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받아주겠다는 양경숙에 30여억원 건네..박 원내대표와 실제 만나기도!
  • 민주통합당 공천을 목적으로 수십억원을 건넨 이들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실제로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원내대표 측은 만난 것도 사실이고 (합법적)정치 후원금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공천 대가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저축은행 비자금 사건 등으로 박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망을 좁히고 있는 검찰이 고삐를 더욱 옥죄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의혹 수사에 착수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친노 매체인 ‘라디오21’ 전 대표 양경숙(51)씨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언급하면서 4·11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하고 32억8천만원을 수수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양 씨를 구속했다.

    양 씨에게 돈을 건넨 세무법인 대표 이모씨와 사업가 정모씨로부터 ‘양씨가 박 원내대표 이름을 대며 공천을 약속해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이다.

    이들은 지난 1∼3월 서너차례에 걸쳐 8억∼12억원씩 총 32억8천만원을 양 씨에게 건네줬고 양씨는 이들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 씨는 이 과정에서 “비례대표 00번이 될 것 같다”는 식의 문자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 √ 무려 32억8천만원..어디로 갔나?

    사건의 핵심은 이 돈이 과연 어디로 갔느냐는 것이다.

    만약 이 돈이 실제로 박 원내대표나 민주통합당 측 인사에게 건너갔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현재 양 씨가 받은 돈은 모두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양 씨가 모든 돈을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했고, 검찰 역시 정치권 파장을 고려해 은밀하게 수사를 진행하며 신병확보에 주력했기 때문에 ‘사용처’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 씨에 청구된 구속영장이 결국 발부되면서 향후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 여기저기 연루 정황, 돈 흐름 종착지는..

    하지만 검찰은 32억8천만원이라는 워낙 많은 돈인데다, 양 씨가 실제 공천을 청탁할 인맥이 있는 인물인 것을 미뤄 민주통합당으로 이 돈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씨와 정씨가 이후 실제로 박 원내대표를 만났고 각자 500만원씩 후원금을 냈다는 ‘정황증거’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추가 조사 과정에서 강서구 이 모 산하단체장의 휴대전화에서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위 민주통합당의 실세들의 명의로 보내진 문자메시지까지 발견됐다.

    박 원내대표가 발신자로 돼 있는 메시지에는 '비례대표 심사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뚜렷한 증거는 될 수 있는 이 메시지가 실제로 박 원내대표가 보낸 것인지를 확인 중이다.

    지난 총선 당시 최고위원에다 ‘호남맹주’라 불릴 정도로 박 원내대표가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였던 만큼 가장 혐의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 ▲ ⓒ조선일보 그래픽
    ▲ ⓒ조선일보 그래픽


    √ 이게 끝이 아니다? 더 많은 ‘검은 돈’ 오고 갔나?

    현재까지 밝혀진 청탁성 ‘검은 돈’은 32억8천만원이지만, 실제로 오고간 금액은 더욱 많을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양씨에게 돈을 준 세 사람 중 세무법인 대표 이모씨는 18억원, 사업가인 F사 대표 정모씨는 12억원을 건넸다.

    하지만 강서구청 산하 단체장 이모씨는 당초 17억원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2억8,000만원만 건넨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최소 계약금액만으로 15억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양 씨와 얽힌 사람이 늘어날수록 금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양경숙은 희생양? 더 큰 ‘검은 세력’ 있을지도…

    재밌는 점은 은밀한 수사에도 불구, 양 씨는 체포되기 전 이를 직감했다는 것이다.

    양 씨가 검찰에 체포되기 4일 전인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참 웃기는 세상, 웃기는 자들… 지나가는 개도 웃겄다… 공천헌금이라니? 쓰레기 청소 하는 날이 되려나? 박, 최, 김, 임 그리고 유…ㅎㅎㅎ! 자신들의 무덤인 줄 모르고!”

    마치 이번 수사가 민주통합당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불만의 표현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말에서 모든 뒷세력들을 폭로할 수도 있다는 협박성 메시지도 담고 있어 향후 검찰 수사의 진전이 기대된다.

  • ▲ 양경숙 씨의 페이스북 캡쳐 화면 ⓒ
    ▲ 양경숙 씨의 페이스북 캡쳐 화면 ⓒ


    √ 박지원 측 "전혀 사실무근"..과연 사실일까?

    박 원내대표 측은 이에 대해 이들과 일부 접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천헌금 등 일체의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이씨와 정씨를 만난 적은 있고 올해 초 500만원씩의 후원금이 들어온 것도 맞다. 양씨를 알고 지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나머지 공천을 약속하거나 이를 대가로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등의 말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황당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아직 검찰이 박 원내대표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수사하는 도중이어서 크던작던 당분간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검찰의 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향후 대선 정국 전망이 극도로 어두워지고 있다.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전달한 돈이 3억원인 것에 비해 민주통합당은 무려 10배가 많은 30억원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만약 이 돈이 실제로 박 원내대표나 민주통합당 측 인사에게 건너갔다면 심각한 타격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