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 의사 전달"최종 판단은 제작진의 몫"
  • ▲ 야구 선수 출신 방송인 강병규   ⓒ 조광형 기자
    ▲ 야구 선수 출신 방송인 강병규 ⓒ 조광형 기자

    이병헌에 대한 공동공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구형 받은 방송인 강병규가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위기에 처했다.

    한 매체는 2일 강병규에 대한 결심공판 직후, 채널A '스포츠 베토벤' 제작진과 인터뷰를 갖고 "강병규의 하차가 확정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제작 관계자는 "구형을 받은 출연자가 방송에 나오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회의를 통해 강병규의 '스포츠베토벤' 하차 결정을 내렸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또 다른 매체가 전한 제작진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강병규의 하차는 검찰의 구형 때문에 급히 정한 사항이 아니라는 것. 이 매체는 "최근 제작진이 강병규와 협의를 통해 하차를 결정하게 됐다"며 "구형이 하차의 주된 요인은 아니"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들 매체는 강병규와의 '사전 협의' 문제와 관련, 서로 엇갈린 보도를 내놨으나 "강병규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공통 분모는 유지했다.

    그렇다면 강병규는 이 시간 이후로 '스포츠 베토벤'에서 영영 자취를 감추는 것일까?

    강병규는 2일 오후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스포츠 베토벤' 하차와 관련해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제작진 측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의사는 전달한 상태"라며 "최종 판단은 제작진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스포츠 베토벤' 제작진 여러분께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힌 것은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종적인 판단은 오로지 제작진에서 내려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아마도 하차 여부에 대한 결정은 다음 주에나 내려질 듯 싶습니다."

    4년 만에 컴백, '실형' 구형으로 물거품?

    강병규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연예인 응원단' 국고 낭비 논란에 휘말린 뒤로 수년째 방송과 담을 쌓아왔다. 같은해 방영된 KBS 2TV '해피 선데이-스쿨림픽'이 그가 출연한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2009년 불거진 '이병헌-권OO 스캔들'은 강병규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본질적으로 '제 3자'에 불과했던 강병규는 여자친구인 최모씨가 '사정이 딱한 권모씨를 돕겠다'는 결정을 내린 뒤부터 헤어나올 수 없는 심연(深淵)에 빠져들고 말았다.

    "자신은 '변호사에게 물어보라'는 조언만 건넸을 뿐인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권OO를 부추긴 배후 인물이 돼 있었다"는 게 강병규의 주장.

    이병헌 측이 강병규를 공갈협박 혐의로 고소하면서 사건의 '중심부'로 뛰어든 강병규는, 이후 ▲아이리스 촬영장 폭행사건 ▲명품시계 사기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되면서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냈다.

    자연히 본업인 방송보다 '재판 일정'에 쫓기게 된 강병규는 '재치 넘치는 MC' 대신, 점차 '트러블 메이커'란 안좋은 이미지로 변모해 갔다.

    그런데 최근 방송가에 불어닥친 묘한 트렌드가 음지에 있던 강병규를 다시 '양지'로 끌어 올렸다.

    갖가지 기행으로 세간을 놀래킨 이들이 어느 순간 TV 속에 나타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뉴페이스'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 대표적인 인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척점에 섰던 강용석 변호사와, 방송인 김구라를 들 수 있다.

    충격적인 발언과 주장으로 물의를 빚은 이들이었지만 어쨌거나 '사회적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두 사람이 가진 '흡인력'과 '영향력'이 새롭게 조명받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 ▲ 방송인 강병규   ⓒ 김상엽 기자
    ▲ 방송인 강병규 ⓒ 김상엽 기자

    '트러블 메이커'도 엄연한 스타?

    현재 강용석은 시사랭킹쇼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를 진행하고 있으며 김구라는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복귀한 상태.

    여기에 '야구계의 DJ DOC' 정수근이 합류했다. 과거 음주 파문으로 야구계에서 제명된 정수근은 종합편성채널 JTBC의 '정수근의 야구판독' 코너에 출연해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정수근식 직설화법에 묘한 마력이 있다"며 "그라운드에서 선보였던 재치가 방송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호평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시대의 흐름'이 결국 잠자던 강병규마저 깨웠다. 올해 초 TV조선의 한 파일럿 프로그램에 살짝 얼굴을 내비쳤던 강병규는 지난달 또 다른 종편, 채널A의 '스포츠 베토벤'에 MC로 합류하며 본격적인 컴백을 알렸다.

    19일부터 방영 중인 스포츠 뉴스 프로그램 '스포츠 베토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6시에 생방송 되는 신개념 뉴스 쇼. 정지원 앵커의 진두지휘 아래 정수근과 강병규가 야구 해설자로 출연하는 독특한 포맷으로 구성돼 있다. 

    4년 만에 방송가로 돌아온 강병규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한 시청자는 "예전부터 강병규의 말솜씨를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본업인 야구 해설이라 그런지 더욱 실감나고 재미난다"는 평가를 달았다.

    '피고인 신분' 벗지 않는 한..

    하지만 여전히 재판을 기다리는 '피고인' 신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강병규의 '완벽한 복귀'는 요원할 듯 싶다.

    일부 보도를 참조하면 채널A 제작진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것처럼 보인다. 물론 하차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검찰로부터 '실형'을 구형 받은 이상, 방송 활동에 적신호가 켜진 건 사실이다.

    만약 강병규가 '스포츠 베토벤'에서 하차하게 된다면 피고인의 변제를 위해 선고 기일을 연기해 준 재판부의 '배려'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4단독 재판부(판사 반정모)심리로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강병규는 "4년 만에 간신히 방송 일을 잡게 됐다"며 "채무 변제를 위해서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4년 만에 간신히 방송 일을 하게 됐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열심히 벌어서 다 갚겠습니다. 도와 주십시오."

    이에 강병규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선고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특별 청원을 했다. "강병규가 채무 변제를 위한 방송 활동을 이제 막 시작한 만큼, 선고일을 조금 늦춰 변제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요지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초 12월에 진행하려던 선고를 내년 1월로 미뤘다.

    하지만 검찰에서 '실형'을 구형함에 따라, 강병규의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진 느낌이다.

    과연 강병규는 최종 선고공판 전까지 밀린 '채무'를 변제할 수 있을까?

    생사여탈권을 손에 쥔 채널A의 결정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

    [사진 = 뉴데일리DB]