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대세를 다루지 않는 한국 ‘정치장사꾼’들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중국은 역시 ‘비문명적 강대국’이었다. 사람을 피의사실도 적시하지 않은 채 체포 구금하고, 그 피의자 아닌 피의자를 전기봉으로 지지고,,,, 바로 북한인권 운동가 김영환에게 자행한 공산당 중국의 만행이었다.

      이것을 보고 1940~50년대에 있었던 황화론(黃禍論, 노란색 재앙)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 공산당 중국은 재앙이다. 공산당 1당 독재, 국수주의, 대외 패권주의, 그리고 군사적 초강대국을 합친 중국은 남의 고대사를 자기네 지방정권사(史)로 편입시키고, 이웃나라들을 상대로 영토 확장을 일삼고, 자기네 양심적 반대자(conscientious objector)들과 외국 인권운동가에게까지 고문을 자행하는 괴물로 발 벗었다.

      그런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의 남쪽에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잘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긴 하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은 이미 중국이라는 시장에 깊숙이 발목 잡혀 있다. 중국이 농산물과 식자재를 끊을 경우 한국인의 먹 거리는 또 어떻게 될까? 추어탕인들 한 그릇 사먹을 수 있을까? 이래서 우리 당국이 중국이라면 쪽도 못 쓰는 이유를 알만은 하다. 그러나 이러다 한반도가 동방의 핀란드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

      중국에 이어 북한이 핵 무장을 했고 그 뒤를 일본이 잇고 있다. 우리는 머리 위, 양쪽 옆구리에 적대적인 핵을 끼고 살 게 될 판이다. 조선을 속국으로 치던 중원(中原) 천자(天子)국,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었던 일제(日帝), 대한민국을 없애려던 6. 25 전범집단-이 셋이 핵 이빨을 드러내고 핵 없는 우리를 겁박할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처지로 내몰릴 것인가?

      한국의 정치인들은 그러나 이런 국가적인 문제엔 관심도 없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도 맨날 좁쌀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게 왜 좁쌀이냐고 할 것이다. 천하대세는 다루지 않고 우물 안 살림만 다루는 것이 좁쌀 정치 아니고 뭔가? 이런 정치는 지방정권 지도층이나 할 하위(下位) 정치, 따라서 독립국 지도층이 할 정치가 아니다. 독립국 정치인은 먹고 사는 문제의 각론들을 ‘천하대세를 보는 큰 정치’의 틀 속에서 다뤄야 한다.

      김영환이 당한 반(反)문명적인 만행은 곧 “우리에게 힘이 없다”는 천하대세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역대 중원 천자국이 ‘까오리 펑즈(한국인에 대한 중국인의 비하)’를 언제 사람 취급이나 했나? 일제는 ‘조센징’을 얼마나 구박했던가? 그들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이런 DNA가 연면히 살아 있다. 이게 천하대세다. 우리에게 힘이 없다는 천하대세.

      

  • ▲ 지난 3월 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체포됐다가 114일만에 풀려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석방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3월 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체포됐다가 114일만에 풀려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석방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오늘의 천하대세는 무엇인가? 바로 핵의 국제정치다. 핵의 국제정치에서 한국, 한국인은 열외(列外)로 밀려나 있다. 독립변수 아닌 종속변수다. 이게 우리가 처한 초췌한 천하대세다.

     정치장사꾼들은 많아도 천하대세를 다루는 진짜 정치인은 없다. 이런 정치장사꾼들만 있는 한 우리는 계속 ‘독립국 구실 못하는 독립국’ 신세로 남을 것이다. 외교부가 그 전형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