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한국이다.

    - 왜 한국 사람들은 전쟁 같은 삶을 살까?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우리에게 채찍질을 많이 했다. 당시에는 정말 필요한 가치였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많은 것을 가진 우리에게는 가치관의 변화가 요구된다. 우리는 그냥 달리는데 익숙해져 있다. 달리던 관성이 남아서 우리는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른다.

    자기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달리기만 했다. 출세도 서울대, 대기업, MBA등 정답이 정해져있다. 정답에서 멀어지면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게 된다. 실패자가 되면 성공한 이들에게 열듬감이 발생한다. 여유, 다양한 생각 그런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금도 변하고 있고 그 과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이 김치를 뺏으려한 적 없다"

    - 잠시 화제를 바꿔보자. 한국인의 자존심, 김치에는 어떤 정답이 숨어 있을까? 우리만의 전통 문화?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 만일 김치가 한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음식이라면, 이웃 나라 일본에서 '기무치'로 팔리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일본 절임요리 하나가 ‘기무치’로 팔리는 것을 보고 우리가 설레발치고 반일감정을 조장했다. 반일감정을 조장한 것은 언론이다. 일본이야기는 읽히는 기사고 팔리는 장사다. 일본이 김치를 자신의 전통음식이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정설로 믿고 있다. 과거 임진왜란 침략, 식민지, 독도 망언까지 김치에 이런 모든 것을 연결해 반일감정을 조장했다.

    일본이 김치를 뺏으려고 했던 적은 없다. 상호를 등록하려고 한 적도 없다. 이는 모두 한국의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다. 오히려 일본인들은 한국 것으로 보이기 위해서 힘쓴다. 어떻게든 한국 것으로 보이려고 한다. 일본에게 김치는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음식을 많이 들여오지 않았나?

    ▲생각해봐라. 우리는 일본의 '스시'를 가져와서 '초밥'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름도 바꾸는데 그들은 우리의 김치를 그냥 발음 때문에 '기무치'로 하는 정도다. 우리는 정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것을 주장하는 터무늬 없는 나라다. 

    실제로 고추는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것이다. 원래 16세기에 한국의 김치는 백김치가 전부다. 전통을 지키려면 김치를 하얗게 먹어야 된다.

    음식은 저작권도 없고 국경도 없다. 그냥 음식이다. 먹는 것을 먹는 것으로 보고 다른 개념과 결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화를 그렸다.

    "웹툰 만평가를 꿈꾸다"

    -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만평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신문에 실리는 만평을 그리고 싶었다. 그게 '조이라이드'의 의도다. 매일매일 다양한 주제,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다. 조선일보의 '김도원' 화백을 가장 존경한다. 그림으로 기사를 쓰시는 분은 아마도 그 분이 유일할 것이다. 만일 그 분을 제외하고 또 한명의 화백이 필요하다면 제가 되고 싶다. 경향신문의 '장돌이'라는 만평가도 정말 좋아하는 작가다. 좌, 우를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보고 그린다는 것에 가치를 느낀다.

    지금은 야후에서 일을 그만둔지 3년이 지났다. 이제는 만화를 전업으로 하는 만화가다. 다만 프리랜서라서 수입이 일정치 않다.

    그림은 글의 100만배 힘이 있다. 몇 초면 본다. 같은 내용의 기사와 그림의 반응은 차원이 다르다. 그림은 이해가 쉽고 만만하기에 매체로서 강점이 있다. 사진보다도  힘이 있다. 그림은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리기 때문이다.

    글 : 조광형·윤희성 기자
    사진 : 윤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