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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는 관치 금융의 할아버지.” (전성인)
“이헌재, 제발 그 양반 어떻게 좀 해 달라.” (장하준)
“안철수, 이헌재 같은 모피아와 함께 하면 비판할 것.” (조국)
안철수 캠프가 '왼쪽 깜빡이를 킨채 우회전할 조짐'을 보이자 좌파들이 이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를 지지하던 야권 세력 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모피아의 대부’로 통하는 이헌재 전 부총리는 ‘안철수 멘토’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 모피아: 재정경제부(MOFE)와 마피아를 합성한 말로 과거 재경부 출신들이 거대 세력을 구축해 경제계를 장악했다는 뜻.
이에 안철수 후보가 내세운 ‘새 정치 패러다임’ 역시 기성 정치의 구태를 답습한 게 아니냐며 좌파들이 이헌재를 집중 공격-비난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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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장으로 입장하며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 장하준 “이헌재,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1일 서울 종로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 강연에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정계 진출을 누가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적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닌데,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해 이 지경을 만든 그가 아무런 사과 없이 (안철수 후보와 함께) 다시 나온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복지제도가 없는 불안한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 IMF 직후인데 이런 체제를 만든 사람은 바로 이헌재 전 부총리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옛 재무부 출신으로 초대 금융감독원장을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로 일하면서 부동산정책 실패의 장본인이자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최고책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2. 조국, 강력 경고 “아무리 안철수라도···”
하루 앞서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노회찬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안철수 후보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감과 이헌재 전 부총리가 그간 보여 온 경제철학·정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안철수건 문재인이건 이헌재 같은 모피아와 함께 한다면 비판할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모피아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견제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게 중요한데 이헌재 전 부총리는 관치 금융의 할아버지”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정책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같은 ‘모피아’에 의존하는 순간 실패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의 책 <안철수의 생각>과 이헌재 전 부총리의 책 <위기를 쏘다>는 절대 양립 불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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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서울대 교수 ⓒ연합뉴스
#3. ‘안철수의 모순’, 노무현-김대중 정부 비난할 땐 언제고
안철수 후보는 지난 19일 대선 출마 선언식 자리에서 노무현 정부의 공과(功過)를 언급했다.
“가장 큰 공(功)은 권위주의 타파이고 과(過)는 재벌의 경제적 집중과 빈부 격차 심화였다.”
20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 위기는 넘어섰지만 양극화는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던 안철수 후보가 ‘경제적 집중’과 ‘양극화 심화’를 주도한 이헌재 전 부총리를 경제멘토로 삼는 것도 모자라 캠프에까지 불러들이려 한다는 모순에 대해 친야-좌파 학자들이 거세게 반발한 셈이다.
‘이헌재 논란’이 거세지자 안철수 캠프 측은 일단 ‘이헌재 감싸기’에 주력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박선숙 전 의원은 한 언론을 통해 “이헌재 전 부총리가 가진 경험과 지혜에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이원재 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도 한 팟캐스트 방송에 나와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외부환경이 있는데 이헌재 전 부총리는 어찌됐던 김대중 정부 초기 위기 극복 관리 경험과 능력이 있다”고 두둔했다.하지만 야권-좌파 진영 내에선 ‘관치금융의 화신’, ‘신용카드 대란 주범’, ‘'빈부격차를 심화시킨 장본인’,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책임자’ 등 이헌재 전 부총리를 겨냥한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