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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질 그만 치고 본업에 충실해라이번 투표시간 연장 움직임은 캠페인이 아니라 해프닝이다. 연장하면 5백만이 더 투표한다는 등 참정권이 보호된다는 등 온갖 멋있는 명분을 둘러댔지만, 원천 데이터 자체를 왜곡한 소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이제 사기질 그만 치고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본업이 뭐냐고? 까먹었어?딴짓만 잔뜩 하다 보니까 잊어 먹었구나!에고, 가련한 종자들! 친절하게 가르쳐 줄 테니까 단단히 기억해 두도록!그래야 ‘직업 정치인’이라 불리는 비참한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을 거 아니야?본업을 결정짓는 화두는 이거야.“세계경제 침체 지속, 북한 붕괴 임박, 갈갈이 분열된 사회, 인구구조의 급속한 노령화, 성장 동력 고갈이라는 5중 태풍—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대한민국이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이 위기중중한 화두를 짊어지는 리더십—이것이 직업 정치인의 본업이다. 여기에 충실하면 정치인의 직업은 위대한 창조로 승화된다.
이 본업을 망각하고 거스르면?
기생충, 사회악, ‘공공의 적’(public enemy)이 될 뿐이다.
아무튼. 다시 투표시간 연장의 문제로.
1. 당당한 시민은 권리를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어제 가치 있는 승리를 위하여 란 글을 썼다. 그 글에서 투표란 원래부터, 마땅히 [시민이 약간의 비용, 희생을 지불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진실을 이야기했다. 민주주의의 본고장에서는 투표권(suffrage)은 [싸워서 쟁취한 권리]이다.이 때문에 투표일은 당연히 근무일 혹은 주말이 된다.“내가 싸워서 확보한 권리를 기꺼이 행사하는 날”이기 때문에 공휴일이 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OECD 34개 나라를 보자. 25개 나라는 주말에 투표한다. 그 중에서도 오스트레일리아와 벨기에는 투표 안 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시민이면 의무를 지켜.이건 너의 의무이자 권리야.안 하면 벌금 내!”7개 나라는 근무일에 투표한다. 그 중 미국은 일부 주에서 공휴일로 정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미국은 투표 때마다 미리 “나, 투표합니다”라고 [선거인 등록](voter registration)을 해야 한다.
흑인 인권 운동은 1964년 미시시피 주에서 흑인들이 선거인 등록 캠페인을 벌이다가 최소 일곱 명이, 백인 폭력 집단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던 사건(Freedom Summer)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OECD 멤버 중에 투표일을 국가 공휴일로 정한 나라는 우리와 이스라엘 뿐이다.
한마디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나라들은 죄다 근무일 혹은 주말에 투표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특히 근무일 중에 투표하는 일곱 나라가 모두 앵글로색슨-튜튼, 아이리쉬 및 온건 게르만이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프랑스 같이 열에 들떠서 난리법석을 부리다 2류 국가로 주저 앉은 나라가 아니라, 온건하면서도 강인한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나라들이다.네덜란드, 덴마크, 미국, 영국, 아일랜드, 노르웨이, 캐나다. 이 나라들의 문화에는 톨킨(A. Tolkien)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서 나오는 신사적이고 온유하고 책임감이 강한 종족—호빗(Hobbit)의 특성이 배어 있다. 한편으로는 강인하고 집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선량하고 공정하다. 물론 인간이라 불리는 유인원 일족의 평균적 수준에 비교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이상화시켜서 떠받드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또한 어제 글에서, 우리 모두는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이런 저런 비용(희생)을 지불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번에 투표시간 연장론자들이 부각시킨 비정규 노동자의 경우에 1년 평균 12,600원의 비용을 지불한다. 초중고생 학부모의 경우에는 학생 1명 당 14,000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한다. 계산 방식은 어제 글에 다 나와 있다. 비정규직의 경우만 다시 한번 살펴 보자.우리는 1년 평균 대통령 선거 0.2회, 총선 0.25회, 지방선거 0.25회…모두 0.7회의 투표를 한다. 1회당 평균 3시간 일을 하지 못한다고 가정하고, 시간당 임률을 6천원으로 계산하면 6,000*3*0.7=12,600원이다. 시민으로서 투표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불해야 하는 희생은 연간 12,600원. 하루 34.5원. 하루 담배 0.27 개피. 하루 소주 0.23잔.이렇듯 약간의 비용과 희생을 기꺼이 감당하는 것—이것이 ‘투표’라 불리는 권리와 의무를 수행하는 시민의 자긍심이다. 그런데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짓은, (이른 아침에 투표하기 어려운)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를 행해 이렇게 말하는 것과 다름 없다.“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1년에 12,600원, 하루 평균 담배 0.27개피, 하루 소주 0.23잔 손해 보시느라 얼마나 살림이 궁하십니까?
저희가 나서서 이번에 투표 시간을 연장해서 살림을 윤택하게 해 드리겠습니다.”만약 길거리에 나가서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를 붙잡고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다가는 귀싸대기를 얻어 맞을 것이다. 당연하다. 사람을 비굴한 거지로 취급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정치인들은 거지 발싸개 같은 인종들인가? 왜 멀쩡한 사람을 거지 취급하는가? 당신들 눈에는, 비정규직은 버러지 같은 존재로 보이는가?당당한 시민은 투표가 권리이자 의무라는 진실을 안다. 또한 투표를 위해서는 약간의 손해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이미 50년 전에 위대한 시인 김수영은 ‘푸른 하늘’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원래 시에서 ‘자유’를 ‘투표’로 바꾸고 또한 어투를 약간 천박한, 요즘 어투로 변화시켜 보았다.푸른 하늘을 제압하는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투표를 위해하늘 우듬지로 솟아오른 적 있는 사람이면 알지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지.왜 투표에는 피 냄새가 섞여 있는지이 숭고한 ‘피 냄새’의 가치가 하루 담배 0.27 개피인가?정치인들의 피값은 그것 밖에 안 되는지 몰라도 우리, 땀 흘리며 살아가는 시민의 피값은 돈으로 잴 수조차 없다. 부탁한다. 그냥 열심히 살아 갈 수 있도록 제발 좀 내버려 두어 달라! 당신들에게 실망하고 분노하는 것조차 이제 지겹다.2. 비정규직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가관이다. 비정규직을 배려하여, 문재인 측은 3시간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안철수 측은 2시간 연장하겠단다. 오만방자한 말이다.박근혜가 오늘 입바른 소리했다.“그것은 법을 고치는 이슈인 만큼 국회가 논의해서 결정할 사안입니다.
대통령 후보인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문제는 비정규직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원래 ‘투표시간 연장’ 논의가 나온 배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정치학회에 발주한 ‘비정규직 근로자 투표참여 실태조사’라는 연구보고서이다.이 보고서는 일반에게 공개된 바 없다. 그러나 야권에서 이 보고서를 입수하여 원천 데이터를 자기 마음대로 비틀어 사용했다. <한경닷컴>이 뒤늦게 이 보고서를 손에 넣어 11월 1일에 발표했다.뒤통수를 맞았다.이 보고서의 원천 데이터에 의하면, 비정규직의 절대 다수(58.1%)는 ‘기초단체 내의 아무 투표소에서나 투표하는 것’을 선호한다.12.4%만이 투표시간 연장을 선호한다.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자들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보고서를 자기 마음대로 비틀어 사용해서 이런 소리를 한 셈이다.“투표시간을 연장하면 5백만명이 더 투표에 참여합니다.
이것은 신성한 참정권을 위한 싸움입니다.
투표시간 연장을 거부하는 저 비열한 새누리를 박살냅시다!” - 아서라.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본분을 잊고 원천 데이터를 비틀어 솔깃한 엉터리 주장으로 선동질 하는 것은 이제 지긋지긋하다.이런 작태는 2008년 광우뻥 루머, 2010년 천안함 괴담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이런 못 돼먹은 버르장머리는 도대체 앞으로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게다가 지금,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은 불과 17개월 전, 서울에서 있었던 주민투표 당시에 “나쁜 투표, 좋은 거부”라는 쓰레기 같은 슬로건을 주장했던 사람들 아닌가?덕분에 (근무일임에도 투표장에 나왔던) 시민 217만명의 거대한 표 무덤이 생겼던 것 아닌가?그때는 ‘투표권 남용’을 규탄하고 지금은 (비정규직의 12.4%만 원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한다고?자던 개가 웃을 일이다.3. 참정권은 이런 식으로 확대해야 한다오늘 새누리 김무성이 새누리의 웰빙 국회의원들, 선거 캠프 사람들에게 따끔한 말 했다.“투표시간 연장 논의는 국회 내의 발언, 특히 행안위 안의 발언으로 집중해 달라!”투표는 주권의 행사이다. 투표에 관한 규칙은 엄밀하게 검증해서 법을 고쳐야 한다.만약 비정규직에 대해 배려하겠다면 마땅히 그 방향은 [기초 단체 내에서는 어느 투표소에서든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무려 58.1%가 그런 방안을 희망한다.이를 위해 매우 거친 시나리오를 상상해 본다. 각 투표소마다 인터넷 연결선, (신용카드 슬립 출력기를 개조한) 프린터가 있으면 된다.선거 관리인이, 선거인 명부를 온라인 상에서 [각 기초단체를 통합하여] 조회할 수 있도록 만든다.투표자는 투표소에 들러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한다.
투표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다.
모니터에 투표자의 주민등록 정보가 약식으로 뜬다.
이를 양자가 확인한다.
선거관리인은 프린터로 서명 슬립을 출력한다. (이 슬립에는 나중의 기계적 처리를 위해 바코드 혹은 QR코드로 시리얼 번호 및 주민등록번호가 찍혀 있다)
투표인은 슬립에 서명한다.
선거관리인은 슬립을 철한다.
이하 프로세스는 현행과 같다.
인터넷 회선 장애가 발생하면, 원래 자신이 갔어야 할 투표소에서만 투표 가능하도록 제한한다.이는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는다. 투표 기회를 지금보다 더 확대하려면 위의 시나리오 보다 훨씬 더 차분하고 세밀하게 따져가면서 법률을 고쳐야 한다.
투표에 관한 규칙이야말로 주권 행사에 관한 규칙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개집 짓 듯 뚝닥거리면 상스러운 시민, 상스러운 국가가 될 뿐이다.안철수는 명색이 ‘정보기술의 선구자’란 사람이 위의 시나리오 같은 방안조차 상상하지 못 하나?그 진영에서 고작 한다는 짓이 선거를 불과 40 여일 앞두고 “법을 고쳐서 두 시간 연장하자”라는 헛소리 뿐인가?문재인 진영은 원천 데이터를 비틀어서 다른 정치인들과 국민을 속이는 짓 밖에 못 하나?비정규직의 절대 다수인 58.1%가 [기초단체 안의 임의의 투표소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왜 은폐했는가? 불과 12.4%만이 투표시간 연장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왜 감추었는가!2008 광우뻥이 부활해서, 혹은 2010 천안함 괴담이 부활해서 [2012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이 되기를 갈망하는가?당신들은 좀비의 부활을 갈망하는 정치를 하고 있는가? 차라리 금수상 궁전에서 미라가 되어서도 여전히 ‘조선인민공화국 국가원수’(주석) 직을 맡고 있는 김일성의 부활을 갈망하는 편이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다시 한 번 정치권에 부탁한다. 제발 본업에 충실하라.이번 선거를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근본 가치와 대한민국이 실행해야 할 위기 돌파 방안을 둘러싼, 위대한 경쟁으로 만들어 달라. 엉터리 데이터로 국민을 현혹하는 사기질은 이제 그만!광우뻥이 끝난 지 4년이 넘었고, 천안함 괴담이 박살난 지 2년이 넘었다.박성현 저 술가/뉴데일리 논설위원.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지도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도 일체 청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웹사이트 : www.bang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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