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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Kwak을 위한 장엄미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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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형자(受刑者) 곽노현이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 판결은 공교육 혁신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 박명기 교수의 경제적 형편, 곤궁한 모습, 극도로 피폐한 마음을 알았을 때 절대다수의 국민도 저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걸로 생각한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지처럼 박명기에게 돈을 주었을 것이라고? ‘곤궁한 모습, 극도로 피폐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어디 박명기 뿐인가? 그런 사람들에게 일일이 다 곳간을 털어 줄 톨스토이 같은 인도주의자는 아마 곽노현 빼놓고는 없을 것이다. 그 숭고한 이타(利他)주의에 눈물이 찌꺽 나올 지경이다.
곽노현이 아니라 Saint Kwak이다.
이에 비한다면 대한민국 대법원은 순 악질이다. 저런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선인(善人)을 빵깐에 처넣다니.
저런 ‘공교육 혁신’의 화신(化身)을 추석에 뼁끼(변기)통 옆에 칵 찌그러져 4등가다(型) 밥을 깨물게 하다니. 어이 소지(교도소 청소부 겸 배식담당 죄수), 거, 식구통(배식용 구멍)으로 국 밀어 넣을 때 왕건이(건더기)나 듬뿍 얹어 주라고...
파렴치 죄명으로 징역살러 가는데 그 전송 길은 마치 무슨 제정 러시아 정치범의 시베리아 유형(流刑) 길만큼이나 숙연했다. 함세웅 신부, 천정배 전 법무장관,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줄줄이 출반주를 했으니 외롭진 않았을 터, 훗날 ‘나의 민족민주민중 교육운동 투쟁기’ 집필할 때 차이코프스키 비창(悲愴) 배경에 깔고 이 대목을 근사하게 그려보더라고.
그나저나 걱정이다.
12월 19일에 새 교육감을 뽑는데, 이번에도 우파가 단일 후보를 못 내면 곽노현 2세가 또 서울시 교육감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좌파는 ‘좌파의 대의(大義)를 마패처럼 휘두르면 단일화가 대충 되지만, 우파는 여러 후보들이 막무가내로 끝까지 간다. 그래서 좌파에게 월계관을 씌워준다.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되면 모두 한 자리에 도열해 접시 물에 코들을 담가야 할 것이다. 소인배들에게 무부(武夫)다운 할복을 기대할 수는 없고.
곽노현, 그는 영원한 기념물이 돼야 한다. 인간이 얼마나, 어디까지, 감옥을 불사(不辭)한 채 선행(先行)을 할 수 있는지, 그 불패(不敗)의 기네스 북 기록을 위하여!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